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젝트, INTRO
일단은 시작은 그거였다. 첫 직장에 입사를 하게 된 것이다.
어디 달달한 곳에 동떨어져 있다가 갑작스레 직장인이 된 것이라면, 유약함이란 단어를 덧붙여 상황을 쉽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K-입시와 함께한 자잘한 에피소드, 각종 아르바이트와 고객에서 끝나지 않는 진상들을 겪어오지 않았나. 또래 인간들이 만날 만큼의 인간을 만났고 겪을 만큼의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상 모든 풍파를 다 이겨냈다고 생각한 거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세상은 넓고 내 삶은 계속될 것이기에, 앞으로의 인생에 이런저런 각종 개같음이 가득 차있을 것도 알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생각보다 훨씬.
나는 끊임없이 이유를 파악하려 했다. 왜, 왜? 왜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고 그런 표정을 하고 지금의 상황이 생긴걸까. 인간에게는 귀인 본능이 있는데 코너에 몰리니 엉뚱한 방향으로 본능이 솟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이해하려고 나는나에게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지 않아서, 어떤 점이 부족했기 때문에. 기억나지도 않는 어떤 순간에, 뭔지도 모를 무언가를 잘못해서, 그것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려서… 그렇게 또 여러 날이 지났고 썩다못해 문드러진 마음에 진물이 흥건해질때 쯤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이야기를 꺼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신입 시절의 기억이 생생한 이들이었다. 신기한 건, 나의 말을 들은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는 거다.
처음엔 원래 다 그래.
분명 위로였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고도 했다. 첫 직장은 원래 힘들고 그냥 견뎌야하는 거라고 말했다. 자기도 그랬다고.
나는 그 말이 참 싫었다. 그럼에도 그 문장에 위로를 받았다. 어이없고 잔인한 상황이었다. 그 전에 나는 내 상식 선에서 꼽을 수 있는 비극의 유일한 이유였다. 그런데 내가 겪은 비극이 나만의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자, 화살을 그제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원래 세상 일이 그런 거래. 친구들도 다 겪은 일이래. 건강하지 못한 대화였지만 우리는 서로의 비극을 주고 받으며 자기 파괴적인 생각에서 벗어났다. 소뒷걸음질이었다. 마음 한 구석엔 참 맘에 안 드는 문장이란 생각이 남아있었다. 어쨌든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나라도 나를 지켜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꽤 많이.
나는 죽도록 바쁘지만 죽고 싶지는 않은 날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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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