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심히 Jun 27. 2021

김세정 [I'M]

취향과 컨셉을 향한 왕성한 식욕과 얕음 사이

미국 인디팝의 문법을 빌려 온 첫 두 곡의 접근은 꽤 신선합니다. 전형적인 상승 구도의 후렴구가 아닌, 드랍 다운과 플랫한 중음역대 멜로디 라인에서의 흡인력을 만드는 작곡은 영리합니다. 적당히 로파이한 사운드를 '연출'의 재료로 사용하면서, 보컬 표현력에서 꽤 운신의 폭이 넓은 김세정의 특징도 잘 어필하고 있죠.


신스가 가미된 유사 시티팝 '밤산책'까지 적절한 흥과 신선한 작곡/전개의 균현감을 유지하던 앨범은, 뒤의 두 곡으로 갈 수록 [화분] 때와의 접점을 찾듯 톤 다운을 시도합니다. 여기서 살짝 집중력이 흩어지는 편인데, 아무리 선우정아 스타일로 노래한다고 해도 김세정의 보컬은 '꽃길'처럼 보다 통속적인 메시지와 멜로디에 잘 어울려서요. 자작곡이나, 자기 취향의 큐레이션에서 다소 쳐지거나 텐션이 낮아지는 성향은 이제 고민해 볼 지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래저래 개별 앨범으로도, 꽤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낸 차트 팝 앨범으로도 흥미롭습니다. 캐릭터 구축과 확장을 위해 장르/스타일을 왕성하게 소화하는 요새 한국 아이돌 음악의 경향 중에도, 꽤 독특한 방향까지 발을 뻗은 경우랄까요. 뭐 이 앨범 초반 두 세 곡의 주목할 만한 사례를 발판 삼아 조금 더 해외 인디의 현지화 수입의 재미있는 경우들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사실 이제는 몇몇 기획사의 '감성음악' 기준점으로 도열된 한국 인디음악보다 더 제대로 인디팝 스러운 곡과 초반부였어요.

작가의 이전글 성시경 [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