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길을 가다 보니 어느 날, 작은 서점의 주인이 되었다.
지리산 동네 책방 산내 찬장과 책장
꿈의 길을 가다 보니 어느 날, 작은 서점의 주인이 되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가? 여러 가지 단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답을 받아 적고 공통분모를 낸다면, 아마도 두 단어가 가장 많을 것이다. 그 단어는 “행복”일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떤 저명한 행복 학자는 그것을 “주관적으로 느끼는 자기 만족”이라고 했다. 여름 같기도 하고 봄 같기도 한 5월의 어느 날, 지리산 아랫마을 산내를 찾았다. 그곳에 있다는 동네 책방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주소로 가 보니, 책방 같기도 하고 공방 같기도 한 예쁜 건물 하나가 보인다. 잠시 고민하는데, 건물 앞에서 작은 글씨로 ‘책방’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맞구나 싶어 주차를 하려는데, 주인장이 문을 열고 나온다.
딱 봐도 책방을 할 것 같은 인상이다. 책방 주인장 조회은 님은 진주 출신으로, 서울에 살다가 2007년에 남원 산내로 귀촌했다고 한다. 그 일을 하기 전에는 녹색연합에서 일했고, 가능하면 환경 친화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고 한다.
'찬장과 책장'은 5년 전에 문을 열었다. 수·목·금·토요일 운영한다.
[책방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5년 전에 시작했어요. 책방은 제 오랜 꿈이었어요. 꼭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5년 전에 시작하게 되었죠. 어렸을 때 책을 좋아해서 막연하게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산내에 살게 되었고, 작은 동네에 책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 시작은 이 건물은 아니었어요.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다른 곳에 책방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먼저 시작하게 되었죠. 꼭 경쟁을 해야겠다는 건 아니었고요. 나중에 하면 미안해질 것 같아서요. 그래서 서둘러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 건물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네, 책방 말고도 민박도 하고, 직조 공방도 하고, 또 살림집으로도 사용하고 있어요. 민박은 꽤 오래전부터 해왔고요. 직조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책방도 그렇고요. 그나마 수익이 확실한 건 민박이에요. 민박으로 번 돈으로 책을 구매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책이 많이 팔리는 곳은 아니잖아요. 읍내도 아니고, 면 소재지에 있는 작은 책방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겠어요. 처음 책방을 열고 나서는 가능하면 하루에 한 명이라도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점점 그런 생각도 줄어들더라고요.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은 직조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해요.
[주로 어떤 책을 판매하시나요?]
제가 좋아하는 책을 구매하는 편이에요. 일종의 책 편집숍 같은 거죠. 요즘 제가 가장 즐겨 읽는 소설이 가장 많고요, 환경, 가난, 여성주의, 그림책도 있어요. 대부분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주문해요.
[책은 몇 권 정도 있나요?]
대략 천 권 정도 돼요. 작은 서점 대부분이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서점이라 하면 참고서나 수험서, 다양한 책을 판매하는 종합서점이었죠.
하지만 여기서는 그만한 공간도 안 되고요. 대부분 작은 책방들은 책방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을 판매한다고 보면 돼요. 물론 온전히 제 취향만 있는 건 아니에요. 온라인 서점들의 추천서나, 사람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도 선택해서 들여놔요. 서점은 결국 책을 판매하는 곳이니까요.
[책 판매가 쉽지 않은데,대책은 있나요?]
남원시에서 진행하는 ‘책값 돌려주기’ 같은 행사도 도움이 됩니다.
책값 돌려주기’는 남원 시민이 지역 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고, 한 달 이내에 읽은 후 공공도서관에 반납하면 책값을 남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제도예요. 책을 구매하려던 분들이 저희 서점에서 사게 되니까 도움이 되죠. 또 지역의 학교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기도 해요.
[저에게 책을 하나 추천한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시겠어요?]
『모든 것의 이름으로』를 추천합니다. 8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인데, 읽자마자 푹 빠졌어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소설이에요.
[#책소개]
19세기 식물학자 앨마 휘태커의 장대한 일대기를 그립니다. 앨마는 식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여성으로, 식물 표본 수집과 연구에 일생을 바칩니다. 그녀는 당시의 사회적 제약을 넘어 과학적 발견과 사랑, 좌절을 경험하며 진정한 ‘앎’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이 소설은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지식과 열정,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장엄하게 펼쳐 보이는 대서사시입니다.
[책방을 하면 좋은가요?]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여기 있는 책을 다 읽었냐”는 질문이죠.
