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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오빠 Sep 27. 2024

여행지에 도착했는데 짐이 안왔어요.

여행사 직원의 여행 이야기 - 006

부모님과 누나와 나 넷이서 떠났던

하와이 오아후 + 빅아일랜드 가족여행을 갔을때이야기.



지금은 발권이 불가하지만 그때는 

야무지게 대한항공 부산-인천 내항기 + 인천-호놀룰루 하와이언항공 왕복 + 호놀룰루-힐로 / 코나- 호놀룰루로 IN/OUT 공항을 다르게 총 6번의 비행기를 타는 빅아일랜드 여행을 발권했다.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를 보좌하는 왼편부터 니하우/카우아이/오아후/몰로카이/라나이/마우이/빅아일랜드. 여행이 가능한 섬은 카우아이/오아후/몰로카이/라나이/마우이/빅아일랜드 여섯개.



그때에는 이미 하와이 빅아일랜드를 두번정도 출장으로 방문한 뒤였는데

제주도 크기의 8배라는 크기를 정말 체감이 가능했던건 

내가 직접 운전을 해서 힐로-코나를 넘어간 이후였던것 같다. 


보통 한국출발 하와이행 비행기들이 오전에 호놀룰루 다니엘 이노우에 공항에 도착을 하고

이민국을 지나 주내선을 환승하고 나면 보통 오후 2~3시경 다시 호놀룰루를 이륙해

25분~1시간 거리에 있는 이웃섬에 도착하게 된다. 


그때는 순수한 마음에 힐로공항으로 들어가 숙박 없이 (지난번 출장에도 그랬기에)

당일에 렌트카를 빌려 북쪽으로 차를 몰면서 부모님께 아카카폭포를 보여드리고 

코나에 있던 쉐라톤 코나에 도착하려고 계획을 야무지게 세웠다. 

(지금은 아웃리거 코나가 된 쉐라톤 코나 케아오후 베이)


부산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내항기도 지연없이 정시 출발/도착했고

호놀룰루행 하와이언항공도 지연없이 잘 출발했다.

입국 후 호놀룰루발 힐로행 비행기도 정시 출발하여 시골공항같은 힐로공항에 잘 도착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하와이는 미주노선이기에

수하물이 1인당 23킬로 두개씩 위탁이 가능했고

우리가족은 4명이기에 각자 짐 하나씩 + 공용짐 (식량, 물놀이 용품 등등) 2개해서 

총 6피스의 수하물을 위탁했다.


게중 가장 크기가 컷던 32인치 캐리어에 내 짐을 넣고 조식대신 간단히 식사 할

누룽지, 엄마표 반찬 등등을 포장해 넣었다.

수하물 수취하는 곳에서 컨베이어가 천천히 돌기 시작하자

짐이 하나씩 나왔으나 끝내 32인치 캐리어는 나오지 않고

수하물은 이제 끝이에요. 하는것처럼 컨베이어 벨트는 멈췄다. 


그렇게 내 모든 짐과 둘쨋날 오전에 먹을 식량은 도착하지 않았다.

사실 수하물 분실이 처음있던일이 아니었기에 

부산 김해공항 대한항공 카운터에서 보딩패스와 함께 받은 짐택 스티커를

가지고 힐로공항 뒷편의 초가집스러운 하와이언항공 카운터를 방문했다.

순간 짜증났던 나를 맞이해준건 애니메이션 모아나 할머니같은 인상의 할줌마셨는데

"오! 알로하! 무슨일이에요?"

"저기 제 짐 하나가 도착하지 않았어요 한번 트랙(추적)해주시겠어요?"

"하하 그래?? 펠레가 화나셨나? 봐줄게!" 

(펠레는 하와이의 화산여신이다)

-------- 컴퓨터를 몇번 검색해보더니 -------

"어머, 짐 하나가 호놀룰루에서 지금 비행기에 실리지 않았어요, 다음 비행기 타고 오려나본데

좀 기다릴수 있어요? 세시간 뒤에 와요"


맙소사 짐 하나가 비행기에 실리지 않은거였다. 

그시간이 오후 세시정도 된 시간이었는데 힐로에서 코나까지 쉬지 않고 달려도 네시간이 걸린다.

짧은 코스인 마우나케아를 넘는 코스가 있긴하지만 내 운전실력으로 가족을 위험에 몰아넣고 싶지 않았고, 코나로 가는길에 아카카 폭포를 봐야하기에 위로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코스로 가야했다. 그리고  더이상 지체하면 10시나 되어서 코나 숙소에 도착할것같았다. 


"저희가 숙소가 카일루나 코나에 있어요. 짐을 기다리다간 밤늦게 넘어가야 할것 같은데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흠... 그러면 지금 이미 짐이 비행기에 실린것 같은데, 내가 이 짐을 받아서 오늘 저녁비행기로 다시 호놀룰루로 보낼게요, 그럼 내일 아침 첫비행기에 싣어서 카일루아 코나 공항에 보내줄게! 코나공항에 가서 짐을 찾는건 어때요?"

"그방법 밖에 없겠어요 그렇게 해주세요"


힐로공항에서 코나공항까지. 1시간 반걸리는 도로는 산맥을 넘어야하기에 보통 위로 돌아가는 네시간코스를 탄다.


그렇게 전산처리를 천천히 하는 할줌마는 세상 알로하 정신으로

멘붕에 빠진 나와 우리가족에게 말을 걸었다. 


"하하하 알로하~ 날씨 좋죠? 어디에서 여행왔어요?"

"저희 부산에서 왔어요!"

"어 부산?? (이때부터 한국어를 하셨다)"

"우리 할모니 부산싸람! 살아있네!"

그렇게 모아나 할머니는 미국스타일 한국어를 구상하시면서 우리의 빡침과 긴장감을 확 풀어놓으셨다.

"우리 할머니 보고싶다. 부산 좋잖아요! 국빱 맛있어요!" 


이렇게 해맑을수가... 

이분의 연세도 그렇고 알로하정신도 그렇고 뭐라고 컴플레인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긴 이분에게 화를 내봐야 이분이 잘못한것도 아니고, 그럴수도 있지. 나도 알로하 정신이 발동했다.


그래도 정신을 더 잃지 않고 보험처리에 필요한 서류를 요구했고

흔쾌히 도트프린터로 찍힌 지연 확인서를 주셨다.


이분의 알로하정신이 깃든 응대때문에 짐이 없어진 기분나쁨이 마치 소나기가 씻고 지나가듯

없어졌고 우리가족은 기분좋게 아카카폭포도 보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카일루나 코나에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빅아일랜드 아카카폭포


짐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은건지 나는 저녁을 맛있게 먹고 샤워를 하려고 보니 

갈아입을 속옷조차 없었다. 

그때가 이미 한국에서 출발한지 24시간이 넘어가는 시간이어서 온몸이 찝찝했는데 어쩔수 있나. 


나는 그분의 알로하 정신을 이어서 기분좋게 아버지의 트렁크 속옷을 빌려 입었다. 그리고는 맨발에 운동화를 신고서 카일루아 코나 시내 ABC마트에서 누가봐도 관광객 같은 알로하 반바지와 거북이가 그려진 편한 티셔츠를 샀다.


다음날 코나 공항에서 수하물을 무사히 받으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복장을 이틀이나 더 입었다. 


지금도 가끔 잠옷대신 이 촌스러운 티셔츠와 바지 세트를 꺼내서 입을 때마다

짐을 잃어버려 당황해서 콧등에 땀이 맺히던 기분과 허허허 웃으며 다 괜찮을거라고 말해주던 

항공사 직원분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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