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르티잔 Jul 09. 2024

단편소설 "윤희" 2편

2편 “섬진강”


그다음 날에도  그다음에도 윤희는 보이지 않았다.


이번주에 다시 가봐야 하나....


운혁은 힘이 없어 보이던 윤희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동해마을에서 잠시 윤희의 얼굴을 봤을 때 윤희의 얼굴을 


눈처럼 창백했기 때문이다.


"별일 없겠지..."


그리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이 시작되자 운혁은 다시 구례를 찾아갔다.



한여름의 아스팔트는 뜨겁게 이글거렸다.


멀리 동해 마을이 보였다.


섬진강은 얼마 전에 내린 폭우로 인해 잔뜩 크기를 키워 넘실거렸다. 


운혁은 동해마을에 도착했다.


윤희의 집에 찾아가 보니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운혁은 마을로 다시 걸어 내려왔다.


동네 사람들이  강물을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번 비는 징하게 오더만 잉”


“강물이 저렇게 넘실 거리는 것도 오랜만일세”


“문척다리가 안 보이드만….”


마을 사람들은 이번 장맛비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잉"


“누구여?”


"김중태 아저씨 집에 찾아왔는데 집에 안 보여서요"


중태네…. 이사 갔는데....


어디로요.


모르겠네.. 광주로 간다고 했는디.


자세히 는 우리가 모르지


갑자기 가버려서…


여그 이사 올 때도 갑자기 오드만 갈 때도 그렇게 가버리는 구만.


아.. 네...


운혁은 다시 기차에 올랐다.


여름 방학이 끝났다.


역시 윤희는 보이지 않았다.


윤희의 친구들에게 물었지만, 친구들도 이사를 했다는 것 이외에는 윤희의 행방은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운혁은 대학에 졸업하고 중소기업 회사원으로 20년을 보냈다.


매년 마음이 허전하고 힘들 때는 지리산에 올랐다.


노고단에 올라가면 멀리 윤희가 살던 마을이 보였다.


스무 살의 윤희를 떠올리며 마음이 아련하게 아파졌다.


운혁은 몇 번 여자를 만났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이상하게 다른 여자를 만나면 윤희가 떠올라서 오래가지 못했다.


못다 한 사랑 때문일까?


아니면 다시 못 봐서일까?


윤희는 어디로 증발해 버린 것일까? 운혁은 윤희라는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이후 그날 여름에서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운혁은 그 이후에도 동해 마을에 여러 번 가봤지만, 윤희의 흔적은 없었다. 


윤희네는 반냇골에서 이사를 왔다고 한다. 


몇 마지기 안 되는 땅에 농사를 짓고 


겨울엔 순천에서 품을 팔아서 먹고 살았다고 했다.


윤희의 아버지는 자신의 둘째 딸이 대학에 들어가자  


더 열심히 학비를 벌었다고 한다. 


그런 둘째 딸이 병으로 1학년도 마치지 못하고 


대학을 그만두고 나자 윤희가 입원에 있는 병원 근처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작가의 이전글 단편소설 1편  "윤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