책을 다 읽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어떤 책들이 있고,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어요. 읽은 책을 판매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살짝 보거나, 도서관에 그 책이 있으면 빌려 보기도 해요. 도서관 추천 도서로 신청하기도 하고요. 가급적 책방의 책들을 다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책방을 하면 좋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 오랜 꿈이었고, 책은 오래되어도 가치가 있다고 믿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팔리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제 책이 되니까요.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저는 사람이 꿈을 찾아 산다고 생각해요. 서점은 제 오랜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루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죠. 그리고 저처럼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아요.
그래도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저의 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책을 구매하는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별 생각 없이 들어와서, 우연히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기쁨을 주고 싶어요. 요즘은 인터넷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검색해서 사는 시대잖아요. 정해진 책이 아니라, 우연히 찾은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작은 책방을 꿈꾸는 사람에게 책방 창업을 추천하시나요?]
네, 저는 추천해요. 책방은 창업하기 쉬운 업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공간이 있고, 책을 구매할 만한 돈만 있으면 가능하잖아요.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 책을 들여오면 큰돈이 드는 창업은 아니에요. 책은 식품처럼 유통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라 재고 부담도 적어서 다행이죠. 하지만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는 어렵죠. 책방이 돈 되는 사업은 아니니까요. 저 역시 서점으로 돈을 많이 벌려는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책이 많이 팔리면 좋죠.
나름 책을 판매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유유자적처럼보여도 고니처럼 물아래에서는 엄청 물을 박차고 있군요.
네. 그런 샘이죠. 민박으로 돈을 벌어 책을 구매하는 식이지만, 후회는 전혀 없었어요. 정말로요. 그래도 꿈이었고,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좋아요.
[지역 책방이 꼭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시골에도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사는 곳에는 꼭 있어야 할 가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 하나가 저는 서점이라고 생각했어요.도시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것을 시골에서도 누릴 수 있었으면 했어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고요.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가게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멀리 사는 친구들이 놀러 와서
“야,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도 있어.” 이렇게 자랑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
[보통 작은 서점에서는 음료도 판매하던데, 여기는 없네요?]
네, 음료는 판매하지 않아요. 주변에 카페들이 꽤 많고요, 제가 음료를 팔면 그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할 일이 많아요. 민박 손님이 오면 청소도 해야 하고, 직조도 해야 하고요. 음료까지 하면 제 용량을 초과해요. 그리고 하루 일이 끝나면 매일 남편과 산책도 해야 하거든요.
[건물이 아주 예쁘네요?]
운이 좋았어요. 방송에도 나오는 건축가님이 설계를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멋진 건물이 되었어요. 이 건물에는 민박용 방 3개, 저희 살림집, 책방 겸 직조공방 공간이 있어요. 월세를 내지 않으니 좀 더 마음 편하게 서점을 운영할 수 있었죠. 물론 은행 대출금은 남아 있지만요.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아요.
어떤 소설에 “책방이 없는 마을은 영혼이 없는 것과 같다.” 는 말이 있더라고요. 제 책방도 우리 동네에 그런 영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해요.
[찬장과 책장의 미래는 어떤가요?]
대부분 책방이 2년 안에 폐업한다고 하는데, 저는 벌써 5년째 하고 있어요. 앞으로 5년 정도는 더 하고 싶어요. 예전에 제주도에서 책방을 하던 분이 책방 문을 닫으며 “졸업하는 기분”이라고 했던 게 기억나요.
저는 아직 졸업 못 했어요. 앞으로 5년, 그러니까 총 10년 정도는 해보고 싶어요.
“행복지수는 몇 점인가요?” 라는 질문에, 그녀는 1초도 고민 없이 “100점”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하다”고도 했다.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나도 “행복하게 살 거야”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항상 ‘가능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능하면’이라는 단어는 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가능하면’, ‘언젠가’라고 미루며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뒤로 미뤘기 때문일 것이다. 가능한 그 시점, 가능한 상황, 가능한 날은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른다.
삶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한다.
생계의 길과 꿈의 길이다. 생계의 길은 말 그대로 돈을 위해 사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달리는 삶. 돈을 벌지 못하면 불행한 삶이 된다. 꿈의 길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이다. 그 일이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 길이 행복의 길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누구에게나 선택의 자유는 있지만,누구나 선택하지는 못한다. 책방지기는 인터뷰가 끝난 후 자신의 작은 정원을 보여줬다. 막 피기 시작한 붉은 꽃양귀비가 지리산에서 불어온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작은 텃밭에는 봄에 심은 가지와 상추, 고추가 자라고 있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찬장과책장독립서점 Jirisan Bookcase
영업 매주 수·목·금·토 / 12시~5시 운영
주소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대정방천길 1-4 (산내면)
전화010-8250-6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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