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학교 vs 특수학교
장애아의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아니 몇번을 고민했을 문제입니다.
일반학교를 가서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며 일반교육을 받고, 때로는 도움반/특수반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특수교사한테 교육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전문화된 특수학교에 가서 특수교육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인가?
일반학교를 선택한다는것은 통합교육을 받고 싶다는 겁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 유형·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또래의 비장애인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개별적인 특수교육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통합교육의 최대의 장점은 사회적응능력을 키우고 모방학습을 통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일겁니다. 통합교육은 1960년대후반에 시작된 '정상화의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정상화의 원리'란 가능한 한 장애인의 생활도 비장애인이 경험하는 생활과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장애인학생에게도 비장애인학생이 경험하고 누리는 환경을 비슷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통합교육인 것입니다.
사실 전 이 정상화란 말 자체가 지금봐서는 차별의 개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정상화의 원리에는 정상인이라는 단어가 존재했습니다.
즉 비장애인=정상인, 장애인=비정상인이라는 의식이 있었던거죠. 그러니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다보면 나아지거나 좋아질 수 있다라는...
물론 기본적으로는 차별하지 말고 장애인도 똑같은 혜택과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겠죠. 그래서 장애인을 위한 교육의 목적 및 수단과 비장애인을 위한 교육의 목적 및 수단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 통합교육의 이념입니다. 한국에서도 통합교육이 실시된 이래도 많은 성공 사례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실제로 제 주위에서도 말을 못하던 아이가 통합교육의 학교에 가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든지, 해가 갈수록 몰라보게 주위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해가는 아이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전 한국의 현재의 통합교육에는 많은 문제점을 느낍니다 .
제가 보고 느낀 우리의 통합교육현장은 장애인의 부모로서는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습니다.
먼저 일반학교의 선생님들은 장애아동이 자신의 학교로 오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고 지침이 내려오니 어쩔수 없이 받는 거지만 반길 이유가 없습니다. 일반학교들이 장애아를 받는다고 해도 전혀 득이 될게 없으니까요. 돌보고 신경써야할 과제를 맡은 느낌이랄까...
일반교사들은 장애아의 조그마한 문제, 아니 불편이 생기더라도 금방 특수교사에게 연락합니다. 마치 학교에서 넘어지거나 다치면 금방 보건실로 보내는 것처럼 장애아를 특수반에 떠 넘깁니다.
비장애 급우들은 장애아와 같이 생활하면서 통합되고 더불어 사는 연습을 하기 보다는 학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거나 장애아를 위해서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고있는 듯 합니다. 그러니까 학교나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장애아가 학교에 옴으로써 어떤 좋은점을 느끼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입시위주의 교육현장입니다. 비장애인들도 학교다니기 힘든 나라입니다.
그곳에서 장애아들은 분리되고 배제되는 연습을 합니다. 냉정한 현실을 보았을때는 그것 또한 사회적응훈련이 될수도 있을겁니다. 원래는 원반(출석부에 기재된 원래의 반)수업참여을 많이 하고 수학이나 영어 등 장애아가 적응하기 힘든 과목시간에만 특수반을 간다든지, 될수있는 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환경에서 같은 교육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온종일 특수반에서 생활하다 돌아오는 장애아도 많습니다. 하물며 체험활동이라든지 수학여행 같은 행사에도 장애아는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사진행이 안된다든지 장애아의 안전문제를 이유로 사실상 배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군다나 특수교사가 없는 학교도 많습니다.
저는 왠지 그냥 의무제로 장애아를 일반학교에 떠맡기는 듯한 인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일반학교는 의식, 제도, 시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충족되지 못한 상황에서 통합교육이란 명목으로 장애아를 떠맡은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에는 절대적 특수학교의 부족도 한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비해 특수학교는 절대적으로 모자랍니다. 지역내에 특수교육대상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피시설처럼 여겨지는 특수학교를 설립하지 못해 많은 장애아들이 몇시간에 걸쳐서 원거리통학을 해야 하는게 현실입니다. 지방의 경우는 더욱 심합니다. 그래서 장애아들은 더욱 일반학교 특수반으로 보내지는 것입니다.
