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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움 Aug 15. 2022

내가 전하고 싶었던 말

지금의 나라면...

감사하게도 아이의 학습이나 신체활동에는 거의 불편함이 없지만, 외모에서 보이는 두드러진 특징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집중된 시선, 놀이터에서나 학교에서 또래들의 놀림, 손가락질하거나 수군거리는 사람들, 호기심 가득 찬 질문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1
아이가 어렸을 때 공원을 걸어가는데, 아이와 남편이 앞서서 걷고 있고 그 뒤에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걷고 있었고, 그 뒤에 내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님이 내 뒤쪽으로 좀 떨어져서 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아이가 멈춰 서서 우리 아이를 가리키며 자신의 부모님을 향해 ''엄마 저기 이상한 아이가 있어요!''라고 소리쳤다. 그때 내가 그 아이 옆을 지나가면서 ''네가 더 이상해''라고 하며 지나갔는데, 그 아이는 눈을 똥그랗고 뜨고 나를 쳐다보았고, 그 의미가 불확실하지만 우리 아이는 나를 뒤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나는 그 장면이 계속 생각이 났고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나도 그런 말을 하는데 큰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그냥 보이는 데로 느끼고 말을 했을 뿐인데 내가 꼭 그렇게 반응을 해야 했을까 후회가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런 상황에서 내 아이도 보호하고, 그 아이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지혜로운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내가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친구의 모습이 너랑 달라서 이상하다고 생각했구나. 그런데 우리는 모두 다르게 생겼어. 키도 다르고, 얼굴 모습도 다 다르지? 머리카락 자라는 속도도 사람마다 다르단다.



#2
아이와 함께 집 앞 건널목에 서 있는데 우유를 판매하시는 분이 우유 시음을 권했다. 나는 괜찮다고 거절을 했는데, 갑자기 그분이 ''아이 머리가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이상하네!''라는 말을 했다. 마침 신호등이 바뀌어서 그냥 대꾸 없이 지나갔고, ‘저런 말을 왜 하는 거야! 남의 일에 신경 좀 끄지!'라고 중얼거렸는데, 내 옆에 있던 아이가 '그러니까...'라고 했다. 이후 그런 상황에서 그냥 무시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뭐라고 대응을 해야 좋은 것인지, 아이와는 어떻게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굳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유사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저희 아이는 아프거나 이상한 아이가 아니에요. 그냥 머리카락이 좀 늦게 자랄 뿐이에요.




#3
어느 날은 ''어머 아이가 외국 아이인가요? 엄마, 아빠는 한국인인데, 특이하게 생겼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나는 침묵을 선택하고 ''아.. 네..'' 하며 무시하고 화제를 돌렸었다.


그날 저녁 나는 이렇게 말을 할 걸 하며 아쉬워했다.



저희 아이가 엄마, 아빠보다 잘생겼다는 말씀이시지요?


#4

아이가 새 학년이 되면 늘 긴장이 된다. 새롭게 만난 친구들이 혹시 놀리지는 않는지, 새 담임 선생님이 아이를 부담스러워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는 것이다. 2학년 초기에 반 친구들 여러 명이 아이의 외모로 놀린 적이 있다. 아이는 당시 눈물만 흘리며 꾹 참았고, 며칠이 지나서야 그 이야기를 했는데 이유는 엄마가 속상해할까 봐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아이는 기분이 너무 나빴고, 친구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나는 일단 감정을 읽어주고 나서 해결책을 주려고 했다. ''하지 마!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해봐.''라고도 했다가, ''그냥 무시해. 그런 아이도 있어. 모든 아이랑 다 잘 지낼 필요는 없지.''라고도 하며, 사실은 나도 뭐가 좋은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가르치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정말 속상하고 슬펐지?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을 거야. 엄마도 어렸을 때 친구들이 모나리자라고 놀려서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었어. 엄마 눈에는 우리 아들이 제일 잘생겼는데, 머리카락이 없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친구들도 너에 대해서 곧 알게 될 거야.


라고 안정감을 주고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걸 더 많이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아이를 통해서 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말을 바꾸고 싶었고,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나와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자신의 외모를 수치스러워하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거나, 관계에서 고립됨을 느낌으로서 부정적인 신념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책을 읽고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회에서 상처를 받고 외로움을 느꼈을 때 그것을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그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다 다르고 특별한 존재이며, 또한 누구나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희귀 질환자와 그 가족들이 사회에 잘 연결될 수 있도록, 그리고 가정 내에서도 정서적으로 잘 연결될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들이 커서도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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