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하나님의 열심

암환자 그를 사랑하는 아내

by 본비 은혜

2024년 9월 22일.

일천번제를 시작했다.

일상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고요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우린 늘 즐거웠고, 매일 행복했다.

그즈음에 일천번제를 드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들은 무슨 기도를 할까?

'평안할 때 기도를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듦과 동시에 어떤 기도 제목으로 해야 하지?

최소 3년을 넘게 할 기도이니 신중해야 했다.


10년쯤 전에 일천번제를 시작하면서 꽤나 오래 걸려 마친 터라, 시작이 망설여졌다.

그러나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강했으나, 기도제목을 두고 고민을 하며 시작을 주저했다.

그날에 앞서 새롭게 하소서 유튜브 채널에 "와플대학" 대표 손정희 장로님의 간증우연히 듣게 되었다.

들으면서 마음이 정해졌다.

너무도 감동과 은혜가 되니, 꼭 찾아보기를 권한다.


의류사업에 실패 후 엄청나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새벽 예배와 천만 원의 헌금을 소망했다는 그의 딸의 얘기에 "천만 원이 별거냐, 만원씩 천 번이면 천만 원이 아닌가" 하며 시작했다는 그 얘기가 내 마음에 콕 박혔다.

'난 새벽예배를 드리러 가기가 참 편한데 안 하고 있었구나. 그래, 나도 천만 원을 드려보자!' 마음을 굳히고 다시 기도제목만 생각했다.


드디어 봉투에 헌금을 넣고, 펜을 잡아

"정 00, 김은혜의 길을 맡깁니다.

정 00, 정 00의 길을 인도하시고, 배우자를 축복해 주옵소서"가 그냥 써졌다.

이보다 더 완벽한 기도가 있을까 싶어, 이렇게 천 번을 향해 나가 보기로 하고는 내심 기대를 했다.

예배 때마다 기도하면서 헌금을 드린다면,모든 예배를 열심히 참석해야 빨리 끝이 난다.

천일이면 최소 3년을 넘겨야 한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테고.


'그동안에 우리 딸들이 결혼은 하겠지. '


일천번제를 시작하는 날부터 21일간 집중해서 드리는 세이레 특별 새벽기도회가 시작됐고, 그날 오후 예배는 우미쉘 목사님의 찬양 예배로 <하나님의 열심>이라는 찬양곡을 알게 되었다.

이후, 매번 그 찬양을 들으면서 가사한 대목이 이상하게 자꾸만 걸렸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 연약함도 내겐 큼이라"

왜 아들이 연약하지? 딸이 연약한 건 알겠는데, 왜 아들이지??


매일매일 새벽말씀이 너무도 잘 들리고, 졸리지도 않은 것이 신기했다.

말씀이 깨달아지고, 감동되는 시간이 너무도 좋아서 10월 초 연휴 때 강릉으로 가족여행을 가서도 새벽에 혼자 이어폰을 껴고 온라인 예배를 드리며,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좋았다.

그 기간을 일기로 남긴 것도 매우 신기한 일이다.(평소에 일기를 안 썼다.)

특새가 일주일쯤 되어가던 어느 날, 이상하게도 남편을 위한 기도가 삼일 연속으로 되었다.

의도한 것도 아닌데, 남편을 위한 긍휼 한 마음이 들고, 그의 인생이 불쌍하게 느껴져 엉엉 눈물로 기도를 했다.

삼일째 되는 날에는 "그런 남편을 저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받은 사랑만큼 더 잘 돌보겠다"는 기도가 나왔다.


집에 오는 내내 ' 뭐지? 왜 이런 기도를 했지? 무슨 일이지?'

한 번도 그런 기도는 한 적이 없어, 내내 내가 한 기도가 이상하다 싶었다.


어느 날 꿈에, 왕터 우리 집 울타리에 길고 높게 불이 났는데, 자동차가 집을 뺑뺑 돌며 집을 지키고, 그런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불이 난 것을 알려주려 온 걸까? 했는데, 그들은 내가 사는 모습을 둘러보기만 할 뿐이었다. 신기한 건 그 상황에서 내가 요동하지 않고 차분히 대했다는 것이다.

'대체 이 꿈은 또 뭐지?'



특별새벽기도회가 채 끝이 나기도 전에, 하나님이 나를 기도로 무장시켰음을 알게 되었다.


2024년 10월 10일.

그의 흉선암 발 폐암, 간암 선고를 받았다.

기도로 무장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기절을 했을 것이고, 환자 보다 더 깊은 우울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왜 기도를 그렇게 시켰는지, 왜 <하나님의 열심>을 들리게 했는지, 그건 하나님이 내게 하시는 말씀이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의 작음도 내겐 귀하다

너와 함께 걸어가는

모든 시간이 내겐 힘이라

사랑하는 아들아

네 연약함도 내겐 큼이라

너로 인해 잃어버린

나의 양들이 돌아오리라


조금 느린 듯해도 기다려 주겠니

조금 더딘 듯해도 믿어줄 수 있니

네가 가는 그 길 절대 헛되지 않으니

나와 함께 가자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나아가 주겠니

이해되지 않아도 살아내주겠니
너의 눈물의 기도 잊지 않고 있으니
나의 열심히 이루리라 (중략)


모든 것이 이해되었고, 알아지게 되었다.

'하나님은 진작부터 일 하셨구나. '

내가 의연하고 담담하게 서서 그를 보살피기를 바라셨음을, 그와 나를 많이 사랑하셨음을 그때야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덜 두렵고, 덜 무섭다.

그리고 기대한다.


현재 일천번제는 삼분의 일 지점에 와 있다.

큰 딸은 아빠가 아픈 중에 소개받은 남자와 결혼을 했다.

매일 10시간 가까이 밀도 있는 데이트를 하더니, 이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기도의 응답이 무척 빨리 왔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내가 어찌 알리?

그저 믿고 구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게 일 년을 지나왔다.

일 년, 그렇게 십 년이 살아지길 바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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