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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티잔 Oct 24. 2024

참교의 키드의 생애 11편 구속

수현은 지숙이 선물해 준 노동법 책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나경은 수현이 잡혀가는 모습을 봤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경은 이 상황이 모두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수현을 집회에 데리고 다니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경은 자신이 고등학생인 수현을 집회에 만난 것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지숙은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했다.


“수현 선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나경선배

지숙은 흐르던 눈물을 감추며 말했다. 나경은 자신을 원망하면 대답했다.

“구속 될 거야…. 수현은”

수현은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집시법 위반과 화염병 소지죄가 붙었다.


수현은 경찰 유치장에서 10일 보냈고 결국 검찰에 송치되었다.

그날 잡힌 학생들은 수현 말고도 50여 명이나 되었지만, 검찰에 송치된 것은 수현이 유일했다.

검찰은 수현에게 집시법 위반과 화염병 소지죄로 최고형인 3년 형을 구형했다.

법원은 초법인 점을 고려해야 징역 1년 형을 선고했다.

수현은 항소하지 않았다.


나경은 수현에 감옥으로 가자 도쿄로 돌아갔다.

남은 학업을 하기로 했다.

다시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수현이 없는 한국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도 싫었다.

자신이 수현을 그렇게 만든 것 같은 죄책감이 그녀를 더 이상 한국에 머물게 할 수 없었다.

다시는 수현을 만나지 말아야 해…. 나를 만나면 수현은 더 불행해질 것이라고 나경은 생각했다.

지숙은 군대 2년을 기다리고 만난 수현이 복학하자마자 감옥에 가 버리자 더 이상 수현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더는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수현과 함께 사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체념했다.

지숙은 이제 졸업을 해야 하고 취업해야 한다.


더 이상 수현만 바라보고 살 수도 없었다. 그녀 앞에도 해야 하고 헤쳐 나가야 할 현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진은 그날 수현에게 머리통을 맞고 기절했다.

강진을 진압하려고 했던 신병은 강진이었다.


강진은 첫 집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언제나 뒤에서 학생들을 조직하는 일을 조용히 해왔다. 그러다 군대에 갔다. 전경으로 차출되었다. 그가 배치받은 곳은 자기 고향이었다.

그날 수현이 앞에 있는 것을 강진은 봤다.

강진은 어떻게든 수현을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강진의 분대가 수현을 잡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강진은 수현을 어떻게든 도망치게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강진은 수현이 휘두르는 쇠 파이프에 맞고 기절했다.

수현은 쓰러진 전경을 끌고 가는 전경들이 강진의 화이바를 벗길 때 그 전경이 강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수현은 그래서 항소하지 않았다.


수현도 교도소에 나오면 노무사가 되어 볼 생각을 했다.학교에서 내가 할 일은 끝났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수현은 노무사 이외에는 할 것이 없었다.

지숙에서 노동법 책을 부탁했다.

책을 펼치자, 지숙이 쓴 글이 보였다.

수현 선배!

그동안 고마웠어요"

생활 잘하세요. 안녕

수현은 아버지가 산재 처리를 받았다면 후유 장애와 산재로 발생한 질병은 회복될 때 까지 병원비가 나온다는 사실을 노동법 책을 보고 알았다. 더구나 산채 처리를 받았다면 산재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의 임금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노동운동을 한다고 했지만 본인이 노동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후회했다.

출소후 수현이 학교로 돌아 왔을 때 학교에는 수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는 교수실이 되어 버린 과학생회실, 텅 빈 서클룸, 먼지 쌓인 사회과학 책들,

주차장이 되어버린 학생회관 앞 민주 광장, 대자보 대신 붙어 있는 토익 학원 홍보안내문…. 

학교엔 지숙도 나경도 강진도 없었다.

지숙은 고향 여수에서 공무원이 되었다.


나경은 일본에서 결혼했다.

강진은 여전히 전경으로 복무 중이다.

수현은 지숙이 선물해 준 노동법 책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수현이 도서관에서 나오자 차가운 가을바람이 불었다.


도서관 앞엔 코스모스가 피어있었고, 하늘은 푸르렀다.

“벼가 익을 때구나….”


함께 논일을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던 생각이 났다.

수현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따스한 눈길이 그리웠다.


학생회관 앞 공중전화에 전화카드를 넣었다.

엄마! 저 지금 집에 가려고요.

두시 차에요.

수현이 고향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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