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경제학

by 파르티잔


농업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마 2008년에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초판본이 2007년에 나왔으니, 벌써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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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에가이츠 후미오 교수는 도쿄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을 가르치며 평생을 농업 가치 연구에 헌신한 석학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농업이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1차 산업에 그치지 않고, 환경 보전과 국토 유지라는 다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경제학적으로 날카롭게 분석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책은 초판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절판되었다. 농업이라는 주제가 현대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보니, 어쩌면 절판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국가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페티와 콜린 클라크가 정립한 페티-클라크의 법칙에 따르면, 노동 인구는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1차 산업에서 2차, 3차 산업으로 이동한다.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밥을 찾지 않는 엔겔의 법칙처럼, 농산물 수요는 정체되는 반면 공산품과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무한히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중은 흔히 GDP(국내총생산)라는 수치에만 매몰되어 농업을 사양 산업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땅에서 일어나는 생산 활동을 뜻하는 GDP 지표가 낮다고 해서 농업의 가치까지 낮은 것은 아니다.


에가이츠 교수는 농업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외에도, 가격표가 붙지 않는 거대한 공공재를 동시에 생산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 부른다. 논은 빗물을 저장해 홍수를 막는 거대한 댐이며, 지하수를 채우는 천연 정수기 역할을 한다. 농민이 정성껏 가꾼 농촌의 경관은 도시민에게 정서적 안식을 주지만, 정작 농민은 그 경관 이용료를 시장에서 받지 못한다.


이처럼 농업은 긍정적인 외부성을 지니고 있으며, 국가가 농민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농민이 제공하는 환경 서비스에 대해 사회가 지불하는 정당한 대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도시 노동자보다 빈곤한 이유는 농업만이 가진 특수한 경제적 구조에 기인한다.


농산물은 공급이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폭락하여 오히려 농가 수입이 줄어드는 풍년의 역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 탓에 자본을 투입하는 만큼 생산량이 늘지 않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


농민은 수익이 낮아도 농지라는 자산에 묶여 업종 전환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세계 각국은 저마다의 철학으로 농업을 지탱한다.


유럽(EU)은 보조금을 환경 보전의 수단으로 보아 농촌을 거대한 정원으로 가꾸고, 미국은 대규모 보험 지원을 통해 농업을 강력한 안보 산업으로 육성한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무너져가는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사회 안전망으로서 농업을 보호하고 있다.


위르겐 하바마스는 돈과 권력이라는 체계(System)가 인간의 따뜻한 교감이 흐르는 생활세계(Lifeworld)를 침범하는 현상을 경계했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경제 논리가 농촌의 삶을 식민화할 때, 우리는 단순히 생산지를 잃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터전 자체를 잃게 된다.


농민 수가 줄어들면 1인당 경작지가 넓어져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도 있으나, 한국과 일본의 파편화된 농지 구조에서는 관리 비용만 급증할 뿐이다.


에가이츠 교수가 강조한 가족농의 세심한 손길이 사라진 자리는 결국 거친 임대농이나 버려진 유휴지가 대신하게 된다.


우리가 드라이브하면서 바라보는 농촌의 평화로움과 정취는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업을 경제학의 안경으로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를 깨닫는 과정일 것이다.


사실 이런 글은 2010년쯤에 아주 많이 쓴 기억이 난다. 어쩌다가 이 책을 다시 읽다 보니 한 번 더 정리해보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3년 정도 지낸 적이 있다. 외관으로 나가보면 대부분 농지가 펼쳐져 있었다. 잘 정리된 농지와 깨끗한 농촌이 부러웠지만 그것은 2001년도였고 현재의 한국 농촌의 모습은 일본과 비교를 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일본 농민과 한국농민의 소득 차이가 크지도 않다. 단지 일본의 물가가 한국보다 저렴하다는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물가는 낮지만 쌀 가격은 더 높다.


아무쪼록 농업에 관심이 있다면 구해서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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