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들을 웃어 넘기는나의 마음을 너는 모르겠지 너의 모든 걸 좋아하지만지금 나에겐 두려움이 앞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너를 가로막고는 있지만 날 보고 웃어주는 네가 그냥 고마울 뿐이야 너는 아직 순수한 마음이 너무 예쁘게 남았어하지만 나는 왜 그런지 모두가 어려운 걸
세상은 분명히 변하겠지 우리의 생각들도 달라지겠지 생각해봐
어려운 일 뿐이지
나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을 때로는 외면하고 얼굴을 돌리는 걸 넌 느끼니 너를 싫어해서가 아니야
너를 만난 후 언젠가부터 나의 마음 속엔 근심이 생겼지 네가 좋아진 그 다음부터 널 생각하면 깊은 한숨뿐만 사랑스런 너의 눈을 보면내 맘은 편안해지고 네 손을 잡고 있을 때면 난 이런 꿈을 꾸기도 했어 나의 뺨에 네가 키스할 땐 온 세상이 내 것 같아 이대로 너를 안고 싶어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일이 네 앞에 버티고 있잖아 생각해봐
어려운 일 뿐이지
네가 접하게 되는 새로운 생활들과 모두가 너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니 너는 이런 내 마음 아는지
조그마한 너의 마음 다치게 하긴 싫어이러는 것 뿐이지 어른들은 항상 내게 말하지 넌 아직도 넌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일이 더 많다고 네 순수한 마음만 변치 않길 바래
-'너에게', 서태지
한때 종일 '너에게'를 들은 날이 있었다. 가사는 평이하고 직설적이라 두고두고 생각할 의미같은 건 없는 것 같은데 계속 이 노랫말이 맴도는 것이었다. 한 번은 주차를 하며 이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아, 나의 순수함은 떠나갔구나', 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나의 사춘기 무렵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던 서태지를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너에게'를 부르는 서태지의 목소리가 참 좋다고 느낀다. 가장 좋아하는 성시경의 목소리보다 '너에게'에서만큼은 서태지가 좋다. 이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서태지의 목소리와 같은 '소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노래의 목소리는 자신을 좋아하는 소녀를 향해 '너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만' 너의 '시선을 때로는 외면하고' 얼굴을 돌린다. 그것은 '너를 싫어해서가 아니'고 '세상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며,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지금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거나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는 낙관 대신 어떤 사랑도 현실을 극복할 수 없으리라는 '사랑의 힘이 가진 한계', 사랑이 어느 시점엔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불안정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는 시점이 노래의 대상이 되는 '너'뿐만 아니라 노래 목소리의 주인인 '나'가 무척 순수한 때라는 것이 뭉클하다. 어른들에게 '넌 아직도 모르는 일이 더 많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 나는 나보다 더 순수하게 여겨지는 존재인 '너'의 순수함을, 천진함을 지켜주고자 한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음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채 꺾어 버릴 수는 없네 미련 남길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 동안 새 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번 영원히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미루진 않을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잔나비
어떤 문화 생활도 사치가 되어버린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잔나비의 가사는 운전하며, 세수하며, 설거지하며, 옷을 입으며 종일, 몇 주째 따라다닌다.
'연인들'의 목소리도 현실의 힘을 알고 있다. '서둘러 뒤돌'아 버려야 할 '그날'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인식과 불안. '연인들'도 '너에게'와 마찬가지로 '사랑의 불안정성'을 알고 있다. 사랑은 영원히 피어 있는 꽃이 아니라 '피고 지는 마음'이리라. 그럼에도 이 목소리는 당시에게 말한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니 '당신도 스윽 훑고 가시'라고. '연인들'의 목소리가 '당신도'라고 표현했지만 물론 아무에게나 마음이 열려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나의 '자라나는 마음'은 당신만을 향한 것이지만 당신에게 나는 어렵지 않은 곳에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와 달라는 인사이리라. 잔나비에게 '밤'은 현실로부터 멀어져 두 사람의 사랑을 비밀로 새길 수 있는 시간인가 보다. ('밤의 공원'에서처럼)
내 사랑은 어쩌면 영원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 사랑에 관한 꿈을 '영원히' 꾸지만 이전이 사랑의 경험과 이별이 있었음은 '또 한번 영원히',나 '또 같은 꿈' 의 '또'를 통해 드러난다. )
그럼에도 꿈을 미루지 않겠다는 '연인들'의 목소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힘이 현실 앞에서 얼마나 미약한지, 사랑이 얼마나 불안전한 것인지, 그래서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진다.
잔나비의 노래가, 그리고 가사를 쓴 이의 마음이 무척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현실의 벽 앞에 선 많은 사람들, 청년들, 사랑의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들, 그 모든 순수함들에게 '그럼에도' 용기를 주고 싶어하는 마음, 위안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
나는 더이상 어리지도 않고 순수하지도 않은데 왜 이러한 노랫말의 물결 속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걸까. 나에게도 아직 꿈이 있고, 꿈꾸기 어렵게 만드는 사소하고도 중요한 여러 현실이 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