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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Oct 16. 2024

쉬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여유 있는 사람의 자세.

쉬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


진짜입니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은 맞는데, 

평범하지 않는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쉬는 게 참 어렵습니다.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사냐.'

'편하게 살아라.'

'쉬어라.'


처음에 이 말들을 들었을 때는, 


아니, 왜? 열심히 노력하면서 사는 삶이 어때서?

보람차고 좋잖아.

쉴 시간이 어딨어? 


라고 생각했더랬죠.

그러다가, 몸이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버티지 못해서

우울감과 함께 건강이 나빠지자

아! 쉬어야겠다!라고 했는데 - 

웬걸.

쉴 줄을 모르는 저는 쉬는 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현재도 어려워서, 쉬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쉬는 게 뭐야? 다들 어떻게 쉬어?

의외로 쉬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누구는 운동을 하는 것이 쉬는 것이고

누구는 여행을 가는 것이 쉬는 것이고

누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쉬는 것이라며-

각자만의 쉬는 방식이 있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하듯, 저도 하나씩 해봅니다.


잠을 자는 것과 운동을 하는 것, 넷플릭스를 이리저리 뒤적거리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이 저에게는 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신기한 것이,

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날은 피로함과 스트레스를 주고,

하기 싫은 것들로 변해버려서는 쉰다는 정의를 또 깨어버렸습니다.


도대체 쉬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설마요.

늘 열심히 살아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더라고요.

시간을 둥둥 떠내려 보내는 것이 너무나도 아까워서,

그 짧은 시간도 어떻게도 주워서 쓰려는 저는,

정말 쉬는 것을 못합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목표인 저는

쉬는 것에 제일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의 목표에서 제가 그리는 노년의 모습.



논밭이 내려다 보이는 고도가 살짝 높은 집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며 기지개를 켜고

서늘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마당을 쓸고,

따뜻한 차를 아침 삼으며 여유롭게 책을 읽은 뒤

점심이 되면 맛있는 간장채소비빔밥을 먹고,

커피 향을 맡으면서 낮잠을 자고

마당을 나와 흔들의자에 앉아서 해가 지는 것을 

포근하게 바라보고

해가 진 뒤, 따끈한 전골로 저녁 먹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포근히 잠들었다,

다시 일어나서 하루를 반복하는 것


세상 빈둥거리면서 조용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벅찹니다.

남들은 저 모습을 지금에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생각할 것인데,

제가 그리는 노년의 모습은 나이가 지긋해지면서

온전히 휴식을 생각하고 쉼을 아는,

여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나이가, 저 지긋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내공이 없기에,

마냥 그려보는 그림이기는 합니다.

앞으로도 저런 모습을 상상하고, 그리면서, 여유를 단련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요!

단련.

쉬는 것도 단련해야 하고,

쉬는 것을 온전히 느끼기 위한 여유로움을 단련해야 하는데

늘 쫓기듯이 시계를 보고, 달리는 저 자신은

이런 여유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성급하고 답답한 사람이랍니다.


쉬는 게 참 어렵습니다.

지금도 쉬는 것을 생각하면 그저 가만히-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때문이겠지요.


쉬는 것을 못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고,

나라는 존재가 잊히지 않게 발버둥 치는 것이고

외로워서가 아닐까 싶어요.



'쉬다'라는 의미를 검색을 하면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두다.

잠을 자다.

잠시 머무르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이 둬야 하는데, 참 쉽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거든요.

이 생에, 미련이 많아서인지,

외로워 발버둥 치는 애정결핍의 발악인지,

참으로 피곤한 것은 사실입니다.


잠을 자는 것은 제일 간단한 일입니다.

보통 쉬기 위해 많이들 자는데,

그거 아시나요?

자는 걸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저도 한때는 하루에 4시간만 자고, 5시간 이상을 자면 

너무 많이 잤다며 흘러간 시간을 안타까워하면서

쉬었다는 느낌보다 불쾌감이 컸거든요.


잠시 머무르다.

