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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Jul 18. 2022

저가항공 체험기:  울산 탐험 3

울산으로 가는 하늘길 덕분에  울산댁이 된 딸에게로 가는  나의 여정은 한결  수월해졌다. 

저가 항공의 출현으로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비행기의  거품이 빠지고 운송수단이라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해져 일반 서민 대중들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탑승했던  저가항공사 중  울산을 기반으로 해서 설립된 항공사가 하나 있다.

하이 에어라는 항공사이다.


이 항공사의 비행기는  프랑스  항공 제작사가  원래 72 석으로 제작한  소형 비행기를 50 인석으로  개조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항공기의  이코노미석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좌석과 좌석 간의 간격이  넓어서  비즈니스석을 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내로 반입할 수 있는 소형 캐리어를 기내 선반에 올려놓지 않고  앞 좌석 밑으로 밀어 넣어도 공간의  여유가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비행기 날개의 밑면이 올려다 보였다.  

비행기 날개가  동체 윗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비행기 날개를 올려다본다는 것이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비행기가 작다 보니  출입문의 높이도 낮고 좁아서   출국장 내 탑승구 통로와 연결될 수 없다.  

따라서 비행기가 정차된 곳까지  공항 내 버스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비행기 문에 부착된 작은 트랩의 계단을 통해 탑승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마다 항공유 냄새를 가까이에서 맡게 되는 것이 단점이다.

  

비행기 특성상  고도 비행을 할 수없어  5300 킬로미터라는 비교적 낮은 고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구름만  보이는 다른 비행기들과  다르다. 

또한 기차나 자동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도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한 마리 새가 된 듯  아니면  마치 거인이 되어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  비치해놓은 개발 모형을 내려다보는  듯했다. 

즉 하늘 아래  있는 모든 것들,  즉 산과 들과 강과 호수와  집들과 길과  자동차들이  정교하게 제작된 앙증맞고 귀여운 미니어처로 보였다.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세밀히 보다 보면 장점과 더불어  결점 또한 눈에 들어올 수 있다.  

그 결점들 마저도 사랑의 눈으로 감싸 안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가까운만큼 사랑하는 만큼 기대치가 높아져 욕심을 부리고 집착할 수도 있다.  

하늘 위 높은 곳처럼 아주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무심히 바라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하늘 위에선 모든 것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고만고만하고 모두  귀여워 보인다. 


비행기를 타고 20 분쯤 지났을까 싶은데 충주호라 짐작되는 아름답고 커다란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남해의 푸른 다도해를  옮겨다 놓은 것 같다.


비행기의 방향이 점차 동쪽을 향해 가는지  푸른 벨벳으로 감싼 삿갓을 엎어 놓은 것 같은 산줄기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던 지식이 새삼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할이 산지이며  동쪽에 높은 산맥이 자리하고 서쪽은 낮은 평야가 많은 이른바 동고서저(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다)의  지형을 갖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굽이굽이 길게  휘돌아가는 검푸른 물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낙동강이었다.  

곧이어 커다란 아름답게 정비된 시가지가 나왔다.  

대구인 듯하다.   

대구를 보니 곧 울산에  도착할 듯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태화강 지류 옆에 조성된 울산 비행장이 보이고  공항 근처에 딸이 사는 주공아파트가 보인다. 

그런데 곧 착륙할 듯싶던 비행기가 동해 쪽을 향해 가고 있다.  

바다 가장자리에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가  땅과 바다의 경계를 구분해 주고 있었다.  

바다 위에는 여러 척의 배가 장난감 배처럼 떠 있다. 항해 중인 배 주변에  하얀 포말이 일어나고 있었다.  


태화강과 바다로 이어지는 지역을  따라 길게 하늘색 지붕을 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보였다.  

항만에는 커다란 화물선이 떠있고  그 배 앞 넓은 선착장에 장난감처럼 보이는 자동차가 즐비했다.

커다란 원형통이  놓여 있는 곳은  자동차와 더불어  울산을 최대의  공업도시로 만든  정유 공장일 것이다.

마치 울산에 온 것을 환영하는 이벤트라도 벌이듯  비행기는 울산 시내를 한 바퀴 빙 돌기를 마친 뒤 무사히 착륙했다.


하이 에어의 단점이라면 기류 변화에 따라  비행기가 많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저렴한 항공료라는 장점을  누리는 만큼   이런 고충은 감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전문적인  훌륭한  비행술을  가진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고 있을 것이라  믿으니 마음  또한  편했다. 


내가 탈 때마다 50 인석의  하이 에어  비행기는 늘 만석이었다.  

그리고  화물을  부치는 손님이 많지 않아서인지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로  짐을 찾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비행기가 너무 작다 보니 화장실이 있을까 싶은데 있다.  꼭 필요한 것 즉 있을 것은 다 있다.   

야무지고 똘똘한 비행기이다.


내가 조선시대에  살았다면 아니 단지 십 년 전만 해도  울산으로 시집간 딸을  방문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참으로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충주호의 모습.  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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