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누군가에게,

또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포기해야 했던 누군가에게

by 쉼표

○ ○ 님, 안부 게시판이 있었군요. 그냥 선생님께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엔 혹시나 부담스러울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잠깐 하소연 글을 올립니다.


선생님, 교직을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 어떤 것을 선택함으로써 잃게 된 것에 대한 다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지요. 저는 요즘 그 어떤 것도 버리지 못해 두렵습니다. 주말부부이고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데에다가 저는 왜소한 체격이에요. 여기까지만 해도 대체로, '힘들겠다.' 합니다. 학교에서의 생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것 같아요. 너무나도 정신없이 바쁘고 학년에서는 여러 선생님들이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따로 만나는 가운데 저 혼자 끼지 못하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행복한 것 같아요. 사실 수업 시간이 대체로 즐겁다는 것이 문제일 수도, 다행인 것일 수도 있겠네요. 올해는 책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동료 국어 교사도 있어 그 즐거움도 있고, 따로 만나지는 않지만 교무실에서도 다정하고 밝은 동료 교사들이 있으니 좋고요. 우리 집 아이들은 얼마나 예쁜지, 정말 모든 일에 행복의 유통기한이 있는 것 같은데 아이가 주는 행복은 유통기한 따위가 없죠. 언제나 처음처럼 내 아이들이 예쁘고 아직까지도 나의 정체성은 아이 엄마로서 확고하게 느껴지니까요.


그것이 모두 문제인 걸까요. 두 가지가 모두 소중하여 두 가지를 모두 해내지 못하는 상황이, 두렵습니다. 선생님, 어쩌면 저는 저의 이 어려움이 선생님께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도 몰라요.

늘 다짐하고, 위로하곤 하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괜찮다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고. 자기 연민에 빠지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해도 자꾸만 슬퍼지는 제 마음이 싫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위로해도, 아무리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해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저의 어려움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죠. 다들 그렇게 산다지만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고 사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내가 힘들면 힘든 거잖아요.


물론 어떤 날은 여유가 있습니다. 엄마가 와 주시는 날은 집 안이 정돈되어 있고, 또 학교에서의 일정이 좀 더 여유로워 체력이 남아 있을 때는 집안일의 효율도 높아지니까요. 그런 어떤 날 아이들 저녁을 배달 음식으로 시키고 공부를 시키며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런 날, 그렇게 하는 날은 여유롭죠. 할 만하다, 싶은 날도 있어요. 그런데 겨울이 다가오면 저는 체력이 떨어집니다. 밤 9시, 10시까지 단 한 순간도 나를 위해 쓰지 못하고, 잠깐 쉬더라도 딱 일할 만큼의 체력을 충전하여 이것저것을 하고, 이후엔 잘 준비를 하여 10시쯤 누울 때. 그런 날이 이어질 때.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을 해 주지도 못했고 간식도 주지 못했고 아이들 공부를 제대로 시킨 것도 아닐 때. 학교의 업무에 허덕이며 겨우 쫓아가고 있을 때,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해 지각을 하는 날들이 이어질 때. 이제 나이가 들어 중요한 업무를 해야 함을 느낄 때, 학교의 수업 시수가 점점 늘고 있어 내년에는 더 힘들어짐을 알았을 때. 이미 나는 포화상태이고, 잘하자고 노력해도 자꾸만 이 떨어지는 체력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첫째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있을 때.


교직을 그만두면 분명히 허무할 것 같은데 의지할 남편이 곁에 없고 오로지 혼자 짊어진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는 학교의 더 큰 업무들이 다가올 것임이 분명하여 얼마나 더 시달려야 할지, 두려워요. 집안일을 보아주는 분을 써 본 적도 있지만 그것이 크게 도움은 되지 않더라고요.(아마도 원래도 바닥이 더러운 걸 잘 참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정리 정돈은 잡다한 아이들의 물건 자리를 아는 제 몫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대안이 떠오르지가 않아요.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아침에 즉흥적으로 우울한 하소연을 해 봅니다. 누구에게도 주절거리지 못하는 말을 선생님께 해 봅니다. 이 우울한 하소연과 어울리지 않지만, 오늘 좋은 하루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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