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오빠 Apr 07. 2022

호텔 업그레이드를 거부하신 손님

여행사 직원의 여행 이야기 - 004

해외여행이 보편적이고 일상적이었을때 보통 해외여행을 생각하게 되면 보편적인 순서는 항공권을 알아보고 숙소를 알아보고 교통편이나 먹거리, 현지투어 등등을 찾아서 일정을 짜게 된다.


아마 해외여행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것이 항공편과 여행가서 묵을 숙소일것 같은데 심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여행에서 숙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꽤 클것이라 생각된다.


오랫동안 괌 지역 상품을 도맡아 진행했었기에 괌 지역 손님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은데 숙소와 관련되어서 떠오르는 손님중에 가장 안타까웠던 손님 사연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괌 여행을 다녀온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한결같이 알고 있는 리조트가 하나 있다. 특히 어린이 자녀가 있는 가족이면 이 리조트를 모를 리가 없다.

이 리조트 이름때문에 괌이라는 여행지를 알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족물놀이 해외여행의 성지같은 리조트였다.


몇년 간의 괌 업무 속에 이 리조트때문에 얼마나 속을 졸이고 긴장하고 손님께 빌고 빌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정말 밤샐 정도로 인기가 많은 리조트였고 자녀를 동반한 괌여행객의 80%이상은 이 리조트를 ‘찍고’ 예약을 하신다. 다른 선택권은 아쉽지만 아직까지 없다. 나는 재벌이 되면 이 섬에가서 이 리조트를 대적할만한 어마어마한 리조트를 짓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한 리조트에 객실동이 3개정도 있고 객실이 700개가 넘는 대규모 리조트이지만 항상 객실 점유도 90%가 넘는 정말 쩌는 리조트다. 조카들을 데리고 여러번 이 리조트를 다녀오신 회사 팀장님은 ‘괌 속의 대ㅇ리조트’라는 정말 와 닿는 별명을 붙여 주셨고 한국사람이 정말 많고 어느 식당에나 줄을 서야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여기보다 좋은 곳이 없다고 하셨다. 이 리조트의 요금에는 삼시 세끼 금액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고 매 끼니에는 여러 식당중에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서 객실 키만 내밀면 밥을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뷔페식당으로 가면 맥주나 와인까지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수영장에서 아이들이랑 놀아주다가 물에 젖은채로 수영장 한켠에 있는 스낵바에서 밥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 아빠의 육아스트레스를 해방시켜줄 일명 ‘키즈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서 아침을 먹이고 키즈클럽에 보내면 잘생기고 예쁜 금발의 언니 오빠들이 같이 물놀이도 해주고 점심도 같이 먹어준다. 말 그대로 엄마 아빠에게 자유시간을 주는 것인데 자녀들의 만족도가 더 높아서 더 놀고 싶어 객실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었다.


그런 이유로 이 리조트 상품 예약자 리스트를 살펴보면 어린이가 없는 예약자는 없었다. 1객실에는 성인둘, 아동세명까지 동반투숙이 가능했는데 보통 성인 두명에 어린이 두명 예약이 많았다. 총 4명이 투숙을 하고 여기에 객실수를 곱해보면 대략 2천여명이 넘는 한국인이 동시에 이 리조트에 체크인해 같이 묵고 있는 셈이다. 이 리조트로 여름휴가를 가겠다고 ‘찍고’ 예약을 의뢰했던 외사촌형은 가족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다가 옆테이블에 앉은 대학생 시절 첫사랑을 만났다고 했다.


여행사의 괌 담당자자리를 기피하는 이유는 바로 이 리조트 때문이 크지 싶다. 휴가철이 되어 예약률이 높으면 모두 두려움에 떨게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언컨펌’이라는 사건인데 쉽게 말해 오버부킹을 받은 리조트 측에서 여행사에게서 받은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경우였다. 객실을 뱉어낸다고 우리는 표현을 많이 했다. 이런 악몽이 한번씩 지나가고 잊혀질쯔음이면 한두껀씩 터졌고 손님께 여행비용을 모두 받은 후에 항공권까지 발권을 마친 상태에서 호텔예약이 붕 떠버린 상태가 되면 정말 멘붕이 여러겹 겹쳐서 오게된다.


처음 몇 해는 목소리를 덜덜 떨면서 손님께 욕도 들어봤고 예약 대표자와 일행, 옆집언니 등등 돌아가면서 항의 전화도 많이 받았었다. 그에 대한 스트레스도 정말 컸던것 같다. 오전에 예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나면 점심 먹을 힘도 없었고 속으로 대본을 짜기 바빳다. 전화통화를 걸고 손님이 받으시면 마치 염라대왕 앞에 선 망자처럼 이 사실을 이실직고하고 사죄를 해야했다.


