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바다에서 무료인강을 들었다
어떤 현상에서 낭만을 찾아내는 건 유희에 가깝다. 마치 빈둥대면서 벽지의 무늬를 세거나 횡단보도를 건널 때 흰 선을 피해 걷는 것과 비슷하다.
정보의 바다에서 무료인강을 들었다. API와 관련된 어쩌구 저쩌구. 사실 챗봇 스킬 서버를 위한 간단한 서치였으나 언제나 그렇듯 기초상식까지 흥미가 이어져서, 이러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노드랑 자바스크립트 쌩기초를 공부했다. 간만에 필기란 걸 하니 새롭다.
뭔가를 잘 하는 것과 잘 알려주는 것은 정말 다른 영역이다.
모두가 한국어를 쓰지만 병원에 가선 '진료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김앤장엔 '변호해주세요'를 요청한다. 한국어를 배웠다고 해서 김앤장에 가서 '진료해주세요'라고 하면 대략난감한 상황인 거다. 요청부터 잘못된 상황. 그러니 자바스크립트(언어)를 배웠다고해도 웹브라우저/node.js/스프레드시트 등(환경)에 따라 써먹는 명령어가 다른 것이다. 어쩜 이런 비유를? 그간 궁금했던 게 샤샥 해결. 이해할 결심.
쥐뿔도 모르는 상대라도 뭔가를 알려줄 때, 이것이 왜 필요하고 왜 지금 알려주는지 (그러니까 지식 외적인 부분을) 설명해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화면에서 코딩쇼를 보고 있으면 '와~' 하면서 뭔가를 하는갑다로 끝나지만, 코딩쇼 직전에 '이건 그냥 예시입니다' 말해준다면. 이것은 굳어진 공식이 아니라 빈칸이나 수식이니 추후에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안 상태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거다.
말이 길고 설명이 많아져도 나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좋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음
물론 상대가 원하면 말이죠
원한 적 없는 친절은 소음일 뿐
설명하며 만나는 용어들도 재미있다.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에 비해 좀더 무겁고 진지한 단어를 쓴달까. 용어는 주로 한자어라 그런걸까.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어도비 한글판 같다는 겁니다. 이 폴더가 npm의 패키지 디렉토리임을 <선언>한다던가... 함수를 <호출>한다던가... 예시를 두세개 더 갖고 오고 싶은데 엥간치 않네. 아는 게 없으니까요. 기존 단어를 번역해서 쓰다보니 이렇게 되는 것 같고, 그냥 영어단어로 쓰는 사람이 많은 게 이것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신기하게 다가온 개념. 개발영역에선 카피엔페이스트라는 개념이 기존과 다른 것 같다.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 수는 없다. 누군가 만든 걸 활용하는 거다. 오픈소스를 찾는다거나 코드를 구글링한다거나. 예전에 개발 관련 생쌩썡 기초강의를 들을 때도, 주요 코드는 외워야 했지만 좀 더 복잡한 건 '검색해서 찾아보시면 됩니다ㅎㅎ' 하더라고. 보통 (아니, 보통? 세상에 절대적인 기준이란 없는데 그렇다고 하나하나 때려맞추며 살 순 없으니 급한 대로 나 개인의 주변을 기준으로 친다면) 인문계 고등학교, 대학교, 문화예술분야, 기획부서라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이 만든 걸 그대로 복붙해서 쓴다면 창의성 없는 사람이 될 거고 정도에 따라 때려죽여도 시원치않을 몹쓸 인간 소리를 들을 것이다. 아주 간단한 용도로 구글링을 한다 해도, 그걸 그대로 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감이나 어순이라도 괜히 바꿔놓는 성의는 필수.
물론 개발영역에서도 완성 자체를 기존 것과 똑같이 가져와놓고 끝내진 않지만(몰라요), 내가 만든 걸 공유하고 그걸 조각조각 따따따해서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고,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처럼 보인달까. 수업에서도 이런 오픈소스 공유 덕분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고도화될 수 있었다 말한다.
뭐랄까 완성의 기본 단위가 추상적이지 않은, 블록같은 존재라 그런 걸까? 수학처럼 말이다. 코드 한 줄의 단어마다 이것이 무엇이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 분해해서 설명이 가능한 그런. 나는 그런 걸 아주아주 좋아한다.
관절에 기름칠이나 해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분야 같다가도, 그것들을 "예쁜 코드입니다", "귀여운 함수입니다", "수식을 깔끔하게 정리해볼까요" 라는 말로 설명하곤 한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도 아주아주 흥미로운 직업이다
비록 첫 목적이었던 스킬개발은 써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어졌지만 (not enough time until oct) ... 그래도 즐거워... 삶의 낙..
그래도 가시적인 결실을 맺는 것에 초점을 둬야겠지, 나는 휴학한 대학생이 아니니까,,, (쓸쓸한 직장인의 표정)
*2022년 8월의 마지막 날 개인 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