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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메시지

가을이었는지, 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by 파르티잔


슬픈 메시지


가을이었는지, 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거기는 가을이 좋아요? 아니면 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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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개한 사진을 올렸더니


멀리 제주에 살던 생산자분이 댓글을 달았다.


"올해는 꼭 한 번 가보려고요.


대표님도 뵙고, 지리산에도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한 해가 지났다.


그리고 다시 꽃이 피고 질 무렵


전화가 왔다.


"저 지금 내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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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제주도에서 가족이 있는 서울에 들렀다가


지리산으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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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리조트에 예약했어요."


참거래 사무실에 들러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화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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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근처 식당에서 돌솥밥을 먹었다.


그녀는 소주를 한 잔 마셨다.


"참거래는 꼭 친정집 같아요.


언제든 전화드리면, 꼭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서 좋아요.


그래서 한 번 꼭 뵙고 싶었어요."


"제주도에 오라니까, 왜 안 오시는 거예요?


오시면 제가 풀코스로 대접할게요."


이 일이 있기 몇 해 전이었나.


"저 참거래 소비자인데요, 제주도로 귀촌했거든요.


이번에 귤을 좀 팔아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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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맛있는 귤, 카라향, 한라봉 등


제주도에서 제철에 나는 가장 맛있는 것을 판매했다.


"대표님, 이거 정말 맛있다니까요?


제가 보내드릴 테니까, 한 번 드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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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카라향으로 잼을 만들었어요.


제가 카페 운영하는 거 아시죠?


여름 음료를 새로 개발하려고 하는데, 이건 어때요?"


"농업 법인을 만들려고 하는데, 너무 힘드네요…"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전화를 걸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숙제처럼 한꺼번에 털어놓곤 했다.


"이번에 신제품 브랜드 이름을 정하려고 하는데


한 번 봐주세요.


잘 만들었죠?"


"네. 좋은데 좀 바꾸면 좋겠어요.


"아. 그런가요....."


그녀는 또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리고 며칠 뒤, 문득 이렇게 말했다.


"저, 좋은 거 좀 먹어야겠어요."


"왜요?"


"제가 좀 아프거든요.


그래도 걱정 마세요.


저는 너무 건강하니까요."


그리고 한 달 이 지난 후에


그녀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4차 항암 결과]


간에 있던 암세포 크기가 30% 줄었답니다.


출발이 나쁘지 않은 듯요 ㅋ


암튼 전 약발은 잘 받나 봐요^^


아직까지는 부작용도 크게 없고…


식욕이 나름 유지돼서 그런가


‘흑백요리사’ 보면서부터


식욕이 더 좋아지는 듯해요. 먹고 싶은 것도 많고요 ㅎㅎ


강화도 순무 구매할 수 있는데 아시는 분?^^


아니면 비용은 넉넉히 드릴 테니,


설탕 조미료 안 쓰고 소금 덜 쓰는


순무김치, 순무동치미 만들어 주실 분 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5차 항암 중 식욕 돋은 환자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포스팅이었다.


그리고 겨울인가 봄인가 전화가 왔다.


"저는 아직 건강해요.


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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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카톡이 왔다.


고 임*경(56세)님, 2025년 5월 14일 별세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


눈물이 난다.


참 좋은 분이었다.


고운 사람이었고,


마음이 착한 분이었다.


또 어느 날 갑자기


그녀가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볼 것 같다.


그러면 모두 다 좋다고 해주고 싶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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