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에 만난 봄날의 이별
2월 2일 월요일 아침, 그는 여전히 깊은 수면 중이다.
어제만 해도 보고 싶어 하던 사촌 처제들의 목소리에 기척을 보이더니, 오늘은 침묵뿐이다. 이상하리만큼 조급해지는 마음에 쓰다 만 글을 뒤로하고 그의 손을 잡았다.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말들을 귓가에 쏟아내며 그저 기도만 했다. 잠시도 곁을 비우기가 두려워 양치질을 하는 짧은 순간에도 두 번이나 화장실을 뛰쳐나와 그를 확인했다.
밤 8시를 넘기자 그렁거리는 가래소리 너머로 호흡이 거칠어졌다. 덜컥 겁이 나 집에 있던 작은딸을 급히 불렀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몸이 먼저 알아챈 것일까. 나는 바쁘게 손을 움직여 병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가 누운 자리에서 바로 보이던 가족사진을 떼어내고, 그가 예쁘다 했던 말린 장미꽃도 내렸다. 문안객들이 두고 간 음료는 요양보호사님께 나누어 드리고 그가 좋아하던 두유는 가방에 정성껏 담았다. 눈은 여전히 그를 향한 채로, 나는 바쁘고도 정중하게 이별의 자리를 정돈해 나갔다.
낮에만 해도 수요일쯤 천천히 올라오라 했던 부산의 큰딸. 하지만 새벽 2시 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그를 보며 나는 결국 자는 딸을 깨울 수밖에 없었다.
임신 17주 차인 딸이 혹여 놀라 무리해서 올까 봐, 최대한 빨리 와주길 바라는 간절함을 누르고 애써 낮은 목소리로 안심을 시켰다.
"아빠는 아직 주무시니, 조심히 오렴."
작은딸과 내가 그의 양손을 나누어 잡고 마지막 기도를 올리던 중이었다. 문득, 그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 아침에 물수건으로 닦아준 뒤 로션 하나 바르지 못했는데, 병실에만 머물던 안색이 이상하리만큼 환했다.
피부는 촉촉하게 윤이 돌아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그 경이로운 모습이 신기해 작은딸과 한참을 바라보며 연신 이쁘다는 말을 건넸다.
나는 환한 그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의 귓가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들만을 골라 들려주었다. 이제는 큰딸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1분 1초가 영겁처럼 흐르는, 길고도 애틋한 새벽이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