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독립선언문
결혼을 준비하며 내가 당면한 가장 큰 산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세상에 공표하는 것이었다.
결혼하지 않고 평생 엄마 아빠와 함께 살겠다며
NN 년을 그렇게 외치고 살아온 나였기에,
부모님께 "나 결혼할래!" 입을 떼는 게 가장 어려웠다.
어쨌든, 이미 순서는 어딘가 잘못됐다.
일단 웨딩박람회에 방문했고,
일단 예식장을 봤고,
일단 날씨가 좋을 것 같은 날에 가계약을 해버렸다.
부모님께 결혼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일단 예약부터 해버린 것이다.
덜컥 가계약을 걸고 나니 나에게 남은 건 2주
정계약까지의 유예기간이었다.
가계약을 걸었던 식장이 너무 마음에 드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예식장에서 결혼을 하겠다는 마음은 확고했지만
날짜와 시간을 내 마음대로 정해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가계약기간이 지나면 정계약으로 전환되고
홀과 날짜, 시간을 변경할 수 없는 줄 알았다.
사실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고민이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나의 걱정과 고민은 2주가 거의 다 지나서야 끝이 났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결혼을 꺼내려했던 시점의 나로 돌아가서,
당시의 나는 어찌 됐든 14일 안에 예식장과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모두 정해야 했다.
처음에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부모님 앞에서는 "결혼하겠다"는 말이 죽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만 하다가 한주가 지났다.
그러자 내가 꼭 결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나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엄마 아빠랑 살면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꼭 결혼을 해야 해?"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그때부터 혼자 수많은 질문에 대답을 하며 싸웠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3일.
3일 뒤면 내 가계약이 정계약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이제는 정말 부모님께 말을 꺼내야 했고,
내 계약사항도 확정해야만 한다.(그때는 그런 줄 알았다.)
압박감에 발만 동동 구르다, 결국 전화로 말하기로 했다.
이게 맞나 싶기도 했지만
카톡으로 이하 기하려다 나름 발전해서 전화로 결정한 건데..
"엄마, 나 결혼하려고"
간단한 일상적인 대화 끝에 조심스레 꺼낸 내 한마디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걸 전화로 말하는 게 맞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