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뷰호텔
도쿄 긴자선 아사쿠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일본을 대표하는 자비의 상징이자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센소지(浅草寺)가 한눈에 들어온다.
2002년 봄, 나는 아사쿠사 뷰 호텔에서 두 달을 지냈다. 당시 하루 숙박비는 약 30만 원 정도였다.
두 달 동안 숙박비로만 2천만 원 가까운 거금을 지불했는데, 물론 내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사에서 전액 부담한 비용이었다.
객실 창밖으로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절답게 연일 인파로 북적이는 센소지의 전경이 바로 내려다보였다.
본당을 향한 참배객들의 행렬은 끝이 없었고, 붉은 등불이 빛나는 경내의 상점들은 늘 활기가 넘쳤다.
그렇게 두 달이 흐른 뒤, 함께 지내던 기술팀이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다. 일본에 남은 사람은 나와 통역을 담당하던 성 대리, 단둘뿐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이 비싼 호텔에 머물 수 없었다. 그때 성 대리가 과거 도쿄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할 때 머물렀던 숙소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곳이 바로 사진 속의 '도쿄 잉글리시 센터'였다.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창밖으로 지브리 스튜디오가 보이던 곳이다.
히가시코가네이역에서 내려 5분 거리에 있던 그 숙소에는 다양한 이들이 모여 살았다.
저렴한 방을 찾는 배낭여행자부터, 돈을 벌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와 10년째 장기 투숙 중인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나를 포함해 나고야, 후쿠오카, 가고시마 등 먼 지방에서 올라와 일하거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뒤섞여 있었다.
숙소 주인은 '켄 상'이라는 50대 중반의 아저씨였다. 체격이 통통했던 그는 술을 무척 좋아했는데, 함께 잔을 기울일 때면 무척이나 수다스러워지곤 했다.
그의 아내는 대형 트럭 기사여서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고, 실질적인 숙소 관리는 켄 상의 노모가 도맡아 하셨다.
우리는 그 정겨운 곳에서 얼마간 지내다, 이후 니시아라이의 맨션을 얻어 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