제 딸아이는 15년전 지적장애3급의 판정을 받고 특수교육대상자가 되었습니다.
그때도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당시 해당 지방교육청담당자는 통합교육을 권했습니다. 주위에서도 그냥 일반학교를 보내자고 했죠. 왜냐하면 아직 어려서 비장애아동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거나 많이 다르다고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지적장애3급으로는 특수학교에 갈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원이 정해져 있기때문에 보통 1급을 받은 장애아동들이 가고 2급만 되어도 지원해도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도적/법률적으로 가능하나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앞에 있는 일반학교로 보냈습니다. 그렇게 중1때까지 통합교육을 받았습니다.
결과는....좋지 않았습니다. 딸아이는 점점 학교에서 부적응자가 되어 갔습니다. 점점 난폭해지고 문제를 일으키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중학교1년은 딸아이에게 무척이나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특수반에서조차 딸아이을 어찌할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딸아이는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딸아이는 분리되고 배제되는 것에 분노했습니다. 지적장애아들은 관계에 대한 욕구가 강합니다.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그렇지 못함에 딸아이는 화를 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무 이유없이 딸아이가 화를 내고 욕을 하고 난리를 쳤다고 합니다. 딸아이는 아이들이 자기를 왕따를 시키고, 자신한테 욕을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그런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냥 갑자기 제딸아이가 난폭해졌다고 합니다. 추측컨대 아마 아이들이 제 딸아이에게 욕을 하지는 않았을겁니다. 최소한 교실같은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아마도 그냥 아이들의 태도와 눈빛에서 제딸아이는 자신을 욕하거나 무시하고 배제한다고 느꼈을겁니다. 세상에는 실제로 장애아에게 신체적/언어적 폭력이 가해지거나 따돌림, 무시 등 정서적 폭력의 일들도 일어납니다.
아이들은 때로는 어른들보다 훨씬 잔인합니다. 이러한 학교문제는 비장애인아이들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저희는 언론보도나 경험에서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결국 딸아이는 중학교1학년까지의 통합교육의 아픔을 안고 특수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저희는 서울에서 살고 있으나 서울시내의 특수학교는 어느곳도 받아주지 않아서 딸아이를 지방으로 보냈습니다. 그 과정 또한 길고 험난하여 다 이야기 할 수가 없네요.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통합교육으로 효과를 본 아이들을 주변에서도 몇명 보았습니다. 딸아이의 친구로 같은 발달장애아였던 아이는 정말 몰라보게 성장했습니다. 동네에서 우연히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왔을때 전 그아이를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축하해주고 부러워했습니다. 흐뭇하기도 했구요. 그러면서 딸아이와 비교되어 한숨도 나오더군요. 부모의 심정은 비장애인부모든 장애인부모든 상관없이 같은가봅니다.^^
특수학교는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자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지방일수록 더욱 특수학교는 없습니다. 특수학교의 부족과 그로인한 설립문제는 여러분들도 언론을 통해서 잘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다니고 싶어도 다닐수가 없는 것입니다. 제딸아이도 전국으로 수소문해서 자리가 있고 받아주겠다는 특수학교를 찾아서 보낸 것입니다.
특수학교는 특수교사에 의해서 전문화된 특수교육을 받습니다. 학교도 장애에 맞는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한 반에 6명으로 적은 인원으로 교육을 받습니다. 보통 담임선생님과 보조교사, 그리고 공익근무요원이 배치되어 3명이서 6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봅니다. 그러나 이건 최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공익근무요원도 각반마다 배치되는 것도 아니고 보조교사도 없는 반이 수두룩합니다. 최근에는 특수교사도 부족현상이라 이미 퇴직한 선생님이 기간제교사로 다시 담임을 맡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특수학교를 망설이게 되는 커다란 요인 중의 하나가 부모의 거부감입니다.
