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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티잔 Jul 09. 2024

단편소설 "윤희 3편"

#3편 “동해마을”


운혁이 동해 마을로 걷기 시작 한지 20여분이 지났을 때 


강가에 낚시하는 사람이 보였다.


“아저씨 뭐 잡는 거예요?”


“어… 은어도 잡고 쏘가리도 잡고, 빠가사리나 붕어도 잡고, 허지….” 


“아이고…. 날이 뜨거우니까, 물고기도 안 잡히네 잉, 


이제 들어가야겠구먼….”


“학생인가 보네?”


 “못 보던 학생인데….”


“네. “


“근데 어디 가는 거여?”


“저요”


“동해마을요.”


“잉.”


“동해마을은 왜?”


“뭐…., 여행요.”


“그려…..”


“그 동네에 여행 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잉”


“지리산이나 화엄사나 피아골로 가야지…. 우리 마을에 뭐 볼 게 있다고…. “


“날도 더운데….”


“네….”


“이름이 특이해서 한 번 가보려고요.”


“그려, 우리 마을 이름이 좀 특이하기는 허지…’.


“아. 아저씨 동해마을에 사세요?”


“그려…. 내가 그 마을에 살아….”


“나 낚시 다 했는데 태워다 줄까?”


“잠깐만 기다려봐…..” 


중태는 서둘러 낚시 채비를 정리했다.


낚시채비라고 해봐야 긴 대나무 장대 하나에 낚시 줄, 그리고 봉돌 몇 개와 지렁이, 그리고 양동이 하나가 다였다.  양동이엔 은어 몇 마리와 피라미 그리고 붕어 한 두 마리가 숨이 차는지 뻐끔뻐끔 가쁜 숨을 들이켜고 있었다.


“자… 뒤에 타잉"


운혁은 중태의 갑작스러운 말에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한 손에 양동이를 들고 오토바이 뒤에 앉았다.


“고마워요.”


오토바이는 부르릉~~~ 시동에 걸리자 무섭게 출발했다.


“꽉 잡아….”


“네, 아저씨!”


오토바이가 회전할 때마다 양동이 물이 찰랑거렸다. 


그때마다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출발한 지 5분도 되지 않았는데 오토바이는  멈추었다.


“여그가 동해 마을이여"


동해 마을 입구에는 어느 시골 마을처럼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무문정이라는 정자가 보였다. 모기가 없는 정자라는 뜻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점심때가 다 되었는데 


밥 먹을 데는 있고?


찾아봐야죠.


여긴 식당도 없는데.."


구례읍까지는 가야 식당이 있을 것인데....


여기서 걸어가려면 10리도 넘을 것이고, 


이 동네는 버스도 하루에 네 번뿐인디 잉… 


버스 시간도 한 참 남았고….


이것도 인연이니 우리 집에서 밥 먹고 가...


아니.. 그렇게 까지요.... 미안해서..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운혁을 태운 오토바이는 동해마을 골목을 향해 가고 있었다.


여가 우리 집이여 잉....


잠깐 여기서 기다려..


운혁은 오토바이에서 내려 어정쩡하게 대문 입구에 서 있었다.


김중태..라는 명패가 보였다.


김중태! 김윤희!... 같은 성씨인데... 


어이.. 학생 어여 들어와..


운혁은 마당 평상에 엉거주춤 앉았다.


곧이어 중태의 처 지순이 상을 차려 나왔다.


감자와 열무김치, 박나물, 풋고추 그리고 다슬기를 넣은 된장국이었다.


학생 찬은 없지만, 잘 먹어요.


아..


네.. 


너무 죄송해요.


이렇게 갑자기....


윤희는 며칠 몸이 아파 학교에 가지 못했다.


윤희는 이상하게 몸이 피곤하고 숨이 가프고 


어지럽고 정신이 없었다.


평생 아픈 적이 없던 튼튼한 윤희였다. 


“왜 갑자기 아픈 것일까?”


지난번 아빠와 광주 병원에 갔을 때 


 며칠 쉬면 좋아질 것이라는 아빠 말을 듣고 윤희는 안심했다.


“며칠 쉬면 좋아지겠지..”라고 윤희는 맘을 다스렸지만 여전히 숨이 찼다.


방 안에서 열린 문틈으로  평상을 보고 윤희는 깜짝 놀랐다.


기차에서 보던 남학생이 평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저 학생이 여기 왜 있어요?


아.. 아빠가 길에서 만났는데 우리 마을을 찾고 있어 데려왔다는데...


여기 밥 먹을 때가 없다고, 아빠가 점심 먹고 가라고 했다고 하더라.


