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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티잔 Jul 05. 2024

단편소설 1편  "윤희"

1편 "윤희"

은어 마을에 봄이 오면


1편  “윤희”


1990년대 어느 해 봄....

아침 7시 30분에 떠나는 비둘기호 열차

운혁은 오늘도 기차에 올랐다.

7시 30분 기차는 일명 통학 열차로 불리는 기차였다.



아침마다 전주나 익산으로 학생들과 직장인들을 태우고 

구례 곡성 남원 임실을 지나 전주역에 사람들을 가득 내려놓고 나서는

삼례 익산까지 가고 나서야 멈추었다. 


운혁은 매일 남원에서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면 곡성인지 구례인지 어디서 탔는지 모르지만
  그의 맘에 꼭 드는 여학생이 있었다.

전주역에 내리면 그 여학생도 기차에서 내렸다.
  역 앞에서 버스를 타며 같은 대학교 앞에 그녀도 내렸다.
  몇 번이나 말을 걸까 했지만 운혁은 말을 건네지 못했다.


늘 함께 다니던 남학생과 여학생들 무리 속에 그녀가 있었다.

그렇게 봄이 지났다.

운혁은 아직까지 그녀에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겨우 알아낸 것이 그녀의 이름과 다니던 과 정도였다. 


김윤희 그녀의 이름이었다. 


윤희는 구례에 살았다.

구례에서 새벽 6시 30분 기차를 타고 전주까지 매일 왕복했다.

자취하고 싶었지만, 윤희의 완강한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윤희의 마을은 섬진강 지척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섬진강 다리를 건너 구례구역에서 기차를 탄다.

여수에서 새벽에 출발한 기차는 여수 순천을 지나 구례구역일 지나 암록에서 잠시 정차했다가

곡성을 지나 남원을 지난다.


윤희는 며칠 전부터 자기를 지켜보는 듯한 운혁이 눈에 들어왔다.


누굴 까?

윤희는 운혁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좋았다.


어려서 윤희는 예쁘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늘 엄했고 어머니는 늘 윤희에게 야박했다.

언니나 남동생에게는 친절했던 엄마는 윤희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

윤희야..  너는 야무지니까 알아서 잘하잖아.

언니는 덤벙대고 동생은 아직 어리고 우리 집에 하나밖에 없는 남자아이 아니냐...

너는 알아서 잘하잖아.


윤희는 엄마가 “넌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


"나도 관심 받고 싶은데..."  윤희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넌 알아서.. 잘하잖아....다음으로 나오는 레퍼토리를 다시 듣고 싶지 않아 윤희는 꾹 참았다. 


윤희는 운혁의 눈빛이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윤희는 멀리도 가까이도 있지 않고 서너 걸음 건너서 

매일 자신을  지켜보는 운혁이 왜 싫지 않은 지 알 수 없었다.


운혁은 함께 기차를 타는 친구들에게 윤희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라면서 절대 너희들은 끼어들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아무도 윤희에게 관심이 없었다. 윤희랑 함께 다니던 친구들이 훨씬 예뻤기 때문이다. 


" 야 너는 눈알이 없냐?"

" 옆에 있는 친구들이 훨씬 예쁜데" 하지만 운혁은 윤희가 가장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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