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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티잔 Jul 26. 2024

그가 30년 동안 소작농으로 사는 이유

무거운 빚을 한 짐을 지고 있으니 삶이 편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30년을 소작농으로 사는 이유


15년 전 남원 금지면에 있는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리고 매년 몇 번씩 만났다. 그렇게 15년이 지났다.


나는 그를 30대에 만나 50대가 되었다.

그는 40대에 나를 만나 60대가 되어 간다.



[농부 김갑식]


농부 김갑식 올해 59세다. 

남원 금지 출신이다. 고향에서 농부로 40년이 보냈다.

소 10마리와 논 1000평과 하우스 10개가 그가 가진 농사다.

한 마디로 복합 농이다. 


금지면 농협 앞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찾아가면 그는 항상 있었다.

멀리 가지 않았다. 그는 늘 하우스에 붙박이처럼 살았다. 


"친환경은 관찰이 중요해요."

"친환경 자재는 일반 농약 한 번이면 되는 것을 10번은 쳐야 하거든요

그리고 한 번 번지고 나면 잡기가 어려워 매일매일 관찰해야 합니다."





[올해 심은 블랙망고수박]


그는 유기농과 무농약 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서 그는 하우스에 붙어 작물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작년에 심은 블랙 사파이어 포도 농장을 둘러봤다.

포도가 몇 개 익었다고 해서 가봤다. 

아직 맛이 들지는 않았다.

 8월이 되어야 맛이 든다고 했다.


뜨거운 하우스를 빠져나왔다. 


6월의 열기와 장마의 습기까지 담은 끈끈한 바람이 불었다.

사방의 열기가 가득해서 우리는 필할 곳이 없었다. 

넓은 논 한가운데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이 말라 입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한증막에 들어간 것처럼 답답해졌다.




15년 만에 처음 그는 옛날이야기를 꺼냈다. 


“92년에 귀농을 했어요.

도시에서 일하다가 돈 조금 벌어 시골에 내려왔죠.

내려오니까 다들 소를 키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소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보증만 서면 농협에서 돈을 잘 빌려줬습니다.

그렇게 소가 100마리까지 늘었어요.


그런데 운이 없게 IMF가 왔다. 소가 똥값이 되었다.

그리고 빚 3억이 남았다.


그 당시 대출 이자가 18%인 시대였다.

그렇게 그가 정신을 차려 보니 3억에 빚을 진 30대 농부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농사지은 지 곧 4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소작농이다.


“빚 갚고 먹고 사느라 땅이 한 평도 없어요.

다 임대입니다”


하우스 한 동 200평의 임대료는 년 6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철골은 땅 주인의 것이고 비닐이 직접 바꿔가면 사용한다.

10동의 하우스를 짓고 있으니 1년 임대료는 600만 원이다.

많을 때는 20동 정도를 지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나이가 있어

더는 힘들다고 했다.


"지금도 그 빚이 1억 5천이 남아 있어요.

그것만 없으면 아무 걱정이 없는데….

농사지어서 그걸 갚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


그는 항상 피곤해 보였다.

그 이유가 있었다.

무거운 빚을 한 짐을 지고 있으니 삶이 편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를 키우다가 빚을 졌잖아요.

이 동네가 소를 많이 키웠는데 지금은 소 키우는 사람이 없어요.

그때 다 망해서 그래요. 소라면 징글징글하죠.

빚 지고 야반도주한 친구도 몇 명 있어요.


이 동네에서 나만 지금까지 소를 키우고 있죠.

소 키워서 빚을 졌으니 다시 소를 키워서 빚을 갚고 싶거든요.

지금 새끼 낳은 소가 10마리가 있으니 곧 그렇게 될 겁니다.

70 먹기 전까지는 갚고 싶은데 그게 될지 모르겠네요.”

얼마 전에 차 하나를 폐차했어요.


네….

그때 야반도주한 친구가 먹고 살려니 트럭을 사야 하는데

신용불량이라 내 명의로 차를 샀거든요.

 27년 만에 차를 폐차했어요. 


그동안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어쩌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걱정 하나가 사라졌네요. 

그것만 사라져도 맘이 10%쯤 가벼워졌어요.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빚을 갚고 돈도 좀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능할 것인가? 


40년간 1억 5천을 갚았는데 10년 안에 그 돈을 갚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농부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세우기기 쉽지 않다.


그래도 지금까지 땅에서 버티고 서 있는 그가 대단해 보였다. 

더운 바람이 물러가고 시원에 바람이 불어왔다. 

그는 오래된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하우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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