근데.. 너 저 학생 알아?


아.. 그게..


통학 기차에 저 학생이 하더라고요.


같은 학교에서 내리기도 하고..


“그래서? “


더는 잘 몰라요. 윤희는 가쁜 숨이 더 차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아.. 그랬구나....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러니… 좀 숨이 차서.. 


윤희아빠...


왜..


"그 학생 윤희가 아는 학생이라는데요!


엄마 조용히 좀 해요. 엄마는 참… 


그렇게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어떡해요.


그래..


그럼 윤희 너도 나와서 밥 먹어라..


아니어요."


저는 여기가 편해요. 


윤희는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 


이런 차림으로 운혁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부스스한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야.. 아빠가 나오라면 나오지 무슨 핑계가 그렇게 많아.. 


아빠의 호통에 윤희는 겨우 머리를 매 만지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어이 학생.. 


내 딸이. 


자네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데..


아.. 그래요...


운혁은 애써 모르는 척했다.


안녕하세요.


저.. 이운혁이라고 합니다.


아… 네. 저는 김윤희라고 해요.


윤희와 운혁은 얼떨결에 통성명하게 되었다.


윤희는 겨우 몇 숟가락 먹다 수저를 놓았다. 


운혁은 윤희의 어머니가 해준 반찬을 남기지 않고 먹었다.  


운혁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학생이 시장했나 보네.. 반찬이 맛있어요. 아주머니…


윤희야 밥 먹었으면 저 학생 동네 구경 좀 시켜줘라.


우리 마을에 오고 싶어서 남원에서 왔다는데.. 중태는 윤희에서 말했다. 


동네라고 연탄구멍만큼 작아 구경시켜 줄 것도 없는데 무슨 동네구경을요.… 


윤희의 엄마 지순은 못 마땅한 듯 말했다.


윤희와 운혁이 파란 대문을 열고 마당 밖으로 나갔다.


여보!! 아니 젊은 남학생이랑 우리 윤희를 함께 보내면 어떻게 해요.


아니! 젊으니까 보내지 늙은 놈 이랑 보낼까?


윤희가 자취한다고 했을 때 엄청 반대했잖아요.


그것은... 그거고..


김중태는 담배를 피워 물고는 별말 없이 흰 구름만 쳐다봤다. 


아니 저 남학생 인물도 좋고 학교도 좋고.... 


우리 윤희가 연애라도 한 번 해봐야 할 것인데…. 중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둘이 사귀면 좋을 것 같은데..


이 양반이 별소리 다 하시네… 


지순은 중태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통 이해가 안 되었다.


윤희와 운혁은 섬진강을 따라 걸었다.


"여기는 뭐 하러 오셨어요?"


"네.. 그냥 섬진강이 보고 싶어 서요"


"이 동네가 예쁘다고 친구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어떤 친구들이요?"


"함께 기차 타던 친구들 있잖아요"


"아.. 그 친구들요"


"네"


윤희와 운혁은 길게 늘어선 


벚나무 그늘로 뒤덮인 도로를 말이 없이 걸었다. 


멀리 구례읍과 문척면을 잊는 문척교가 보였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다리예요.” 윤희는 문척교를 가리켰다.


낮게 깔린 다리가 보였다. 


그러게요. 다리가 낮아서 좋아 보여요.


윤희는 구례읍으로 학교 다닐 때 자전거를 타고 매일 


저 다리를 건너 다녔던 기억이 낮다.  


친구들과 함께 떠들던 기억 홍수가 나서 


다리를 건너지 못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진짜 저희 마을엔 왜 오신 거예요? 윤희가 다시 물었다. 


 "사실은…..


 윤희 씨가 요즘 기차에 타지 않아 궁금해서 왔어요. 운혁이 말했다. 


아니.. 제가 기차를 안 타는 게 왜 궁금하죠?" 윤희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아.. 니. 그게.. 그냥 신경이 쓰여 서요"


"아무튼 이렇게 봤으니 가볼게요."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요""


 아.. “네….. 잘 가세요"


“아저씨랑 아주머니께는 고맙다고 대신 전해 주세요.”


운혁은 서둘러 구례읍으로 걷기 시작했다.


윤희는 운혁이 문척교를 건너는 것을 지켜봤다. 


윤희는 다리를 힘없이 걷는 운혁의 뒷모습이 애잔해 보였다.  


무슨 이유일까? 저 남자는 여기까지 뭐 때문에 왔을까? 윤희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집에 들어와서 중태가 운혁에 대해서 물었지만, 윤희는 별 말없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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