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여보, 우리가 뒤에 가고 있어"

끝까지 함께하는 우리

by 본비 은혜

10시 40분

모든 짐을 들고 병실을 나서는 길, 마주치는 이들마다 내 등을 가만히 두드려주었다.

"애쓰셨어요." 그 짧은 한마디가 차오르던 눈물을 겨우 붙잡아주었다.

간호사님은 나를 꼭 안아주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그 따뜻한 품 덕분에 그와의 이별이 억장이 무너지는 통곡으로만 남지는 않았다.


여주에서 온 운구차량에 그가 다시 누웠다. 현관까지 나와 우리를 배웅해 주는 사회복지사님과 간호사님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세상 어디에서 이토록 지극한 온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몇 번이고 인사를 건네며 정들었던 샘물 호스피스를 떠났다.


운구차량을 앞세우고 우리 가족은 줄지어 여주로 향했다. 나는 차창 밖을 보며 누워 있을 그에게 가만히 말을 건넸다.
"여보, 차 안에서 누워 다니는 거 아니랬는데 또 누워 있네. 말도 참 안 들어. 그래도 무서워하지 마.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바로 뒤에서 따라가고 있으니까."

나와 작은딸이, 그 뒤엔 큰딸과 사위가 줄지어 그의 뒤를 따랐다.

그가 외롭지 않게, 가는 길이 든든하도록.


그는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 그대로 생전에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구체적인 당부를 남겼었다.

영정사진은 꼭 웃는 것으로 하고, 꽃은 화려하게, 음식은 풍성하게 대접하라고. 그의 뜻에 따라 가장 환하게 웃는 사진을 장례식장 사무실에 보냈더니, 직원분이 정말 이 사진이 맞느냐고 되물어왔다.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 맞아요. 그리고 꽃은 주황색을 섞어 최대한 화려하게 해 주세요."

제단 꽃집엔 화려한 꽃이 마땅치 않다기에 걱정하던 찰나, 왕터 살 적부터 늘 꽃모종을 가져다주던 그의 오랜 꽃집 친구가 주황 장미가 가득 담긴 꽃바구니 두 개를 보내주었다. 덕분에 그의 바람대로 제단은 눈부시게 화사해졌다. 그 찬란한 꽃들 속에서 그는 세상 부러울 것 없다는 듯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여보한테 자랑해야지!'
당연하게 떠오른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이내 무너져 내렸다.

아, 이제 내 자랑을 들어줄 당신이 곁에 없구나.

당신의 마지막 소망을 다 들어주었다고, 제단이 참 예쁘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내 사소한 자랑에 누구보다 크게 맞장구쳐주던 당신은 이제 그 화려한 꽃들 속에 박제된 미소로만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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