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싫은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게 될까
지금은 비가 많이 오는 월요일 오전 나는 철퍽이는 소리에 음악을 더해 이 글을 쓰고 있어.
세카이노오와리 노래를 인기순으로 재생하려 해 컴퓨터로 예능을 틀어뒀는데 재미는 없고 시끄러워서 그 대신
여름비는 어감에 맞지 않아. 세상 그렇게 상큼한 발음이 없다고 글로 옮겨도 딱 포스터 제목감인데 대체 왜 어째서? 나는 여름도 싫고 비도 싫어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게 하필 그 계절이란 게 묘하기도 해 어쨌든 싫다는 거지
왜 싫은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게 될까. 그럴수록 머릿속에 남겨질 뿐인데. 염두하다는 문장은 문법적으로 맞지 않아 염두는 뭘 하는게 아니라 뭔가를 두는 곳이지 근데 몇 년 후엔 은근슬쩍 국어사전에 오를지도 모를 일 이건 말도 안된다고 학자나 교수가 목놓아 울부짖어도 뉴스에도 안나올거야 다른 많은 일들이 그랬듯
어젠 친구랑 얘기하다가
내가 생각하는 판타지를 생각했어
낭만과 판타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낭만은 닿고 싶다는 거고 판타지는 닿지 않아도 아무렴 괜찮다는 게 다를까 혹은 반대일까 아님 그 무엇도 아닐까
그럼 공상과학을 낭만으로 두는 사람이 좋아
무슨 방법이로든 이룰 수 있다 믿는
하늘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커진다 이제 좀 멈출 때가 된 것 같은데
방금 시작한 노래는 도입부가 영 별로라 다음 곡으로 넘겼어
즐길 수 없으면 피하란 말이 있지 모든 것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지 유감이야
비오는 풍경에서 밀려 들어오는 바람은 어쩐지 수상쩍은 부분이 있어 모르는 곳의 소식을 잔뜩 가져오니까 나는 그런 걸 달가워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여름엔 특히나 더욱
듣고 싶은 노래만 듣고 듣고 싶을만한 노래만 듣고
그렇게 지내다 행복한 바보가 되는걸까
근데 무색한 걱정같아 내가 그 한 곡에 불과할 수도
아니다 싶으면 슥 밀려나는 우리 모두가 (싸잡혀서 불쾌하니?)
비오는 날은 숨쉬는 게 너무 힘들어 유감스럽게도 난 아가미가 없어
인간으로 태어난 게 너무 통탄스러워
언덕의 토끼들을 생각해 그들을 걱정하는 건 사실 웃긴 일이지
빗줄기보다 핀조명이 더 치명상일테니
주말에 못 적은 일기를 쓰고 이번 주 할 일을 정리할거야
얼마 없는 내 친구의 절반 가까이가 주말 동안 인천을 찾았어
하루 차이로 미친 빗줄기를 피해서 다행이야 거기에 감사하는 건 사실 웃긴 일이지
그냥 습기가 차서 무거워졌을뿐 그래서 좀 떨궜을 뿐
(인간은 비대한 자아를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어)
지금 흘러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다. 괜히 1위가 아니야
다들 열심히 새로운 노래를 찾아 듣고 멋진 곡을 퍼뜨려 줬음 좋겠어
게으른게 아니라 정말 힘이 들어서 요즘은
계절 때문이야
가끔씩 천둥이 울려
*2022년 8월 개인 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