객실 예약이 취소되었다고해서 여행을 못가시는 상황은 아니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여러 선택권을 드려야하니 우선 순위로 대체해드릴 수 있을만한 다른 리조트에 빈 객실이 있는지 급하게 먼저 찾는다. 이 물놀이 리조트가 보통 제일 먼저 만실로 예약이 마감이 되니 다른 호텔들은 아직까지 객실이 여유가 있을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내가 예약을 해드린 손님께도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손님께서는 총 8명 예약으로 두가족 예약을 하셨고 객실은 2개사용하는 것으로 예약하셨으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총 4박일정으로 객실 2개 예약중 첫날하루가 투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출발일은 단 5일 앞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였다.


우선 같은 리조트 내에서 객실 등급을 올려서 빈 방을 찾아보았지만 오버부킹으로 허덕이는 호텔에 상위 카테고리 객실이 남아 있을리가 없었다. 다급하게 다른 호텔을 뒤져서 객실을 찾아보았지만 출발일도 임박한데다 극성수기에 접어드는 시점이어서 객실이 남아 있는 호텔이 거의 없었다. 호텔객실만 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게 아니라 삼시세끼를 리조트안에서 해결해드려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알맞는 호텔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그 시즌에 갓 그랜드 오픈을 한 5성급 호텔이 떠올라 호텔 예약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다. 이 호텔은 지금은 괌 여행에서 묵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호텔로 정평이 나 있지만 그때는 막 손님을 받기 시작한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소위 ‘듣보잡’ 호텔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었고 태국 계열사의 호텔이어서 이름조차 우스꽝스러운 호텔이었다. 가오픈일때 출장으로 방문하여 모든 객실과 시설을 견학했었는데 예약이 취소된 물놀이 리조트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넘사벽으로 좋은 호텔이었다. 가격차이도 엄청날테지만 손님 여행을 진행해드려야 하니 이 호텔의 문을 두들겨 보기로 했다.


“ㅇㅇ매니저님 안녕하세요! 저 한번만 살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아 ㅇㅇ씨도 ㅇㅇ리조트 예약 터지셨나봐요….”


이미 현지에서도 이 물놀이 리조트 사건이 소문이 퍼진것이다. 내 예약뿐만 아니라 여러 예약자예약이 튕겨나와서 나같이 방을 찾아 헤메는 여행사 담당자가 많았을 것이다.


“저 제발 방 2개만 구해주세요.”

대화창에서 답변을 기다리는동안 정말 피가 마른다. 없다고 하면 재빨리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손님께 여행예약 비용 전액환불은 물론이고 제대로 여행예약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여행사에서 손님께 보상금도 지급해야한다.


“네 ㅇㅇ씨 객실이 있긴 있어요. 그런데 이그젝티브 스위트만 두방 확정 드릴 수 있어요”

“이그젝티브 스위트… 잠시만요.”


재빨리 요금표를 꺼내 예상되는 손실액을 계산해보니 호텔비용만해도 금액이 엄청났다. 1박 투숙비용이 네배이상나는 객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선은 객실을 확보할 수 있으니 가 예약을 걸어두고 더 높은 결정권을 가진 상사분들과 미팅을 신청해 긴급 회의를 했다. 손실이 나도 좋으니 손님께서 가신다고 하면 보내드리기로 결정된 후에 나는 내가 실수 하지 않았지만 대역죄인이 되어 손님께 전화를 걸었다.


“ㅇㅇㅇ 고객님, 여행사입니다. 상의드릴것이 있어 전화드렸습니다. 통화내용이 다소 긴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여러 상황을 겪어본 경험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직면해있는 상황을 정말 가감없이 손님께 전달드리는 방법이 가장 확실했다. 어설픈 거짓으로 포장하려고 하다가는 더 큰일이나는 경우를 더러 들어 보았다. 게다가 이 악명높은 리조트는 이미 소문이 많이 나있어서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경험담을 읽고서 대략 예상하고 알고 계신 손님들도 계셨다.


그리고 내가 들고 있던 대안역시도 정말 나쁘지 않았다. 아니 최상의 대안이었다. 호텔이 바뀌긴하지만 오픈한지 2주밖에 안된 신상 5성급 호텔로 업그레이드되고 객실역시도 일반객실이 아닌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이그젝티브스위트였으며 클럽라운지 이용도 가능했다. 기존 예약보다 1박 숙박비가 4배나 차이나는 객실이었기에 손님께 자신있게 호텔을 옮기시는게 어떠시냐고 여쭈어 보았다. 물론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던 리조트의 부대시설은 원할때 얼마든지 이용가능하게 처리를 해주기에 나는 조금 자신있게 말씀을 드렸다.