처음 아이가 장애진단을 받았을때, 그리고 장애인등록신청 할때의 느낌이 다시 살아납니다. 그리고 부정하고 싶어집니다. 내가 내 아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그냥 일반학교에서 비장애인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좋아질 수도 있고 더 많은 배움의 기회가 있을텐데 내가 특수학교로 아이를 보내버리면 그러한 기회를 막는것이 되는것은 아닌가? 여기서 특수학교로 보내면 우리 아이는 영원히 장애인으로 살수 밖에 없는거 아닌가?
이러한 죄책감 내지는 낙인감 같은 종류의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실제로 어떤 부모님은 아이가 특수교육대상자로 배정받고나서 해당 장학사한테 전화로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고 합니다.
"부모가 좀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지적장애2급이면 충분히 일반학교로 가서 통합교육을 받으면 되는데, 일반학교 보내면 숙제며 행사며 여러가지로 부모가 힘들거 같으니까 특수학교로 보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부모가 더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이것저것 해서 아이가 나아지도록 노력해야 하는거 아닌가? 아이를 위해서 통합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결국 정말 내가 그런가하는 죄책감이 들고 아이가 일반학교에 다닐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겠다라는 생각에 일반학교로 진학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2년을 다니고 특수학교로 전학을 희망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희 딸아이가 중학교 진학할때도 저희는 처음에는 특수학교를 희망했으나 결국 장학사의 설득에 통합교육을 택했습니다. 그때 딸아이의 초등학교 특수교사선생님께서는 많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왜 그렇게 쉽게 납득하셨냐고...더 주장하고 부탁하고 하시지 그랬냐고...그 선생님도 보신 딸아이의 일반중학교생활의 미래를 부모인 저희들은 보지 못한거죠. 아주 보지 못한것은 아니었지만 특수학교를 보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고 어쩌면 우리 딸아이도 좀더 통합교육을 받다보면 비장애인과 어울려 생활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지 않을까하는 현실적 근거가 약한 희망감에 일반 중학교를 보냈습니다.
보통 특수학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전공과 과정까지 계속 그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간에 일반학교로 전학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반면 통합교육의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로 전학오는 경우는 종종 봅니다. 그러나 보통 일반학교간의 전학과는 비교가 안되게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 특수학교에서 일반학교는 전학이 힘듭니다. 학교측에서 잘 받아줄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처음 초등학교 입학할 때 어느 학교를 선택할 것인가는 장애아부모에게 있어서는 아주 중대한 고민입니다. 특수학교도 문제점은 많습니다. 특수학교에서는 학생 한명 한명별로 전문화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장애아동 저마다 각기 특성이 다르고 학업능력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아이와 전혀 말을 할 수 없는 아이가 같은 반에 있으니 저마다의 교육이 필요한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국부모연대 등 관련 사회단체에서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개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원수를 줄이고 교육인원을 보충해서 실제로 제대로 이루어지는 교육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수학교는 그들만의 섬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학교란 아이들에게 가장 커다란 사회이지만, 특수학교의 경우에는 비장애인과의 교류가 아무래도 거의 없다보니 고립될 수가 있습니다. 학교를 특수학교에 다니고, 그리고 학교가 끝난 후 교육도 언어치료, 감각치료, 특수체육 등 특수교육분야에서만 이루어지다 보니 비장애인과의 교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특수학교에서 사회적응훈련이라든지 여러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초등학교부터 전공과까지 계속 특수학교에 다니게 됨으로 성장기에 따른 또래의 비장애인과의 교류가 적음으로 교감하거나 협동하여 진행하는 부분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통합교육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현상태의 통합교육에는 반대입니다.
모방학습의 효과만을 기대하고 통합교육의 일반학교로 보내기에는 너무 많은 위험과 역효과가 존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통합교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반반인 통합교육입니다.
