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새댁]누가요, 제가 예비신부라구요?

캥거루 독립선언문

by 지밍초

결혼을 결심하자 누가 내 속마음을 엿보기라도 한 듯

내 알고리즘은 <웨딩>으로 물들었다.

연일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며

정말 이걸 내가? 내가 준비한다고? 싶었다.


웨딩 업계는 생각보다 깊고도 넓었다.

내가 사는 지역만 하루 종일 탐색해도 부족했고

도대체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하는건지

다들 이걸 진짜 준비하는게 맞는지도 감이 안왔다.


그러던 어느날 ,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덜컥 웨딩박람회를 신청했다.

대충 분위기라도 보자는 생각에 신청해버렸다.

대형마트에 가듯 가벼운 마음이었고,

웨딩박람회는 정말 어른들의 영역처럼 느꼈었다.


막상 빅람회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훨씬 크고 정보도 많았다.

나름 어떠한 것들을 체크해야지 생각하기는 했지만 말짱 도루묵이였고

그곳에서 배정된 플래너를 따라 이리저리 상담 부스를 돌아다녔다.


그중에서도 가장 와닿지 않았던건 "신부님"


나는 그곳에서 신부님이였다.

호칭 하나가 어색하고 낯설었다.

나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을 했었던지라 진짜 신부는 어디에 따로 있을것 같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선택은 예비 신부 위주로 돌아가기에

결정해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몰랐던 사이, 나는 선택의 주체가 되어야만 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아무것도 계약 안했을텐데.

애매하게 알고 있었던 게 더 문제였다.

결국 그 날, 나는 가계약서를 들고 집에 돌아왔다.


그제야 문득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직 부모님께 말도 안했는데

이제 정말 말을 꺼내야 할 타이밍이 온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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