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질환을 알고 난 후 앞으로 어떤 일들을 예상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잘 보살피고 키울 수 있을지 경험자에게 물어보고 답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환우회 모임을 찾았지만 이 질환은 없었다. 혹시라도 개인이 남긴 글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여 네이버, 다음, 구글로 키워드 검색을 하고 한국 희귀 난치성 질환 연합회나 희귀 질환 관련 사이트들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러다 몇 분의 이메일 주소를 알게 되었고 궁금한 점들을 문의를 해보았다. 다행히도 친절하게 답을 해주셨고 더불어 위로와 용기를 받았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에 있는 National foundation과 Society를 알게 되었는데, 이러한 단체들이 모두 질환을 가진 한 아이의 엄마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후원을 받아서 질환을 알리는 캠페인을 열거나 교육자료들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하고, 1년에 한 번씩 Family day를 개최하여 여러 가족들이 만나는 자리도 갖는다. 각 전문의들과 협력하여 유전자 검사나 진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Medical Advisory Board 가 있어서 의학적 정보를 안내하거나 신약 개발에도 관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이메일을 보내면서 나의 상황을 이야기했을 때 그녀는 나에게 슬퍼하거나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질문에 아주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나는 그녀의 이메일이 너무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고, 정기 뉴스레터도 받고 있다.
그러다 문득 환우 카페를 만들어보라는 유전학과 담당의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처음 이 질환을 알게 되어 슬픔과 두려움으로 인터넷을 떠돌고 있을 나와 같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리고 나도 도움을 받기 위해서 카페를 만들었다. 외국의 자료들을 번역해서 올리기도 하고 내가 찾은 논문들을 정리해서 올렸다. 그리고 아이의 진료 상황도 공유했다. 한 분, 두 분 모일 때마다 정말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경험을 나누고 공감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 카페 가족들로부터 그러한 공간을 만들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나도 외국의 사례처럼 더 큰 단체를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 외국은 환자수가 많아서 필요성이 더 컸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도 좀 더 조직적이고 많은 활동을 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직은 내가 개인 생활과 본업으로 여유가 많지는 않지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