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컵을 보며 낭만을

by 김현정

집에 컵이 하나가 있다.

남편이 선물받은 컵이었는데, 비싼 것도 아니고, 저렴한 것도 아닌

그냥 그런 깔끔한 컵이었다.

몇 번을 설거지를 하다, 식세기에 돌렸더니

손잡이가 날아갔다.

깨진 컵.

손잡이는 날아갔는데- 깨졌다고 하자니,

컵의 용도는 온전한 이 컵의 애매함.


버리자고 싱크대 한켠에 두기를 며칠.


컵인데, 그냥 쓰지 뭐.

하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손잡이가 없는 컵.

있었던 자리에 없어진 손잡이의 깨진 거친 자국을 보면서

사포로 문질러주었다.

뾰족함은 없고 둥글게 깎이긴 했지만, 여전히 남은 자국.


그래도 - 쓰는데 불편함은 없더라,

오히려 애착이 가더라.

손잡이가 사라졌지만, 컵의 용도를 다하는,

이 컵이 새삼 낭만있다고 생각했다.

예쁘게도 보인은 나의 컵이다.


오늘도 일하면서 내 책상 앞에 따뜻한 커피를 머금고 있는 이 컵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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