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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티잔 Jun 18. 2024

푸른 별을 찾아 떠난 스무 살 여행

손님은 나와 젊은 여자였다.


누이는 어쩌자고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섬으로 시집을 가버렸다.


보길도에 놀러 간 누이는 그 섬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했다.


날벼락같은 소식이었지만 나는 곧 섬으로


놀러 가도 되겠다는 생각에  빠져 들었다.


1990년 초 어느 봄 


혼자서 보길도를 찾았다.


대학입시가 끝났다는 해방감과 


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와 광역버스 그리고 다시 버스


무려 6시간이 걸려 완도항에 도착했다.


완도의 겨울 바다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선착장 인근에 생선을 말리는 그물만이 나를 반기는 것 같았다.


보길도로 떠나는 배는 작은 통통배였다.


손님은 나와 젊은 여자였다.



손님 두 명과 선원 두 명을 싫은 막 배는 


그렇게 보길도로 향하는 2시 30분의 항해를 시작했다.


그 여자와 나는 흔들리는 배안 난간을 잡고 


해지는 남해 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보다 나이가 있어 보였는데 쓸쓸해 보였다.


고향인가요?


"아뇨"


"그럼"


겨울 섬을 가보고 싶어서요.


여자가 짧게 말했기에 더 긴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해가 져서 흔들리는 것 이외에는 더 이상 바다인지 육지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때 청별항에 도착했다.


청별이라 이름이 예뻤다.


창백한 푸른 별 지구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예송리로 향하는 버스에 탔다.


이윽고 예송리를 넘어가는 고갯길에 버스가 잠시


멈추듯 하더니 미끄러지듯 바닷속으로 빠져 들었다.


조용한 바다에 별처럼 배들이 총총히 박혀 빛나고 있었다.


나는 다른 행성에 도착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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