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최고의 호사

암환자 그를 사랑하는 아내-기적을 바라며

by 본비 은혜

오늘도 나는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씻었다.
요즘 내가 씻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는 한 달이 넘도록 씻지를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씻고 싶을까?
씻는 것에 괜스레 죄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렇더라도 그는 내가 말갛게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자원봉사자분들이 연이틀 그를 찾아와 줬다. 첫날은 발 마사지로 그의 발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무리로 기도를 해 주고 가시고,
둘째 날도 발마사지와 머리를 감겨주고 기도로 마무리해주었다.
완화 의료 상담실에서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 우울하고 불안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긍정적인 것들을 소개하며, 완화의료 병동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봉사를 오는데, 이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받는 것들의 최소한이라며 신청해 주셨다.

남자 두 명이 와서는 머리를 감겨주시고,
또 다른 두 명은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은 다리를 각각 마사지를 해주셨다.
자그마치 네 명이 그를 조심스럽게 마사지해 주는 것을 보면서, 그가 최고의 서비스를 받고 있음에 기뻤다.
동남아 여행을 갈 때면 1일 1 마사지를 기본 일정으로 짜서, 마사지받는 걸 제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마사지를 받는 게 고문'이라고 말하면서도 같이 받았던 그이다.

같은 서비스라도 돈이 지불되면 그들은 일을 하는 것이고, 이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서비스를 하는 것은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큰 딸애 결혼을 앞두고 우린 단 한 번 얼굴 마사지를 받았다.
혼주가 되었으니, 기념으로라도 한 번은 마사지를 받자고 해, 우리 부부를 늘 반갑게 대해주는 류권사님이 하는 마사지 샵에 예약을 했다.
우리의 상황을 너무도 잘 아는 권사님은 어느 때에 받아야 좋은지를 전문가답게 알려주면서 오라고 해, 둘이서 나란히 마사지 베드에 누웠다.
그는 얼굴 마사지는 생전 처음이라 아이처럼 들떴다.
한 시간을 넘도록 세심한 관리를 받았다.
그는 너무 잘 받았다면서 마사지비를 절대 깎지 말고 드리라고 했다.
그런데, 권사님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며 한사코 받지 않았다.

진작부터 마음을 먹으셨던 것 같다.
값으로 매겨질 것이 아니기에 좋은 것을 듬뿍 얼굴에 올려주어 결혼식 당일, 환자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날 그 사랑에 대해 우리 부부는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얘기를 나누며, 잊지 않고 챙기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섬긴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무엇을 기대하지 않고 베푸는 마음, 손길.
그래서일까?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샴푸서비스와 발마사지를 그는 편안하게 잘 받았다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할 수만 있다면 그이도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이제야 봉사의 의미를 알겠다고.
서비스의 마무리는 기도를 해주시는데, 하늘의 복이 그에게로 다 올 것 같이, 병이 다 나을 것처럼 기도를 해주셨다.
기도가 너무 은혜가 된다 했더니, 목사님이시라고.
그이에게 " 모든 천사들이 다 여보에게 다녀가는 거 같아"라고 귓속말을 하니 그렇다고 인정을 한다.

4인실 병실에서 우리만 특별대우를 받는다.
왜 인지는 우리도 모르겠다.
어쩌면 제일 젊어서? 제일 잘 생겨서?


나는 여우 같은 아내다.
왕터 주택으로 이사를 가서는, 전기 족욕기를 샀다.
찬바람이 불면 각질이 심해지는 그이의 발을,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볼 동안 따듯하게 온도가 유지되는 족욕기에 발을 담가 각질을 불리고 마지막엔 내가 깨끗하게 닦아주고 로션을 발라주는 것이다.

그가 나에게 너무 고맙다고 하면,
때를 놓치지 않고
"고객님~ 오늘 서비스 어떠셨어요? 마음에 드셨어요? 원래 5만 원인데 첫 손님 할인 해드려서 3만 원입니다. 10회권 끊으시면 할인에 1회 무료 서비스 추가해 드립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냅다 지갑이나 휴대전화를 그의 손에 쥐어주면,
이런 날강도라고 하면서 하는 거 봐서 10회권을 끊는다며 그날의 서비스료를 후하게 주었다.
여우짓은 갈수록 더해, 고객님의 형편을 살펴서 월급이 아직 남아있을 때에 더 했다.
그러다가 10회권도 끊었는데, 그 겨울에 열 번은 다 채우지 않았던 것 같다. 하하

그렇게 번 돈은, 치킨이든 피자든 주말에 저녁이든 다시 가족들에게로 기분 좋게 돌아갔다.
그땐, 내가 열심히 번 돈으로 먹는 거라며 어깨에 힘을 주었다.
여우 같은 아내 덕분에 그는 매번 즐겁게 당해주었다.
나는 소소한 행복에 늘 관심을 갖고,
작은 행복을 찾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절망처럼 여기는 호스피스병원에 내일쯤이면 입원할 수도 있다. 현재 대기 1순위라.

호스피스 병원에서도 나는 소소한 행복을 찾아낼 것이다. 결코 삶의 끝자락에서 죽음만 기다리는 것이 아닌, 짧지 않은 삶에 의미를 두며 최대한의 존엄과 최상의 서비스를 주고, 또 받으며, 기적도 일어날 수 있음을 기도하며 지내고자 한다.

긴 날들 돈을 받았던 여우 같은 아내는,
이제 대가 없는 무한의 서비스를 오랫동안 하기를 희망하는데, 그는 얼마 큼이나 받을까?

#완화의료 #호스피스체험 #자원봉사 #섬기는사람들 #최상의서비스 #최고의호사

#행복한환자 #씻고싶은욕구

작가의 이전글21. 입 없는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