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의 학생부장들에게 드리는 헌사
동서고래로 학생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사람이 하나 있으니 그의 이름은 ‘학주’다.
학주의 본래 이름은 ‘학생주임’이나 학생들은 이름 대신 그를 수십 개의 별명이나 욕설로 지칭하고,
낙서장이나 담벼락 혹은 투서에 그를 인정사정없는 괴물로 그리곤 한다.
누구나 한 번쯤 '십육 대 일’로 싸워 본 전투 경험이 있는 것처럼
거의 모든 학교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놀라운 학주가 존재하고 그의 기행은 믿거나 말거나 꾸준히 내려온다. 정작 학주 당사자는 떠났어도 그에 얽힌 온갖 이야기들은 저 홀로 악랄하고 서슬 푸른, 불사의 존재로 살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떠도는 말들은 오랫동안 혓바람에 날리던 것들이 많고 개인적 억하심정을 토로하거나 자신을 영웅으로 치장하고 싶은 이들이 만든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에 옆에서 지켜 본 학주와 학생부의 실제 모습을 적어 그간의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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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주는 본디 학생부 태생으로,
학주는 본디 학생부 태생으로, 학생부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부서이다. 학생부가 생활지도로 먹고사는 부서이다 보니 학생부 선생들은 교문과 복도, 옥상과 뒤뜰을 가리지 않고 불시에 나타나는 분신술쯤이야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좀 경력이 붙으면 10m 밖에서 담배냄새를 맡고, 20m 밖에서도 학생의 불량 상태를 집어낼 줄 알며, 고수가 되면 학생들의 손바닥 안에 숨어있는 일탈과 반항까지 투시하는 신통술을 부릴 수 있다.
아침마다 교문에서 복장단속 지도하고,
하루종일 자기 수업, 수행평가 병행하고, 시험문제 만드는 사이사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진실게임, 심문과 추궁을 벌이며,
공문을 수발하고 보고하는 사이사이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하나하나 심사하고,
벌점 많은 학생들 봉사활동 체크하고, 저녁까지 남아서 아이들의 반성문을 검토하고, 학생들과 길고 긴 밀당을 해야 한다.
또한 주민들과 학부모, 지역 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수시로 전화 민원과 협조 민원을 해결하며 임장지도와 교외 순찰지도를 겸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운동장에서 휴대폰을 분실해도, 교실에서 주먹다툼을 해도,
학생이 왕따를 당해도, 수업시간에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어도,
쉬는 시간 판치기한 놈들도,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다 걸린 녀석도,
시내에서 물건을 훔친 녀석도, 학생이 가출해도,
놀러가서 사고 나도, 학교 인근 주민의 항의 전화도,
장난치다 다친 자식 볼모로 학교 협박하는 학부모도 모두 학생부로 보내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생부의 활동영역은 교내외를 가리지 않고, 활동 시간 또한 주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렇게 열심히 해도 무르면 무르다고 탓하고 강하면 강하다고 비난당하고,
학교에서 일이 나면 제일 먼저 도마에 오르고, 손가락질이 돌아온다.
징계와 처벌을 하다 보니 욕먹기 다반사고,
예방과 교육을 하다 보니 온갖 서류와 절차로 야간 근무가 다반사다.
그 설움을 누가 알아줄까 했더니 모든 교사가 미리 알고 교사업무 기피 1호가 되고 말았구나.
고단하다 학생부여, 안타깝다 학생부여!
학교 울타리를 지키는 파수꾼
세상의 허명 때문에 진짜 노고와 은공이 가려지고 있으나 여전히 학생부는 학교 울타리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그들이 있어 교실에서는 학생이 웃고, 교사는 수업에 몰두하고 부모들은 마음을 놓는다. 개인 편차야 없지 않겠지만 대부분 학생부 선생님들은 묵묵히 그 일을 하고 한 명의 학생이라도 잘 지도하려 애쓴다. 무한 수고하시는 학생부 선생님들께 미약하나마 박수와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욕 보십니데이.”
이 글은 사실 좀 오래전에 쓴 것이다. 학생부장을 하는 친구 이야기를 듣다가 그 친구를 위로해주고 싶어서 옛글을 다시 한 번 올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