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10화 지적장애인의 사랑에 대하여...

by 무지자

최근 가장 핫한 드라마는 단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죠.

저도 애청자의 한사람으로 매회 즐겁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우영우 관련 기사며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발달장애인가족으로서 반가운 일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서 장애인관련 소재가 인기드라마에 쓰여지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긍정적 파장을 일으키는 부분은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먼저 이글의 제목만 보고 답을 한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발달장애인도 사랑할 수 있지, 그들도 사랑할 권리가 당연히 있지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맞는 말입니다. 발달장애인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사랑할 수도 있고 사랑할 권리가 있죠. 그런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적절하게 순화시키면서 잘 표현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시사프로그램도 아닌 드라마이기에, 드라마에 맞는 색채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먼저 증인으로 나온 정신과의사의 말중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우린 누구나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습니다. 그건 지적장애인들도 마찬가지예요. 아니, 그 욕구가 더 크죠. 평소 남들로부터 원하는 만큼의 관심이나 애정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으니까요."


지적장애인 제 큰딸이 이렇습니다. 끊임없이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어합니다.

계속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싶어하고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매우 강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을 사귀는 것이, 대인관계를 맺는것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신과의사는 지적장애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문제는 지적장애인의 경우 불순한 목적을 가진 접근을 자신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정상적인 관계와 부당한 관계를 구별할 수 있는 힘이 약하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신혜영 씨에게 온전한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부분이 어렵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

저의 큰딸은 그동안 학교에서나 복지기관에서 자기주장과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 배우고 익혔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더군다나 성적인 문제로 가면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입니다. 학교나 복지기관에서 자기주장과 자기결정권을 가져야 된다고 배우고 연습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러한 일이 생기면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은 인정받기가 힘듭니다. 드라마에서도 지적장애인인 신혜영씨가 압박과 스트레스로 재판 중 증인석에서 엄마한테로 뛰쳐들어갑니다. 그래서 증언의 효력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설사 제대로 증언을 하였다고 해도, 피고인 '제비같은 나쁜새끼' 양정일을 정말 사랑했고 고소는 엄마가 시켜서 한것이다라고 증언했다해도 인정받지 못했을거 같습니다.

법으로는 발달장애인은 보호대상이지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갖춘 주체로는 잘 봐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증인으로 나온 정신과의사의 말처럼 장애를 가진 경우는 악의적인 접근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몇번이고 같은 수법에도 속아넘어가고, 드라마의 신혜영씨처럼 나쁜 사람이라는걸 알면서도 좋아하고 사랑하고 합니다. 그걸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고, 스스로 사랑을 선택하고 할수 있도록 해줘야 된다고 생각을 할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수 있는 발달장애인부모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드라마속의 신혜영씨의 모친이 대변해줍니다.

"나는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우리 혜영이 지켜야 돼요.
순진하고 만만하다 싶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우리 애 몸이고 돈이고 마음이고 다 뽑아 먹으려는 나쁜 새끼들한테서 우리 새끼 어떻게든 지켜야 된다고요."


드라마속에서 지적장애인인 신혜영씨의 모친은 다소 표독스럽고 거칠게 표현되어졌습니다. 물론 이 거친 세상풍파속에서 지적장애인의 딸을 가진 모친으로서 충분히 가능한 캐릭터고 실제로 저런분들도 꽤 존재합니다. 근데 자칫 마치 강남의 드센 엄마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질까봐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얌전하고 소심한 엄마라고 해도 딸에게 저런일이 생기면 저렇게 될거 같습니다.

만약에 내딸에게 저런일이 생긴다면 이라고 상상해보면 오히려 드라마속의 신혜영씨 모친은 얌전한 캐릭터인거 같습니다.^^

"하지만 장애인한테도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는 있지 않습니까?
신혜영씨가 경험한 것이 사랑이었는지 성폭행이었는지 그 판단은 신혜영 씨의 몫입니다."


그래서 우영우의 위와 같은 대사에는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말은, 문장은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세상 어느 부모가 나쁜 남자와 사랑하려는 딸을 내버려둘수가 있을까요?

더군다나 발달장애인의 딸이 나쁜 남자라도 내가 선택해서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전 거기에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장애아의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비장애인도 나쁜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상처받고 실패하고 그러죠. 비장애인도 이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불같은 사랑을 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알게 되는 경우도 많죠. 장애인의 경우는 더군다나 제딸아이와 같은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신혜영씨 모친이 말한것처럼 이용하려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만 친절과 호의를 베풀어주면 막내사탕에 이끌려 따라가는 어린아이가 됩니다.

