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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Nov 16. 2021

스페인의 세계지도

태평양이 한가운데 있고 작지만 한국이 그 중심에 떡 버티고 있는 세계지도. 

내게 익숙했던 그 세계지도가 아닌 다른 관점의 지도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던 나의 고정관념. 

그런 나의 편견은 스페인의 세계지도를 본 뒤 와장창 깨져버렸다. 

마치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정중앙에 유럽이 있고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마주한 지도. 


유럽인의 시각에선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당연한 철칙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 지도에서 한국은 세계의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 위치한 조그만 나라이다. 

지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머나먼 극동지역의 그들보다 가난한 나라다. 

그리고 언제라도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해외에서 우리를 만난 외국인은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에서 왔는지를 꼭 물어본다. 

이어서 살기에 위험하지 않냐고 묻는다. 

폭탄 테러를 종종 경험하는 유럽인의 입장에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준전시 상태인 걸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이렇게 물리적인 거리만큼 한국은 유럽인에게 심리적으로도 낯설고 먼 나라였다.


인구 이만의 작은 도시 비토리아 거리를 걷다 보면 스페인 아이들이 우리들에게 치노(중국인을 일컫는 스페인어)라고 놀린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으로 양 눈 끝을 치켜올리는 시늉을 종종 하곤 했다. 

자기들에 비해 작은 눈을 가진 동양인들의 외모를 비하하는 제스처이다. 


물론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치기 어린 행동들이다.

대체로 스페인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편견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차별도 심하지 않은 나라이다. 


우리나라에서 백인을 보면 다 미국 사람으로 여겼던 것처럼 유럽인에게 동양인은 모두 중국인으로 보일 것이다. 

유럽인이 가장 많이 접했을 동양인은 13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인일 확률이 높다. 


중국인들이 머나먼 나라 스페인까지 흘러왔다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컸을 것이다. 

그리고 3D 업종의 일을 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중국인에 대한 첫인상과 더불어 동양인을 비하하는 풍조가 생겨났을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의 모 회사가 프랑스에 공장 건설을 검토했다 백지로 돌린 적이 있다. 

파리지앵의 반대가 극심해서였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구촌이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세계인들 간의 물리적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친밀도는 물리적 거리만큼 가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의 의식 속에도 우리나라가 중심에 있는 세계지도처럼 국수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 편견과 차별의식이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백인에겐 은연중 사대적으로 우호적이고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다르게 대했을 것이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어떻게 보일까?

검은색 안경을 끼면 검게 보일 것이고 빨간색으로 보면 빨갛게, 파란색으로 보면 파랗게 보일 것이다. 

안경 색 즉 세상을 보는 눈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인다.


자기중심적 시각으로 보는 가치관이 단지 세계지도에만 투영되었을까? 

정치, 경제, 문화, 외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히틀러나 트럼프의 경우처럼 자기중심적 세계관이 편협해질 때 편견과 차별이 나타나며 더불어 폭력이 난무하게 된다. 

그러나 그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포용적인 태도로 서로 소통하며 같음을 찾아내어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비전을 찾는다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둥글둥글한 지구본 위에 세계의 중심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미래의 세계에선 차별과 편견 없이 그 지평을 넓힌 유연하고 포용적인 둥글둥글한 열린 세계관을 가진 나라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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