“아니요, 그 들어본적도 없는 호텔을 어떻게 믿고 가요? 저는 처음 예약했던 리조트로 가게 해주세요.”


손님의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최초 예약 그대로 변함없이 진행해달라고 하셨던것. 손님의 의중은 여쭤본적이 없어 모르지만 아무래도 처음 들어보는 호텔이기도 하고 출발 5일전에 전화를 해와서 변경되느니, 어쩌니 이야기를 하니 불신이 생기신것 같았다.


하지만 손님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은채로 통화가 종료되었고 팀내 직원들도 다들 손님의 선택을 아쉬워했다. 상황을 잘 아는 우리니까 아쉽지, 여행사에 불신이 생기신 손님은 손님께 불리한 방법으로 예약을 바꾸려고 하는 줄 아셨던것이다. 통화를 끊고 다시 최초 예약하신 리조트측에 연락하여 빌고 또 빌었다. 손님께서 무조건 그 리조트에 가셔야만 한다고 하니 방법이 없었다.


리조트측과 조율을 하여 타협을 했는데 결과는 총 4박중 첫날을 제외한 3일에 대한 확약을 받을 수 있었다. 어차피 첫날은 밤비행기로 현지시간으로 새벽 3시 넘어 도착이니 하루만 대체호텔에 묵으시고 다음날 아침식사후에 리조트 이동을 하면 일정에는 큰 변경이 없었다. 그렇게해서 1박+3박으로 쪼개진 예약이 최선책이었고 손님께 다시 전화를 드렸다.


“고객님, 제가 직접 몇 주전에 출장으로 다녀왔던 호텔입니다. 기존 예약하셨던 호텔보다 훨씬 좋은 호텔입니다. 아침식사도 정말 맛있습니다. 제 이름을 걸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2일차에 아침 드시고 준비하고 계시면 가이드가 원래 예약하셨던 리조트로 모셔다드리는 것으로 진행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첫날 숙박료는 받지 않고 저희쪽에서 지불하는 것으로 하고 고객님께 환불해드리겠습니다.”


손님께서도 일정에 큰 차질이 없으실 것으로 생각되셨는지 수긍하셨다.

하지만 마음한편으로 전체 호텔 업그레이드를 선택하지 않으신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두개 호텔 객실 컨디션과 크기가 정말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보통 길게 패키지 여행으로 유럽이나 미국쪽을 가게되면 일정이 흘러가면서 호텔이 조금씩 좋아지게 배정하게 된다. 처음부터 좋은 호텔에 투숙하고 이동하였을때 시설이 부족하면 컴플레인으로 이어질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때문에 손님께 서약서나 계약서를 받아두기도 하는데 이손님께도 말씀을 드려 호텔 변경에 대한 동의와 현지에서 호텔이 다시 변경이 불가 하다는 내용으로 서약서를 받아 두었다. 그리고 출발당일 한번더 전화드려 이내용에 대해 다시 안내를 드렸다.


보통 출발이전에 예약에 문제가 있었던 손님께는 더 신경을 쓰는 편이고 개인연락처도 알려드리는 편이어서

이 손님께서 출발 하신 당일 저녁에는 혹시나 전화가 올까봐 잠을 깊게 못자기도 했는데 손님께서 현지에서 도착해 호텔 체크인을 마쳤을 시간 즈음 전화가 울렸다.

저희 이호텔에 계속 묵는걸로 해주시면 안될까요?”

도착해서 호텔에 체크인해보니 정말 좋고 삐까번쩍한 호텔이었고 객실도 대궐처럼 넓은 호텔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그토록 설명을 드렸었는데 가보니 정말이었던 것이였겠지.


"죄송하지만 이미 호텔비용이 모두 지불처리되어서 변경이 불가합니다. 이부분 제가 정말 충분히 말씀드렸는데 안타깝습니다 고객님"


다음날 오전에 사무실로 한번더 전화가 와서 그 호텔에서 계속 있게 해주면 안되냐고 물어보셨지만 불가능했다. 그렇게 현지에서 손님은 손님이 그토록 원하셧던 리조트로 숙소를 옮겨가셨고 이후에는 별말씀이 없으셨다.


여행 예약자가 여행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게 되면 보통은 사후 연락을 드리지 않는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는다는 표현도 어느정도 맞긴하지만, 이렇게 사건 사고가 있었던 고객님들은 연락을 한번씩 드려보는데 이 손님께서는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으신걸로 기억한다.


여행사에서 오래 근무하다보니 이런 저런일을 많이 겪어 지인이나 사촌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나를 통해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만약 무슨 사건이 터지면 반드시 먼저 연락을해서 조언을 구하라는 이야기.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게 해줄 수 있다. 자신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승객 불만을 잠재우는 미국 국내선 기장의 센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