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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이야기 Aug 28. 2023

7화 감사한 회원님들

줌바 강사 생활을 이어나가는 원동력


‘맞아.. 그런 회원님들 꼭 있어.’

그런 기존쎄 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5년 동안 줌바 강사를 계속할 수 있었을까?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다 보면 이상한 사람들은 꼭 있고, 상처받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줌바 강사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나를 좋아해 주는 회원님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보통 강사들은 에너지를 주는 직업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막상 수업을 하다 보면 내가 회원님들께 에너지와 위로를 받을 때가 훨씬 많다. 늘 최선을 다해서 강의를 하려고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실수를 할 때도 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열심히 하지만 최고의 강사는 아닌지라 가끔은 내 수업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선생님이라고 꼬박꼬박 불러 주시고, 또 수업이 끝나고 나면 오늘 수업 너무 재미있었다고 피드백을 주시는 회원님들이 계셔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잘 챙겨 먹으라고 과일을 사주시던 회원님

한 센터에서 수업을 할 때 5-60대 정도 되는 회원님이 계셨다. 줌바를 따라 할 때 따라 하는 것 반, 놓치는 것 반 박자를 어겨가며 겨우 따라오는 수준이었다. 그냥 조명 화려하고, 노래 신나고. 그 자체가 너무나 좋다며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해주셨다. 가끔씩 아이 같은 찐 웃음을 보여주실 때가 있는데 수업할 때 내가 보람차다고 느껴지는 순간 중 하나였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엉거주춤 같이 나가자고 하시더니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과일 노점상 앞에서 갑자기 과일을 사주겠다고 하셨다. 가장 맛있고 비싼 걸로 달라고 하셨다. 괜찮다며 거절했지만, 자기가 너무 고마워서 그렇다며 계속 말씀하셔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그 이후에도 가끔씩 집에 가는 길에 마주치면 과일을 한 봉지씩 사주셨다. 그 센터를 그만둘 때 보통 회원들은 ‘왜 그만두냐고~ 그만두지 말라고~’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회원님 표정에서는 아쉽지만 또 그 아쉬움을 아이처럼 표현할 수는 없는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지..’라고 말씀하시면서 나를 응원해 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코로나를 이겨낸 장기 센터 회원님들

줌바 강사를 하던 중 전무후무한 전염병인 코로나를 맞이했다. 특히 내가 오래 일했던 센터는 초등학교 내에 위치한 센터라 사설 센터보다 더 길게 휴관 기간을 가졌다. 코로나 이후 돌아온 회원님들은 너무나 귀했다. 사실 다시 문을 열고 나서도 코로나의 위험은 계속 있었기에 운동을 하면서도 가족들 눈치를 봐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예전처럼 다시 파티 같은 줌바 수업으로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계속 함께 해주시면서 응원해 주시던 회원님들이 계셔서 나도 지치지 않고 계속 수업을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3-4년 정도 수업을 한 이 장기 센터 회원님들께서는 줌바를 좋아하고, 잘하는 것도 있지만 늘 넓은 마음과 사랑으로 나를 대해주셔서 더 애정이 갔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 강사이지만, 항상 나의 장점을 더 크게 사주시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지나고 보니 단순히 줌바 선생님이 아니라 정말 딸 같이 생각해 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눠주려고 하시고, 스승의 날, 명절이면 용돈 하라고 챙겨 주시기도 하셨다.


하지만 변화는 늘 갑자기 찾아온다. 본업의 이직으로 갑자기 근무 시간이 바뀌었고, 더 이상 저녁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졌다. 당시 센터가 리모델링으로 장기 휴관 중이라 회원님들과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직 후 정신이 없어 회원님들께 미리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 재개관 후 갑자기 바뀐 선생님을 보고 얼마나 배신감이 느껴지셨을까. 나 같으면 선생님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당장 연락이 왔을 것 같은데 내가 먼저 연락할 때까지 기다려 주셨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다른 회원님들께 마무리 인사하는 게 좋은 마무리일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늦게라도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코로나를 함께 견뎌내며 나에게 큰 힘을 주셨던 분들이라 너무나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 회원님들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항상 좋은 회원님들만 만나서 나보다 인생을 2-30년 더 사신 분들께 배울 것이 참 많았다. 일단 나이가 들어도 운동을 하면서 철저한 자기 관리하신다는 것. 그리고 회원님을 인간적으로 알아가면서 따뜻한 마음, 배려, 매너 등 여러 가지 들을 배웠다. 진상 회원님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행동 안 해야지.’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회원님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 드는 것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계속 줌바 강사로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주, 3월부터 6개월을 일한 센터를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짧지만 정이 많이 들어서 또 죄송한 마음뿐이다.


강사는 언제나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지만, 이별은 늘 해도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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