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그를 사랑하는 아내
엄마는 믿음생활이 아니었으면 못 살았을 거라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을 만큼 기도를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우리 집안에 기독교가 들어오게 한 결정적 인물은 엄마와 막내 고모입니다. 그런 결과일까요?
막내 고모는 아들을 목사로, 엄마는 큰 딸이 사모가 되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한참 동안 엄마랑 연락이 뜸했어도 잘 지내려니 하셨는데, 남편이 병원에 들어간 후 엄마는 계속 전화를 하십니다. 연락이 뜸 한 것과 별개로 분명 엄마에게는 어떤 느낌이 들었지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거실 환자용 침대에서 계신지도 1년이 넘어갑니다.
방에서 주무시다가 화장실 가는 중에 넘어진 게 그만, 허리를 다치고, 요양병원도 갔다가 그것도 또한 답이 아니기에 집으로 모셔와 막냇동생이 돌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가 안 간 막내는 엄마에게 꽤 지극정성입니다. 엄마가 자기를 그동안 돌봐줬으니 자기가 엄마를 돌봐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유튜브로 요리를 배워서 이것저것 나보다 더 잘합니다.
남동생은 그런 와중에도 가끔 전화를 해서 매형의 안부를 묻습니다. 직장 다니랴, 엄마를 돌보랴 쉽지 않은데 가끔 우리를 그렇게 챙깁니다. 참 정이 많은 동생입니다. 나도 분명 엄마한테 받은 게 많은데 엄마는 늘 뒷전인 게 마음에 걸립니다.
오늘은 남동생과 엄마를 위해 초밥을 샀습니다.
잠깐이라도 엄마를 보고, 둘째 사위 걱정을 안심시켜 드리고 안아드리고 병원을 가야겠습니다.
그동안은 참 엄마를 살뜰히 챙겼고, 그게 내 기쁨이었는데 요즘 그걸 못 해드려 죄송하고 마음 아픕니다.
내가 못 해서도 있고, 엄마가 와병 중이어서도 못 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건강하게 산다는 게 이렇게 힘든 걸까요? 천금보다도 더 귀한 게 건강이라는 게 확실합니다.
선물 받은 현금으로 엄마에게 선물을 하는 중입니다.
오늘은 남동생도 엄마도 내가 사 갖고 가는 초밥으로 잠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후회 덜 하기'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살면서 후회를 안 하며 살기란 참 어렵지만 후회 덜 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엄마도 마찬가지이고요. 잠시 짬을 내어 엄마를 보는 것은 나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드리고 , 내가 후회를 덜 하는 방법일 거라 생각합니다. 머리를 굴리면 방법이 찾아지는 게 대견하네요.
얼마 전 꾼 잊히지 않는 꿈 하나가 있습니다.
물이 얕고, 폭이 크지 않은 개울에서 나 혼자 베개 같은 튜브를 앞에다 끼고는 그 물을 거슬러서 수영을 하는 꿈입니다. 그 얕고 좁은 물을 발차기하면서 쭉쭉 밀고 나가면서도, 사방 풍경을 보고, 꽤 여유로운 모습으로 수영을 하는 꿈입니다. 스스로도 잘하는 것이 신기하고 신나 하며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도대체 이건 무슨 꿈인지요?
그 개울물은 내가 아이엄마라면 그 물에서 수영하고 있는 아이를 꺼냈을 것 같은 물입니다. 그렇다고 흙투성이 물은 아니었고, 맑은 물에 나뭇잎, 풀잎 등이 떠 내려오는 그런 개울입니다.
불현듯 그 꿈이 또 생각이 났습니다.
내 처한 모습이지 않을까요? 행복하게 발차기를 하면서 나아가는 그 물놀이하는 은혜는 글 쓰면서 행복한 나 같습니다. 환경이 글 쓸 수 없는 환경이라도 나는 매일 글을 쓰고자 합니다.
나를 힘나게 하는 글쓰기, 그래서 글을 씁니다.
그 꿈에 끝은 모르겠네요. 수영 중에 깨어서 말이지요.
내가 글쓰기를 언제까지 할지, 이 글쓰기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지금의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글쓰기로 풀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글을 쓸 때는 내가 정말 행복하거든요.
추억을 하며 미래를 상상하면 그가 다 나을 것 같고, 그가 나를 격려해 줄 것 같습니다.
응급실 의자에 나란히 앉을 때가 있었습니다.
내 손을 잡으며 "꼭 책 내. 꼭 작가가 돼. 그리고 멋지게 살아."
제일 좋았던 모습만 떠올리며 제일 환한 웃음을 기억하고, 나는 누워있는 그이 앞에서 글을 씁니다.
소소한 행복이 큰 행복을 가져다줄 것을 바라고, 믿습니다.
25.12.25.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