은은하니, 낭만적인 뜻풀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요.

쉬는 것은 잠시 머무르는 것인데,

이 삶에서도 쉬는 것을 어려워하다니.

잠시 머무르는 이 생을 너무 빡빡하고 퍽퍽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을 해봅니다'만'

여전히 쥐고 있는 것이 많아서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잠시 머물러 가는 이 한 번뿐인 중요한 인생.

나의 삶.

잠시 머물러 갈지라도 그 앉았던 자리는 

아름답길 바라고, 온화하길 바라고, 나의 온기를 진하게 그리워하길 바라기에.

열심히 살아가는 내 모습이

너무 악착같이 안 보이기 위해, 여유로워지기를 노력하면서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업적을 남기는 것보다 중요하는 것은 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이든 육아든 공부든

열심히 하는 만큼 체력을 비축하면서 쉬면서,

고장 나지 않게 잘 가꾸며 나를 돌보라고 하잖아요,

그 돌봄은 결국 쉬는 거거든요.

업적을 남기는 것은 목표를 향해서 쉼 없이 달린다!라는 압박과 긴장으로 가는데,

결국 열심히 달리다가, 쥐가 나고, 어딘가 부러지면서 목표의 도달이 힘들어지기에.

완충작용을 필요로 하는 쉼이 중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너무 어렵습니다.

탈이 나지 않을 만큼 잘 쉬는 것.

남을 돌보는 건 쉽지만, 나 자신을 알고 나를 돌보는 길.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요즘 같은 때에,

쉬는 것을 고민하게 됩니다.


쉬는 것은 도대체 뭘까요?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를 그만두는 건 줄 알았고,

육아를 할 때는 육아를 퇴근한 밤시간이 쉬는 건 줄 알았는데,

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쉬지 못하는 찜찜함으로 마음이 참 불편합니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온전히 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거 같습니다.


쉰다는 것은 제일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몸도 정신도 온전하게 쉴 수 있으려면

내가 하고 있던 일을 마무리를 하고,

이런저런 외부적인 요인, 내부적인 요인에 대한 근심걱정을 덜어내고

긍정적인 사고와 비움을 실천하면서

몸과 마음이 견고해질수록 잘 다져야겠지요.


쉰다는 것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넘어져서 쉬기도 하고,

그만큼 나이가 들고, 연륜이 생기면서 삶의 자세와 쉰다는 정의를 깨달을 때쯤

잘 - 쉴 수 있게 되겠지요.


쉬는 게 참 어렵다.


라고 생각이 들었던 시점에

참, 안타깝다. 쉬는 것조차도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라고도 생각했지만,

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내가,

이제는 정말 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잘 쉬도록 나를 돌보겠구나 -

라는 생각에,

앞으로의 쉬는 시간이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


쉬는 것은 어렵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본인이 해야 할 것을 알고,

본인의 목표를 달성하고, 온전하게 쉬는 것.

하루를 마무리하고 쉬는 것,

한주를, 한 달을 마무리하고 쉬는 것,

올해를 마무리하고,

정년을 마무리하고,

그 마무리 뒤에 따라오는 우리의 온전한 시간,

쉬는 시간.

충전하는 시간,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그 소소하지만 위대한 시간.

.


평범한 삶이 목표이지만,

평범한 것이 제일 어렵다고 했습니다.

평범한 삶 속에서는

무난함 속에서 별거 없는 만족감이 큰 쉬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인생은 한 번뿐입니다.

거창한 목표도, 거대한 삶도 중요할 수 있지만

무탈하게, 소소하게, 오로지 나만을 위하여

행복이 무언인지를 정의하기보다,

내 마음이, 내 몸이 보다 편안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고, 다독여주는 그런 쉬는 시간.

잠시 머물러가는 이 생을 더욱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옥죄는 속세에 숨 막혀하기보다

좀 더 긍정적으로,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쉬어보려고 합니다.

쉬려고 노력합니다.

편안히 나를 이곳에 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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