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마지막 의지
새벽 3시 30분.
시간은 잔인하게 흐르고 그의 온기는 야속하게 빠져나간다. 어느새 차가워진 발끝, 그리고 손끝에서부터 전해지는 서늘한 감촉에 가슴이 저려온다.
나는 벽시계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큰딸의 도착 예정 시간은 아침 7시. 그가 그때까지만이라도 버텨주길, 이 마지막 인사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 멀리 산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이 딸의 마음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짐으로 남을까 봐, 나는 그게 더 겁이 났다.
"여보, 지원이가 7시에 온대요. 큰딸 봐야지. 우리 사위 봐야지. 당신 사위 이쁘다고, 사위 참 좋아한다고 했잖아."
들리는지 알 수 없으나, 나는 그에게 매달리듯 기다려달라 말했다. 직감이 보내는 신호는 선명했지만, 나는 그 신호를 부정하며 그의 귓가에 간절한 약속을 심어주었다.
불안하게 몰아치던 거친 숨소리가 어느 순간 잦아들었다.
고요해진 공기 속에서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다시 느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식어가던 손에서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단순히 내 손의 온기가 전달된 것이라 하기엔, 온기를 넘어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놀라 달려온 간호사는 암세포가 마지막 열을 내는 현상일 수 있다고 담담히 말했지만, 내게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차갑게 식어가던 당신의 손에 다시 열이 오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희망을 품었다.
'적어도 큰아이가 올 때까지는 기다려 주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차올랐다.
폭풍 같은 숨소리가 잦아들고, 당신은 다시 깊은 잠에 든 듯 평온해졌다. 이제 남은 시간은 세 시간 반.
여보,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그 뜨거운 손으로 딸의 손을 한 번만 더 잡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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