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산 지 23년이 지났다. 어쩌다가 내려왔는데 긴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서울에서 살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산이어서 좋았는데, 이제 사방이 산이어서 가끔 답답하다.
내가 사는 토지에는 토지초등학교가 있다. 산촌유학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와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있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분들이 많다. 또 어떤 분은 정착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대부분은 도시에 있는 집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돌아갈 곳을 남겨두고 사는 것이다.
나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30대 초반에 내려왔으니 도시에 돌아갈 집이 있을 리 없다. 내가 돌아가야 한다면 그나마 돌아갈 만한 곳은 고향뿐인데, 고향도 온통 사방이 논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사방이 논인 곳에서 사방이 산인 곳으로 왔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들녘 끝은 아슴하게 멀었다. 그 가이없이 넓은 들의 끝과 끝은 눈길이 닿지 않아 마치도 하늘이 그대로 내려앉은 듯싶었다.”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 첫 구절이다.
김제평야를 두고 쓴 글인데, 내가 어릴 적 우리 논에서 지평선을 보고 느낀 것과 같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산은 아슴하게 높았다. 그 가이없이 산의 끝과 끝은 눈길이 닿지 않아 마치도 올라갈 수 없는 성이라도 둘러싸인 듯싶었다.” 이게 이 동네를 표현하기에 맞는 구절이다.
둘 다 극과 극이다. 한쪽은 들이, 한쪽은 산이... 그래서 산골에서 서울 같은 정반대의 곳이 끌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서울에 갈 일은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