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을까
비가 그쳤다.
하늘의 회색빛은 점차 밝아져 하얗게 느껴진다.
꿈을 꿨다.
지금의 하늘과 같은 색이었다.
끝없이 하얀 공간.
내 발밑은 작은 섬이었다.
나머진 에메랄드빛 바다가 내 시야를 하늘과 함께 가득 채웠다.
아니 정확히는 하나 더 있었다. 내 발 밑 섬 너머에 섬이 또 있었다.
우뚝 서 있는 감옥과도 같이 생긴 건물이었다.
나는 그걸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켰다.
상쾌함과 해방감에 마음이 편해졌다.
여기 평생 있어도 될 것 같은 느낌.
앉아서 발을 물에 담그고 하늘을 바라보니 저 멀리서 범고래가 천천히 다가온다.
그 검고 커다란 몸뚱이 위에는 아이가 타고 있다.
작은 아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그 아이는 내 옆에 앉아 나와 대화를 했다.
"넌 어디서 왔어?"
그 질문에 아이는 아까 본 건물을 가리켰다.
"저건 네가 키우는 거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그 아이는 한마디도 안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마치 대답이 머릿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 밤이 되고,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도 검게 바뀌어갔다.
아이는 돌아갔고, 나는 그저 앉아서 풍경만을 바라봤다.
다음 날 해가 뜨고 아이는 다시 범고래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너는 저기 혼자 사는 거야?"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듯했다.
그날도 아이는 내 옆에 앉아서 내 푸념을 듣고 저녁이 되자 돌아갈 때가 되었다.
아이는 표정이 어두웠다.
"집에 돌아가는 게 싫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싫어?"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아버지가 아이를 때리는 모습이,
잘 때 족쇄로 팔다리를 묶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곤 뒷모습과 함께 처음으로 말을 했다.
범고래를 가리키며
"도망가려 하면 얘가 다리를 물고 억지로 끌고 집에 데려 가"
나는 그저 그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다시 아이가 범고래를 타고 왔다.
나는 밤새 갈아둔 돌로 만든 칼을 주머니에 넣어놨다.
아이가 섬에 내리자, 내가 범고래 위에 올라탔다.
갑자기 기분이 격앙되었고 미친 듯이 칼로 범고래를 찔렀다.
몇 분이 지났을까?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던 바다가 새빨갛게 변해갔다.
손도, 수면 위에 비친 얼굴도,
아이는 그저 무표정으로 나를 봤다.
범고래의 사체 안에는 작은 범고래 인형이 들어있었다.
물에 대충 씻어내고 아이에게 쥐어주었다.
저 멀리서 수염이 난 장발의 남성이 소리를 친다.
그 소리와 함께 나는 놀라 잠에서 깼다.
가슴이 무겁고, 호흡이 힘들었다.
그러곤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로 향했다.
학교를 가는 버스를 보며, 꿈에서 본 범고래를 떠올렸다.
어쩌면 꿈속의 그 아이는 나였을지도 모른다.
잘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