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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양훈 Jan 21. 2022

그녀에게 속았다

겉모습에 속지 말지어다

    아주 더운 8월의 여름밤, 프랜차이즈 카페를 계약하기로 마음을 먹고, 아내와 함께 담당자와의 미팅을 하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갔다. 아직 신생 프랜차이즈라 그런지 사무실이 아닌, 본점 카페에서 미팅을 했다. 막상 카페에 가보니, '프랜차이즈 대표님(그녀)'께서 계셨다. 엄청 바쁘신 분일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그때는 '초기 점포라 신경을 많이 쓰시는구나~'라는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보통, 프랜차이즈 대표는 일반 미팅에는 올 수조차 없이 바쁘다는 사실을... 


  미팅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아, 정말 이런 분이라면 내가 믿고 내 돈을 투자할 수 있겠구나!'라는 점이었다. 말을 하시는 내내 선함이 눈에 보였고, 앞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해 나가시면서 점주들을 많이 신경 쓰려고 하신다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교사라는 경력 또한 내가 확신을 가지게 된 이유 중에 하나였다.


   오픈을 하기 전까지도 그녀의 인플루언서로써의 영향력과 그녀가 만든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많은 기대를 품었던 나 자신이 생각난다. 지금도 희망을 버린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왜 사람들이 유명한 프랜차이즈를 하는지, 왜 이왕이면 프랜차이를 안 하는지, 결국은 내 능력에 의한 사업을 해야 하는지를 뒤늦게서야 깨닫고 있다.


  사실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 좋은 점도 꽤나 많았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반경 거리 내에 우후죽순으로 카페를 오픈시키는 반면에 내가 선택한 프랜차이즈는 최소 반경 3km에, 나는 특별하게 해당 지역 자체를 보장받았었다. 로열티도 없었고, 제품도 대부분 공급을 받기 때문에 1인으로 매장 운영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 모든 장점을 뒤덮을 만한 원가율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부분이 나의 미스였다. '당연히 카페니까, 많이 남겠지'라는 환상이 있었다. 그리고 카페 성수기인 여름에 계약을 하다 보니 장사가 정말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그게 배달 매출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배달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배달 장사가 별로 남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막상 실제로 배달을 해보니 많이 팔아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이 팔면 많이 남긴 남는다. 내 노력에 비해 남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선한 모습의 그녀에게 단단히 속았다'


  사실 내가 속은 이유는 간단하다.


  나의 '능력 부족'


  자책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정말 이번 경험을 통해서 지난 5년간의 회사생활보다 더욱 많은 것을 카페 운영 6개월 동안 깨닫고 있다. 사회는 정말 불구덩이 지옥이었고,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 하나 내 편은 없었다. 내 선택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정말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굶어 죽기가 딱 좋다. 이것저것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는 게 사업이고, 정말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게 자영업이다. 자영업을 하다 보니 마치 내가 진리를 깨달은 '석가모니'가 된 기분이다. 그래도 자영업 덕분에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정말 깨달음을 얻고 싶은 자들에게 자영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인생의 진리가 귓불에 매일 맴돌 것이다. 


  그녀에게 속았지만, 나는 오늘도 열심히 카페에 나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에 이제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것 같다. '플랜 B'도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카페가 최우선이다.


  '그녀는 오늘도 가맹점주님들 덕분에 배가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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