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이틀에 걸친 직무교육을 지금 막 마쳤다.
재택 화상교육이라 좋지만 허리가 아푸다. ㅠㅠ
오늘 직무교육의 주제는 청년층 대상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이다.
고용센터에서는 15명 내외의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4일짜리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나도 2015년에 실직자 상태에서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전문강사가 4일간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원래는 고용센터에 모여서 4일간 대면으로
진행되며 함께 점심도 먹었지만 코로나 이후 2년 넘게 완전히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운영되고 있다.
모여서 얼굴을 마주하며 참여할 때보다 역동성은 한결 떨어지지만 여전히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오늘 교육을 받은 CAP@ (케파)는 만 34세 이하 청년층들만 참여시켜 운영하는 4일짜리 집단상담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자소서 컨설팅과 모의면접 활동이 특화되어 있고,
청년층들만 모여 있어서인지 분위기가 한결 더 역동적인 편이다. 유독 분위기가 좋았던 구성원들은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 모임을 이어가기도 한다.
2015년에 직업상담사를 준비하면서 나는 다양한 연령이 참여하는 4일짜리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사님을 보면서 나도 집단상담 운영자가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강하게 받았다. 내가 찾던,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견했던 것이다.
당시 내 또래 여자 강사님 역시 나에게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따면 자기 회사에 바로 취업을 시켜주겠다고 까지 하셨다. 한 명의 유능한 집단상담 운영자가 양성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내가 아주 적임자 같다고 엄청 격려를 해주셨다.
그러니까 나는 자격증을 따기 전에 이미 취업처가 확보되었던 것이다. 그건 정말이지 천군만마처럼 든든한 느낌이었다. 내가 더 열심히 올인해서 시험을 준비했던 추동력이 되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뭔지, 직업상담사 시험이 끝나자마자 고용노동부 공채 정보를 입수하게 되면서 결국 나는 강사님이 소속된 회사로 가서 집단상담 운영자가 되는 길을 접었다.
인생에서 가정이라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가끔 나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직업의 안정성을 선택했지만 어쩌면 나는 더 나은 기회를 포기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직무교육 이틀째에 나는 다시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발견했다.
정년퇴직 후에 나의 직업전문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생긴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직업상담사로서 가진 역량을 60대 젊은 나이에 묵히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다.
현장에서 내가 느낀 것은 청년층들이 정말이지 자소서를 너무 못쓴다는 점이다. 자소서의 기본기가 너무나 부족해서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래서 한 시간 정도만 컨설팅과 클리닉을 해주어도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느낀다.
그건 다시 말하면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정년퇴직 후에 조그마한 상담 까페를 열어서 직업상담을 계속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여력이 된다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력서, 자소서 컨설팅과 진단도구들을 활용하여 특히 학생과 청년들의 진로설정을 돕고 싶다.
작년까지만 해도 정년퇴직하면 그저 실컷 책이나 읽으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그득했는데
끊임없이 생각은 변하고 상황도 변한다.
10년 후의 미래는 또 어떻게 합종연횡하게 될 것인지 참 궁금하다.
벌써부터 상담까페에서 알바를 시켜달라는 동기 베프들과 키득거리지만 정말로 고용까지 창출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