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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운홀 테크 Nov 19. 2021

라스트마일 배송: 드론, 로봇, 갈길이 멀다

드론과 로봇을 생활물류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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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홀 모빌리티 2021.11.15에 실린글입니다.)



드론&로봇 배송 앞에 높은 산


배민커넥트 & 쿠팡플렉스


드론과 로봇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배민커넥트와 쿠팡플렉 얘기를 잠깐 하고 가겠습니다.

이 두 플랫폼은 
배달을 대신 해주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원하는 운송수단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업 모두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입니다. 



법적 근거가 꼭 필요 : 우리 모두 신분증을 1개씩은 가지고 있듯이, 모든 사업도 법적 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중 택배서비스와 음식 배달은 어떤 법에 근거가 있을까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이라는 법입니다. 


배달은 이륜자동차만 가능 : 그런데 이 법에는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 즉 음식배달 등을 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 제한되어 있어요. 지금은 이륜자동차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배민커넥트와 쿠팡플렉스가 하고 있는 도보, 전동킥보드, 승용차 배송은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입니다.


화물/용달업계의 극렬한 반대 : 법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이 생물법도 처음에는 모든 운송수단을 허용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화물/용달업계에서 이 법을 엄청나게 반대했습니다. 화물/용달업계의 주장은 이것이었죠. "승용차, 승합차가 배달할 수 있게 무제한으로 늘려주면 우리는 다 죽는다!"



결국 타협 : 화물/용달 업계에서 걱정하는 것은 증차였는데요. 모든 교통수단을 허용해주면 사실상 무제한 증차가 되어버리니까요. 결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반대의견을 수용해서 다른 운송수단은 다 빼고 이륜자동차만 남기게 되었습니다. 즉, 전동킥보드, 택시, 버스, 승용차, 드론을 이용한 소화물배송이 법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배민커넥트와 쿠팡플렉스는 법 없이도 자유업으로서 잘 운영되고 있고, 아직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분쟁 리스크는 남아있지요.




드론과 로봇 배송은?


배민커넥트와 쿠팡플렉스는 법적 근거가 없으면 좀 불안하기는 하지만, 사업을 어찌어찌 영위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승용차와 전동킥보드를 타고 배송? 그냥 하면 됩니다. 딱히 시비거는 사람도 없지요. 그런데 드론과 로봇 배송은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인프라 구축에는 법이 필요 : 드론과 로봇 배송이 상용화되려면 정부에서 여러가지 인프라 구축을 해줘야 합니다. 그 사업 주체는 아마 여러 기관일 겁니다. 국토교통부, 국방부, 기상청, 지자체 등등이요. 즉, 범부처적으로 지원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법적 근거가 없으면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한 이런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결국 법을 또 개정할 필요 : 이 생물법을 개정해야 드론과 로봇 배송 상용화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원래 그렇게 하려던 것을 작년에 화물/용달업계의 반대로 못한 것이지요. 국회에서 새 법안을 발의해놓았어요. 다른 운송수단도 소화물 배송이 가능하도록 말입니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 국회는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이해당사자들에게 조회했는데요. 반응이 무시무시합니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사항은 주로 승용차입니다.


국토교통부 : 업계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함. 신중히 검토할 필요.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국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 오랜 협의 끝에 운송수단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는데, 또 개정안을 낸 것은 우리의 희생과 양보를 통해 합의된 내용을 무시하는 처사임.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 승용차를 이용한 화물운송이 가능해지면 ‘화물차를 이용한 유상운송’이라는 시장의 기본질서가 붕괴됨. 개정안의 내용은 국회, 정부, 운수사업자 3자 합의에 따른 상생협약(’20. 12. 9)에 위배되는 사안이므로 반대함.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 운송수단 확대가 배달을 주업으로 하는 배달라이더의 고용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여 반대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검토보고서는 이런 의견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임."




앞으로


깨진 사기그릇을 조심스럽게 붙여놓은 것 : 생물법은 엄청 힘들게 만들어놓은 법입니다. 원래 2019년에 하려던 법안이었죠. 그 때 화물/용달업계의 반대로 좌초되면서 국토부 담당 과장이 인사조치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2021년에는 반대측 의견을 수용하면서 겨우 어렵게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최종안 문구 하나하나에 그런 타협의 흔적이 남아있어요.


또 깨질 가능성 : 그런데 드론, 로봇 배송을 허용하려고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다? 겨우 붙여 놓은 깨진 사기그릇이 또 깨질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2019년 당시 이 법안을 심사하던 국회의원은 회의에서 이렇게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쉽지 않아보이네요.


함진규 국회의원, "뭐가 조금 서운하면 전국에서 찾아와 가지고 내 지구당에 와서 데모하고 이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언젠가는 된다 : 언젠가는 드론, 로봇으로 소화물배송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도 새 법안을 내년쯤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이고요. 결국 정치적 타협에 의하여 법안 내용이 확정될텐데요. 지금은 이륜자동차로만 되어 있는 운송수단 제한을 완전히 풀어버릴 것인지, 아니면 승용차/승합차는 막아놓고 드론, 로봇만 허용해주는 기묘한 형태가 될지, 그것은 좀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갈등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더 보면 좋은 자료들


현행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링크)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개정안(2021.4.13 오영훈 발의) : 운송수단 추가하는 내용(링크)




다 읽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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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국회에서 5년간 땀흘려 일했습니다. 플랫폼에 반대하는 택시기사 집회에도 나가보고, 역사적인 법안의 막후 협상 과정도 지켜봤습니다. 운명적인 만남으로 스타트업의 세계에 눈뜬 후, 지금은 뉴욕대(NYU) MBA에서 공부하며 기술, 정책, 저널리즘의 교차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고민의 답을 타운홀 테크로 탐색해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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