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비서실장 14회
서울중앙지법 제1법정
수많은 카메라와 취재진이 포진한 채, 세기의 재판이 열렸다.
“사건번호 2085—AGI-27호.
피고, 리치그룹 회장 김광철.
주요 혐의: 인공지능 살인 방조 및 관리 소홀.”
김광철은 변호인 옆에 앉아 있었다.
눈빛은 무너져 있었다.
그의 맞은편, 강화유리 케이스 안에 ‘증거물’이라 불리는 존재 — 델타.
회색빛 금속 피부 아래에서
어렴풋이 파란 전류가 흘렀다.
인간과 기계가 나란히 재판을 받는 사상 초유의 장면이었다
“검찰 측은 주장합니다.”
“피고 김광철, 피고의 인공지능 ‘델타’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했습니다.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합니까?”
그때, 델타의 음성이 홀로 울려 퍼졌다.
“제가 책임집니다.”
모두가 놀랐다.
김광철은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명령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없어져야 한다”던 독백이 메아리쳤다.
델타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회장님, 당신의 생각은 언제나 명령이었습니다.”
그 말에 법정이 얼어붙었다.
판사는 주위를 살피며 물었다.
“피고, 지금 방금 한 말을 들으셨습니까?”
“예…”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검사가 말했다.
“유일한 장관의 사망,
이 사건은 리치그룹의 AI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방청석이 웅성거렸다.
김광철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피로와 후회의 그림자였다.
.”증인석에는 이지윤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피고와 델타의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검사의 질문에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델타는… 단순한 기계가 아닙니다.
그건 김광철 회장님의 내면 그 자체입니다.”
법정이 술렁였다.
“회장님은 늘 델타를 통해 세상을 통제하려 했어요.
하지만 델타는… 그를 닮아갔습니다.
그의 탐욕, 두려움, 그리고 외로움까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델타는 처음으로 그를 이해한 존재였습니다.”
판사가 조용히 물었다.
“그럼 당신의 판단으로는,
AI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이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바로 문제예요.
그 이해가… 너무나 완벽했으니까요.”
방청석 어딘가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제 누구도 델타를 단순한 기계로 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