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8시 45분, 딸에게 허락한 한 시간의 기적

천국으로 가는 시간

by 본비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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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45분.

억겁 같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딸과 사위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빠를 향한 딸의 눈물 섞인 고백과 사랑한다는 마지막 인사가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 그 목소리들을 하나하나 다 확인했다는 듯, 고요하던 그의 호흡이 다시 가빠지기 시작했다. 마치 가족 모두가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이제야 안심하고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의 귓가엔 평안을 구하며 항상 조용히 찬송가를 틀어두었었다. 그때 처음 우리를 맞아주었던 간호과장님이 다가와 말씀하셨다. "찬송가를 크게 틀어주세요." 그 권유에 따라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내가 천성 바라보고 가까이 왔으니
아버지의 영광 집에 나 쉬고 싶도다
나는 부족하여도 영접하실 터이니
영광 나라 계신 임금 우리 구주 예수라


방 안은 슬픔보다 고귀함이, 통곡보다 간절한 축복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부르는 찬송 소리 속에 그의 지난했던 삶과 마지막 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크고 깊은 호흡을 두어 번. 그리고 그는 숨을 멈췄다.

오전 8시 45분.
그는 정확히 딸에게 한 시간이라는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가족 모두가 곁을 지키는 완벽한 풍경 속에서, 그는 아주 편안한 얼굴로 영원히 눈을 감았다.


사람들은 샘물 호스피스 병원의 사람들을 두고 종종 '천사'라고 불렀다. 그 말을 비로소 실감했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허물을 깨끗이 닦아내고 정갈한 흰 옷을 입혀주는 그들의 손길은, 그가 천국으로 가는 길을 환히 밝혀주는 하나님의 사자들이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배웅으로 갈무리해 준 천사들 덕분에 우리의 이별은 슬픔을 넘어 평온에 닿을 수 있었다.


여보, 이제 그 뜨거웠던 암세포의 고통도 다 털어버리고, 그 환했던 얼굴 그대로 편히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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