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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양훈 Jan 10. 2022

아침을 같이 맞이하지 못해서 미안해

누군가에겐 당연한 또는 그렇지 못한

  카페 일을 하며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게 어떻게 보면 장점이자 단점이 되는데, 운영 초기에는 아내와 아침에 시간을 보내고, 출근도 같이 하며 나름 자영업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잘 될 거라는 확신으로 가득 찬 나날들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출은 높아져 갔지만, 고정비가 높아 수익이 높지 않거나 적자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는 아침에라도 배달을 해서 매출을 높여야겠다는 강박이 생겼다. 그 이후로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7시에 오픈하는 일상을 시작했다.


  아침 배달은 정말 들쑥날쑥했다. 잘 되는 날도 있었고, 정말 한 건도 없어서 내가 새벽에 일어나는 의미가 있나 싶은 날도 정말 많았다. 배달하시는 기사님 중 한 분은 꾸준히 2달 정도는 해야 고객들이 인식을 하니까, 하실 거면 정말 꾸준히 해보라고 했다.


'여기서도 성공의 법칙은 꾸준히 인가보다'


  새벽부터 나오다 보니, 아내와의 아침 시간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지도 몰랐다. 회사를 그만둔 후로는 어떻게든 가게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왔다. 자연스레 그전보다 아내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줬던 게 사실이다.


  우리 부부는 딩크족이다. 원래부터 딩크족이 되려던 건 아니었지만, 둘만의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에 둘의 수입으로 아이까지 키우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아이가 생기면 잃어버릴 자유와 아내의 수익을 생각하면 답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지금의 현실을 만족하는 측면에서 딩크족을 선택했다. 가까이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것도 한몫했고, 어찌 됐든 양가가 부유하지 않은 현실이었기에 아이를 피해왔고 현실에 만족하며 나중에 나를 돌봐줄 후손보다는 실버타운을 꿈꾸며 행복하게 살아왔다.


  딩크족이다 보니, 우리는 평생 서로가 전부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자주 하는 말이 '누구 하나 죽으면, 따라 죽겠다, 살아서 뭐 하나'라는 말을 정말 자주 한다. 그 시점에서 자영업을 시작하다 보니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많이 줄었고, 아침 배달까지 시작해 서로 같이하는 아침 시간도 사라졌다. 아직도 아내가 했던 말이 잊히지가 않는다.


'여봉시랑 아침에 같이 눈을 뜨면 정말 좋은데 ㅎㅎ'


  여기서 '여봉시'는 여보를 뜻하는 우리만의 애칭이다. 아침에 같이 눈을 뜨는 것 자체가 참 쉬운 일인데, 우리에게 평일만큼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일을 하는 모든 부부들은 같은 시간에 눈을 뜨기가 참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자영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아침과 저녁이 모두 사라졌다. 자유를 얻기 위해 떠났던 회사가 오히려 더 자유로웠고,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아직도 가게를 키우는 일은 지속 중이다. 아내와의 달콤한 아침을 위해서 나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 고정비가 크면 매출을 미친 듯이 키우면 그만이다. 세상에 못 할 일은 없다. '더 시크릿'을 나는 믿는다. 내가 믿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아내와의 모닝키스를 위해 나는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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