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요리를 하면서 멍을 때리다가도
입이 근질근질한 날.
누군가와 대화가 아닌, 주저리주저리 말하고 싶은 날.
신랑하고 있을 때도,
아이와 함께 있을 때도,
"아! 맞다, 있잖아-"
라고 시작되는 나의 말에 신랑은 늘 말하곤 한다.
"갑자기?"
그러게.
갑자기.
연애 10년이 되어서 늘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수다쟁이 와이프의 말을
잘~들어주던 신랑도,
"귀 아파"
라고 말하는 그 이야기.
정말 시답지 않고,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어릴 때는 그냥 내가 이 말을 하고 싶으니까!라고 하면서
시원하게 내뱉곤 했다.
그게 솔직한 매력이고, 엉뚱한 매력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는 내 생각은 바뀌었다.
갑자기 내뱉는 말은
솔직하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저 상황파악을 잘 못하는 푼수처럼 보이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더 많이 든다.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친구,
결혼해서 살림하는 친구,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쁜 친구들.
각자의 삶에 집중하는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있었던 일들을 말하고 싶은데,
상황이 참 여의치 않다.
갑작스럽게 좋은 일이 생겨서,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만천하에 알리고 싶은데.
이 친구는 근래에 좋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지금 정신없이 바쁠 텐데,라는 생각에
입을 꾹, 다물고, 나중에 때 봐서 말해야지~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말을 못 한다.
또 안 좋은 일이 생겨, 주변에 위로를 받고 싶다가도
괜히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여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고 있기도 한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말을 안 하다 보면 외롭기도 하고
갑자기 터져버린 말문은 상황을 어색하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문득.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냥 하고 싶을 때,
오늘도 갑자기.
툭. 하고 던질 말들을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쏟아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갑자기.
뜬끔없는 이야기들로 써볼까 한다.
잡담하고 싶을 때, 아무 말을 하고 싶을 때,
막상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상대방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
누구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