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그를 사랑하는 아내
12월 16일. 이틀간 해를 못 봤다.
치과 정기검진을 마치고 집에 오니,
이틀 동안 속이 아프다고 누워만 있는 그가 추워한다. 집이 추운 게 아닌데.
체온을 재보니 38.7도.
"여보, 옷 입고 병원 가자. 더 안 좋아져 밤에 움직이면 더 힘들어. 응급실 가자"
열이 38도 이상 오르면 응급실로 오라는 주치의에 말이 떠올랐다.
그는 아픈 속과 추위를 느끼며 보조석에 반쯤 누웠다. 1시간이면 닿을 병원이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노래도 처지고,
마음도 처지고,
주행 속도도 쳐진다.
2024년 10월 10일. 잊을 수 없는 날.
응급실에서는 해줄 게 없다던 그 응급실에 다시 왔다.
응급실 침상이 꽉 차 간이 의자에서 수액과 해열제, 항생제, 진통제 등을 맞았다.
동네 병원 응급실도 이보다는 좋겠는데, 이런 상황이 어이가 없다.
어찌 되었든 좋으니 차도가 있기를.
이것저것 검사하고 열이 좀 내려간 걸 보고는 3인 대기의자에 누워 나는 까무룩 잠들어 버렸다. 시간 반을 푹 잠들었다.
3인석 대기 의자도 응급실 복도에서는 귀해 그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고 쉬게 했다. 아픈 것도 서러운 데 간이 의자에 누운 모습은 더없이 처량하다.
응급실은 조용했고 꼭 필요한 움직임들만 있었다. '드라마처럼 그렇지는 않구나.' 앉아서 졸다 깨다 새벽까지 왔다.
하필 우리가 있는 자리는 응급실 문 앞이라
긴급 환자들을 이송한 침대가 들어오는 것을 날 것 그대로 보게 되는 위치라 한숨이 절로 나오는 자리다.
CPR 환자가 이송된다고 몇 분 전을 고지하며 복도를 울린다.
119 대원들과 병원 시큐리티맨, 간호사들이 분주하다. 뇌종양 아들은 cpr를 한 후 괜찮아졌으나 언제 다시 쇼크가 올지 모른다며, 부모에게 비극적 현실을 덤덤히 고지하는 의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저렇게 알려주는구나'
다시 방송이 울리더니 CPR환자가 또 왔다.
이어 가족들이 소리 죽여 울면서 들어왔다. 돌아가셨구나.
자식들의 나이를 가늠하면서 어르신의 나이를 추정해 봤다.
'저 나이 때에 돌아가신 것은 그래도 복이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멋대로 판단했다.
아주 잠깐동안 울더니 이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마른눈을 한 남자는 분주했고, 붉게 젖은 눈의 여자도 눈물을 닦아냈다.
그 모든 것을 같이 봤다. 남편과.
"나 죽어도 울지 마. 너 우는 거 싫어. 조금만 울어"
"치 별 걱정! 안 울어."
나는 시시때때로 눈물이 난다. 천성이 울보라서 그런가 눈물이 웃음만큼 많다.
그가 이기고 버티는 게 더 힘들어하는 것을 보게 될 때마다 눈물이 나면, 머지않아 눈물이 마를 날도 오겠지. 저들처럼 눈물이 마르려나?
오늘도 고비를 넘기면서 입원을 기다린다.
내 바람과 역행하는 그의 몸속 나쁜 것들을 어떻게 밟아줘야 하나 골똘히 생각 중이다.
내가 지키고 돌봐야 할 그는 갈수록 하얘지는 게 참 잘생겼다. 다시 봐도 여전히 잘 생겼다.
"여보, 이겨내 보자고!" 내 속마음을 그의 귀에 대고 가만히 얘기해 줬다.
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