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를 기다리며 잠시 도서관에 들렀다. 도서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이 책 저 책을 빼서 읽어 보고 넣기를 반복하니,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꺼내 본 책이 열 권이 넘었다.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도서관 중앙에서 리영희 기자의 산문집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전환시대의 논리"를 쓴 그는 우리 시대의 필독 작가였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며 지식인의 균형 잡힌 사고를 강조했던 그의 말이 떠올라 무심코 책을 펴보니, 정작 책 속에는 그의 치열했던 수감 생활이 담겨 있었다.
리영희 작가는 생전 세 번의 구속을 겪었는데, 남영동에서의 기록이 유독 아프게 다가왔다.
한겨울 난방도 없는 곳에서 발가락 열 개에 모두 동상이 걸려 고생했던 이야기, 그리고 수감 중이라 끝내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검찰에 기소되어 서대문구치소로 이송되던 1977년 11월 30일, 아들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던 어머니는 결국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작가는 어머니를 30년 동안이나 모시고 살았다. 그럼에도 효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는데, 그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함께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소 효도에 대해 열을 올리며 말하는 사람치고 부모를 직접 모시고 사는 경우가 드물다는 말은 참으로 정답인 것 같다.
곁에서 일상을 함께하며 삶의 무게를 감당하는 사람은 몸과 마음이 지치기 마련이라, 효도를 다 하려다가는 정작 자기 자신조차 지키기 어려워지는 법이다.
책을 빌려올까 잠시 고민했지만, 다시 선반에 두고 나왔다.
도서관 밖으로 나오니 아들이 이슬비를 맞으며 뛰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