학생수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수가 반씩이어야 하며, 그럼으로 인해 교사들의 숫자도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반씩 있어야 합니다. 학교시설은 물론 장애인이 생활하기에 불편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느 한쪽의 소수가 다수에 포함되거나 동화되는 것이 아닌, 각기 다른 문화가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장애인학생들이 장애인학생을 돌봄의 대상이나 배려의 대상이 아닌 같이 공존하는 대상으로 여겨야 합니다.
특수교사도 일반교사의 마치 보조교사처럼 취급되어 지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의논하여 교육목표와 학습과정을 세워야 합니다.
특수학교를 새로 지울려고 할것이 아니라 일반학교를 완전통합학교로 보수정비하여 쓰면 됩니다.
옛날에 남학생학교와 여학생학교가 분리되어 있었지만 그러한 학교들이 남녀공학의 학교가 되고 현재에는 대부분의 학교가 당연한 것처럼 남녀공학의 학교가 되었듯이 그렇게요...
지금까지 일반학교와 특수학교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선생님입니다.
헬렌켈러의 스승이신 설리번선생님은 너무도 유명하죠. 설리번 선생님이 없었다면 저희가 아는 헬렌켈러도 없었겠죠. 일반학교든 특수학교든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장애아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선생님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건 비장애아의 부모님들도 느끼시겠지만 특히 장애아의 부모님들은 크게 공감하실것 입니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건 일상생활에서 장애아이는 크게 달라집니다. 삶이, 인생이 달라지기도 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장애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선생님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바르게 인지하고 그 아이에게 맞는, 그아이를 위한 교육을 열심히 해주시는 그런 선생님을 만나면 아이는 정말이지 크게 성장합니다. 물론 장애아의 경우는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언제 갑자기 그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그러한 교육의 효과는 항시 그아이속에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또 무척이나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일반학교건 특수학교이건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부모님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학교건 집이건 그아이에 맞춰진 일관된 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가장 효과가 높은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장애아 부모들끼리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장애아를 맡긴 부모가 죄인이라고...
장애아부모들은 항상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러면서 항상 고개를 숙입니다. AI로봇처럼 고개를 숙이며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신 말합니다. 생각하고 한다기보단 본능이나 습성처럼 그러고 다닙니다. 저희 동네의 장애아의 할머니는 한달이나 두달에 한번씩 큰 종이박스에 과자를 담습니다. 그리고 그걸 손자가 다니는 학급에 보냅니다. 계속 그럴 필요없다고, 그만해도 된다고 주위에서 만류하여도 할머니는 몇년째 계속 과자상자를 보냅니다. 할머니의 손자는 자폐아이로 계속 몸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자신의 손자때문에 그학급의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얼마나 고생하겠냐고 미안해서 안된다고 하시면서 계속 보내십니다.
저도 이상하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딸아이와 관계된 모든 곳, 모든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그렇게 크게 미안할 것도, 감사할 것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
다른 곳에서는 별로 고개를 숙여 본 적이 없고, 미안한 마음이 들만한 일을 한 적도 없는데 딸아이와 관계된 곳에서는 항상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다른 비장애학부모들은 학교에 따지기도 하고 이것저것 큰소리도 낸다고 해서 요즘 선생님들은 힘들다고 하는데 전 비행청소년의 부모가 학교가 불려가듯이 딸아이 학교만 가면 주눅들고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소리치고 난동피우는 것은 딸의 장애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교육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장애아의 교육은 정말 예측이 안되고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 짙은 안개길 같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봐도 답이 보이질 않습니다. 어쩌면 제가 죽을 때까지 답을 못볼 것도 같습니다.
그렇지만 딸아이는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안보이지만 어느쪽이냐 물으면 나아지고 있는 쪽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아지는 건지, 그동안의 교육의 효과로 나아지는 건지 좀 헷갈립니다.
제 딸아이는 책을 좋아하고 공부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책은 처음 몇장만 보고 공부도 10분정도 하다 말지만 그래도 제 딸아이는 책이 좋고 공부가 좋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희집엔 오늘도 새책같은 헌책들이 쌓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