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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심히 Feb 18. 2021

Front Mission

Square Soft (1995)


- 무려 20년도 훌쩍 지나 다시금 플레이해보는 오리지널 [프론트 미션]은 추억 투성이입니다. 가독성 떨어지는 세기말 폰트도 제법 멋스럽고, 도트 스프라이트로 그린 반처의 각 파츠가 오밀조밀 움직이는 모습도 귀여운데 웅장합니다. 야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는 눈만 껌뻑해도 그때는 뭐가 그리 감정이입이 잘 되었었는지 모르겠어요. 플스/새턴으로 넘어가기 전, 롬팩 카트리지/도트 그래픽 기반에서 스펙을 쥐어짜던 미덕을 꼼꼼히 갖춘 작품이었구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 유저 편의성만은 추억 보정이 안 됩니다. 전투 맵에서 유닛 선택하는 것조차 L/R키를 써야 해 번거롭고, 비슷비슷한 적 기체의 스테이터스를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에 공격할 때마다 기체 중 어느 부위에 데미지를 입히는지 랜덤이라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이 세 요소가 높은 난이도를 연성해내는데, 초반 서너 번째 미션에서도 별생각 없이 이동했다가는 스멀스멀 부대 전멸을 마주하게 되죠. 자연스레 수시로 저장하고, 머리에 적 유닛들의 스펙이나 패턴을 암기해가며 플레이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게임 템포가 느리고 빡빡하긴 해도 메카물 특유의 매력이려니 했고, 무엇보다도 어렵다는 생각은 안 했었는데 말이죠. (이제 와서 [택틱스 오우거]를 다시 하려면 어휴... 막막하네요.)


- [중장기병 보톰즈]의 영향을 받았다는데, [프론트 미션]의 영향으로 [중장기병 보톰즈]를 봤던 입장에서는, 세계관이나 기동병기 컨셉을 제외하고는 결과적으로 많이 다른 작품들입니다. (보톰즈는 동글동글한 디자인과 예스런 캐릭터들이 제일 강하게 인상에 남아서.. [프론트 미션]의 비주얼은 차라리 G-크래프트가 몸담고 있던 메샤이아의 [중장기병 발켄]에 더 가깝죠.)


- [프론트 미션]은 먼치킨물입니다. 주인공 로이드는 중반부 넘어가기도 전에 스탯으로 이미 양학 세팅이 가능해집니다. 닥치는 대로 쥐어짜며 싸워야 하는 초중반까지는 부실/허약한 부대원들을 데리고 탱커 겸 딜러 롤을 두루 맡게 되죠. (괜히 시작부터 O.C.U 부대장이 된 게 아니로구나)


- 다만, 먼치킨을 대하는 [프론트 미션]의 태도는 소위 21세기 이세계 먼치킨물과는 많이 다릅니다. 사랑하는 연인 카렌은 읍읍 해서 읍읍 을 만들어버리고, 동료와 적의 관계도 뒤로 갈수록 모호해지죠. 죽음과 배신의 연속에서 멘탈을 꿋꿋이 유지하면서 국가주의의 음모를 분쇄하는 그의 여정은 꽤 낭만적이고, 고전적인 영웅의 미덕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리지널을 플레이할 당시에는 이 작품이 카렌을 대하는 방식이나 그녀의 여정? 최후의 모습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문득 카렌이 생각나더라고요..)


- 일방적인 관심, 경외, 애정에도 덤덤한 아싸 출신 먼치킨에 감정이입 또는 설정놀이하는 즐거움의 요새의 이세계물 입장에서는, 로이드 류의 주인공이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고리타분하게 보일 것도 같네요. 사토리 세대 전후의 취향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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