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조용한 시간을 즐기다.

by 김현정

종종 있는 일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일전에는 이런 날들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했다.


내가 나태해진 것인가. 나는 더이상의 발전을 꿈꾸지 않는가.

그런 불안감과 걱정은 시간을 천천히 보내면서부터 점점 사라져갔다.

나태함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고, 도태를 원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매일매일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다보니 진이 빠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멍하게 바라보는 창너머의 세상은 조용하다.

고요하고, 역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

그러다가 창문을 열어 고개를 빠꼼히, 난간에 머리를 툭하고 걸치고 보자면

그때서야 선선한 아침바람, 아침공기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창너머의 공기는 창 안에서 느낄 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세상은 꾸준하게 움직인다.

그 세상에서 나도 꾸준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인데-

이 참, 둘러보고 있자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가만히 굴러가는 세상을 볼 줄도 알아야하는데,

허우적거리느라 못 봤던 것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상을 바라만 보자-라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무슨말인가 하니,

내가 멈출 줄 모르니, 과부화가 걸린 내 몸과 내 정신이 나를 멈추게 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나태해진 것도 아니고, 더이상 발전을 꿈꾸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가만히 누워있기는 그래도 양심에 찔려서일까,

하던 집안일들을 다 내려놓는다.

가만히 앉아서 눈만 꿈뻑인다.

창밖을 좀 보다가, 재밌어보여 빌려온 책을 무심하게 잡아다가 몇 자 읽어보고,

눈을 감았더랬다.

참- 좋은 인생이다. 이런 한가로움과 여유를 느끼는 것이,

또 하던 것을 멈추고 비우는 그 일상이.

참 평화롭고 좋다.

휴대폰도 잠시 저 멀리 어딘가에 충전해두고,

멀찌감치 멀어져서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음악조차 틀어놓지 않는다. 소리의 여백도 준다.

눈을 지긋히 감으면서 보이는 것들도 쳐다보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건들이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는 빨래를 했더랬지,

집안 구조를 바꾼다고 혼자서 가구를 옮겼더랬지.

가족들이 먹을 밥도 미리 해놨더랬지.

그렇게, 어제도 애를 썼더랬지.

그러니까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는 날을 맞이하는 거겠지.

대수롭지 않은 거 하나, 미뤘다고 큰일 나던가.

대수롭지 않은 거 하나, 눈 감고 아웅했다고 비난 받던가.

그저 이런 수용가능한 게으름이 일상의 균형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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