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보다 위에 있고 싶었다
어린 나는 그냥 싫었다.
내 뒤에 숨어서 아무 말도 없이, 나만 쳐다보는 동생이.
언제나 그랬다.
어른들이 동생을 보며 질문하면
동생은 조용히 나를 본다.
그럼 나는 입을 열고,
어른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했다.
엄마는 동생의 그런 모습을 알았지만
"형" 이니까, 동생이 곤란해하면 도와주는 건
당연하다고 늘 말씀하셨다.
어른들 앞에선 소심한 이 녀석도 내 앞에선 장난꾸러기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은 자신도 해보고 싶어 하고
가끔씩 나를 이기려 들고 동생이면서 같은 시선에서 나를 보려 한다.
우린 2살 차이다.
나는 동생보다 항상 위였던 것 같다.
옷을 사주는 것도
장난감도
모든 것은 내가 먼저였다.
좋은 일이다.
형이라는 입장의 이점을 최대한 즐겼다.
하지만 꼭 좋았나?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대답할 수 없다.
처음으로 구구단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였다.
좀처럼 외우기 힘들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이것도 못하냐며 화를 냈고
어느 날 나는 엄마한테 맞으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구구단을 전부 외우게 되었다.
끔찍한 기억이지만 덕분에 공부가 쉬워졌다.
금세 동생의 차례가 오고
나는 옆에서 지켜봤다.
나를 닮았지만 나보다 조금 작고, 더 숫기가 없어 보이는 그 녀석은 훨씬 못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늘겠지, 그럼에도 안되면 엄마가 화를 내며 가르치겠지." 라며 신경을 끄기로 했다.
하지만 달랐다.
엄마는 괜찮다고 말했다.
"네가 조금 알려줘"
그 말을 듣자
소리를 지르던 엄마와 눈물을 흘리던 내가 기억에 생생하게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은 뭐였을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항상 이랬으니까
모르는 길이 나오면 뒤에서 엄마가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밀어버린다.
무섭지만 나는 밀려났다.
못하겠다고 주저앉아도, 엉엉 울어도 엄마는 거칠게 뒤에서 밀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동생은 내가 걸어온 길을, 내 뒤를 따라올 뿐
심지어 제대로 따라오지도 않았다.
엄마는 그런 동생을 볼 때마다
"동생이니까 그럴 수 있지, 이해해."
이 말만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동생은 내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다.
"나 친구랑 놀 거니까, 너도 저기 가서 놀고 있어."
"싫어."
나도 싫었다.
친구랑 있어도 동생을 계속 신경 써줬어야 했으니까.
친구들의 동생들은 자기들끼리 잘 논다.
근데 왜 얘만 이럴까..
어느 날은 동생을 두고 몰래 친구랑 놀러 갔다.
동네에선 날 애타게 찾는 동생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고
나중에 집에 가니 엄마한테 크게 혼났다.
"동생 좀 데리고 다니랬더니 버려두고 가?"
내가 그리 잘못한 걸까..
동생은 울기 시작하면 그 후는 내 차례였다.
나도 쥐 잡듯 맞았다.
언제부턴가 그 녀석은 날 도발하기 시작했다.
"때리면 엄마한테 이를 거야"
나는 결국 감정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참지 못한 거겠지.
칭얼거리는 소리는 매번 나를 거슬리게 하고
나는 나쁜 형, 걘 불쌍한 동생으로 만들었다.
이걸 읽는 당신도 동생만이 불쌍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나만 악역이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기로 했다.
모두가 나를 나쁜 형이라 불러도
엄마가 나를 몇 대를 때려도
나는 그저 동생보다 우수한 형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동생에게 형을 무서운 존재로 인식시키면 된다.
그래서 동생보다 좋은 성적을 보여주려 했다.
어떤 부분에서든 동생에게 지지 않으려 했고,
동시에 동생이 기어오르면 일단 때렸다.
결과는 내 생각대로다.
나는 동생보다 잘난 형이 되었다.
동생은 내가 무서워서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타인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지만 이걸로 됐다.
그래도 모두가 동생 편을 든다.
그건 동생이 약해서가 아니다.
사실 난 알고 있다.
동생은 나보다 성격이 좋다.
감정적이지 않고 무뚝뚝하지만
무시당하지는 않는다.
나는 정확히 그 반대였다.
우리는 취향도, 성격도 상반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열등감을 느낀 걸 지도 모른다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떠올랐지만 애써 무시했다.
인정하기 싫었다.
동생은 나와 똑같은 길을 걸었다.
같은 고등학교에 같은 과로 진학했다.
공부는 못하고 자격증도 못 땄지만 나와 똑같은 대회에서 똑같은 상을 땄다.
다른 점이라면 동생은 바로 취업할 수 있었다는 것.
결과는 명확하다.
나는 학교에서 자퇴해 집에만 있는 아르바이트생.
동생은 취업해서 엄마에게 용돈도 주고 미래를 준비하는 직장인.
나와 누구보다도 닮았지만 나보다 확실한 아래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내가 이길 수 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동생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가진 이 마음은 증오 같은 게 아니라,
단순한 열등감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나는 또 부정하겠지.
그럴 리가 없다고, 아니라고..
이걸 인정하고 동생과의 사이가 좋아질 수 있다면 그때의 난 어른에 가까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