그건 이용하기 위한 미끼이지 사랑이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이용당하고 버려지게 되는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신혜영씨처럼 제딸아이도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할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사랑은 정말 힘듭니다. 드라마에서 우영우도 이렇게 말하죠.

"장애가 있으면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거 같습니다.
내가 사랑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게 되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당사자인 장애인의 장애정도와 자기방어능력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에서 신혜영씨는 지적장애 3급정도이거나 경계성발달장애인이라 생각합니다.

진술능력도 그렇고, 피고와의 채팅기록을 봐도, 또 혼자서 바리스타학원을 다니는 것을 보면 거의 경계성 발달장애인이라고 보여집니다. 이정도면 발달장애인 중에서는 지적사고능력이 아주 높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충분한 자기방어능력은 부족하다고 정신과전문의는 진단하였고, 성적자기결정권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증언하였습니다.


지적장애인인 제딸은 가끔 누구와 결혼할거라고 하고, 누가 좋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전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수가 없습니다. 먼저 과연 사랑이 뭔지를 과연 제 딸이 알고 있을까 의심스럽습니다. 어쩌면 사랑의 대상보다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대상이 필요한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꼭 그 상대방이 아닌, 아무라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에게 관심을 계속 가져주는 이성이 필요한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특정대상이 아닌 불특정다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딸아이의 경우도 결혼할거라는 상대방이 자주 바뀝니다. 마치 유치원 어린아이가 날마다 결혼할거라는 상대방이 바뀐다든지, 선생님이랑 결혼할거라든지 그런거와 조금 비슷합니다.


저희 딸아이는 정말 사랑을 하고 싶은걸까요? 할 수 있을까요?

그럼 누구와 연애를 해야 하나요? 같은 발달장애인? 지체장애인? 비장애인?

그 누구와도 쉽지가 않습니다. 장애인이, 특히 발달장애인이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한다는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우영우 같은 이정도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서번트증후군의 자폐인에 이준호 같은 천사표 청년이라면 가능할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두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더군다나 이런 두사람이 만나서 연애를 한다는것 자체가 제가 보기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단 우영우가 과연 장애인일까하는 의심도 지울수가 없습니다. 장애인등록은 하였을까요? 아마 신청해도 안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우영우가 5살때 진단을 받은건 취학전이었으며 그때는 언어가 되지 않아서 그런 진단이 나올수가 있겠지만, 그후 우영우가 말을 하고 법전을 달달 외우고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된다면 아마 장애진단이 나오지 않았을겁니다. 어쨌든 현재 한바다의 변호사인 우영우는 재검진을 받는다면 장애등급을 받지는 못할겁니다.

최소한 제주위에서 이런 서번트증후군의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림을 제법 잘그리거나 절대음감에 가까운 청각능력이 있는 아이는 보았지만 그것이 장애를 넘을수 있는 무기나 능력이 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딸아이가 얼마전 22살의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완벽한 성인입니다. 그런 제딸이 어느날 누구와 같이 살기로 했다며 결혼한다고 혹은 집을 나가서 그남자랑 같이 살거라고 하지는 않을까 두렵습니다. 법적으로 성인임을 주장하며 고집피우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딸아이의 상대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전 의심하고 또 의심할것입니다.

원래 전 쿨한 성격입니다. 나름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제도나 이념에 묶이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장애인의 아빠로서는 이념이니 사상이니 논리보다 무조건, 무작정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서 전 딸아이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누구든 의심하게 될것 입니다. 누군가 내 딸아이를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을까, 속이려고 하지는 않을까하는 의심이 계속 들것입니다.

내딸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서 이해하고 존중해주며 아껴줄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한편으로는 설사 상대방이 '제비같은 나쁜 새끼'라고 할지라도 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내딸아이도 맘껏 사랑할수 있게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되는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곧 그건 이념의 허울이고 사고의 사치라고 결론냅니다.

자기방어력이 취약한 발달장애인의 내딸을 위험에 둘수는 없습니다. 위험성이 적은 상황과 환경에서 힘껏 딸아이의 자기주장과 자기결정권을 펼칠수 있도록 도와줄것 입니다. 그러나 위험성이 존재한다면 또한 힘껏 딸을 보호할 것입니다.

그러다 만에 하나 정말 좋은 사람과 딸이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하늘에 감사하며 지켜볼 것입니다. 물론 의심의 눈초리가 아닌, 따뜻한 눈빛으로 응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힘껏 외칠겁니다.


"내딸, 축하한다. 맘껏 사랑해라. 아빠가 항상 너의 뒤에서 지켜줄거다. 내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